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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마의도락 Apr 21. 2023

꾸준히 글을 쓰지 못하는 이유 ft. 우선순위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글을 써야겠다. 마음을 먹은 건 1254번도 넘을 것이다.  

글을 쓰겠다고 산처럼 쌓였던 마음도 어느새 모래성 무너지듯 사라지고 만다.  

왜일까?     

아이들이 등원하면 청소기를 돌리고 식탁에 쌓인 설거지를 하고 식단을 고민하고 밥을 먹고 숨 좀 돌리면 아이들이 온다. 어떤 날에는 가스 점검이 있고 친구를 만나는 날, 은행 일을 보는 날, 병원 가는 날. 빠르게 흘러가는 하루는 나를 평온하게 글 쓰고 앉아있는 사람으로 내버려 두지 않는다.       

핑계를 다시 아이로 돌려본다. 

아이가 방학을 한다. 학교나 어린이집에 가면 그나마 생기던 내 시간이 조각나 버린다.  글을 쓰기에도 책을 읽기에도 애매한 시간들. 핸드폰을 꺼내 기사거리나 나에게 유용하다고 생각되는 짤들을 아무 생각 없이 손가락으로 슥슥 넘기며 수 십 개를 보고 나면 아이가 돌아온다.       

어느 날은 아이가 아프다. 가까스로 지켜오던 루틴은 한순간에 깨지고 마음도 순식간에 무너진다. 내가 아이에게 신경을 못써서 아픈 거 같아 더 미안해진다.


또 다른 날은 남편과 싸웠다. 심기가 매우 불편하다. 이런 글쓰기가 다 무슨 소용이냐. 

그냥 다 하기 싫다. 만사가 귀찮다. 쓸 거리도 없고. 이걸 써서 뭐 하겠냐는 생각이 가장 나를 무기력하게 만든다.     

그렇게 매번 나의 글쓰기는 무너지고 말았다.   

이번에는 이유를 정확하게 알고 매번 무너지는 글쓰기에 뿌리를 뽑아야 할 때가 온 거 같다. 가장 큰 문제는 나는 글쓰기를 우선순위로 두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 번 흐름이 깨지면 다시 일상의 시간으로 돌아와도 다른 책을 찾아 읽기에 급급했다. 그전에 하고 있던 글쓰기로 돌아가지 않았다. 마무리 짓지 못하고 시작만 했던 글들은 쌓여만 갔다. 글쓰기는 발전도 없고 늘 시작 단계에만 머물러 있었다.      

나 스스로 글 쓰는 사람이 되기로 했으니 

이제는 글쓰기를 우선순위로 둬야 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면 밀린 책을 읽었던 습관 대신 글쓰기를 하고  

아이를 등원시키고 돌아와 집안 꼴이 엉망이더라도 설거지와 청소 대신 글쓰기를 먼저 한다. 

틈만 나면 핸드폰으로 들여다보던 SNS도  

시간 보내기로 좋아하던 유튜브도 쇼핑도 

이제는 글쓰기보다 다음 순위로 밀려나야 했다.       

이제 나에겐 글쓰기가 우선순위가 되었다.       

그렇다고 하루종일 글만 쓰고 있는 건 아니다.  

내게 시간이 생긴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글 한편을 쓰는 일이 된 것이다.      

마음의 우선순위를 찾는 일은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자 하는 모습을 그려보는 일과 같다.      

스스로 선택하고 그런 사람이 되고자 삶의 우선순위를 마음에 품으며  

살아가다 보면 그 습관은 나를 매일 글 쓰는 사람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이 다짐이 언제 또 무너질지 모르지만 

이제 다시 돌아가는 방법을 안다.      

글을 꾸준히 쓸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은 

내 삶에서 글쓰기를 우선순위로 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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