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티 정문선 Jan 03. 2021

[책리뷰] '배우고 생각하고 연결하고'를 읽고

연결의 시대, 어떻게 생각의 힘을 키울 것인가?

“위기는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클 수도 있고 작을 수도 있고, 일찍 올 수도 있고 늦게 올 수도 있다.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위기를 넘는다."     

연결의 시대, 어떻게 생각의 힘을 키울 것인가? 새로운 방향을 만들고, 서로 다른 것을 연결하고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강력한 도구인 산업 수학의 역할에 주목하라.

        

 저자는 우연히 알게 된 수학이론에 매료되어 전공을 물리학에서 수학을 바꿔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순수수학이 전자공학의 난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경험한 이후부터,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응용수학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수학의 대중화와 교육에 관심이 높아서 방송 진행자, 집필, 기고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는 아주대 총장으로 재직 중이다.    


 다가올 미래는 ‘연결의 시대’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는 주어진 단순 문제를 잘 해결하는 사람보다 복잡다단한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방향을 설정하는 ‘생각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지식 전수형 교육은 이미 한계에 봉착했다. 새로운 영역에서 전문성을 터득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인재가 요구된다. 연결의 시대를 개척하는 사람은 유연성이 가진 ‘잘 배우는 사람’이 될 것이다. 얼마나 많이 아는가 보다는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는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수학의 역할을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기후변화, 지진, 전염성 질병 감염경로 예측 등을 위한 공공의 문제 해결, 과학기술의 난제 해결, 기업의 문제 발굴 및 수학적 해결로 산업 현장의 문제 해결을 위한 산업 수학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누구나 살다 보면 비를 만난다. 근처에 잠시 피할 큰 나무도 없어서 곤욕을 치르기도 한다. 인생의 곤경과 난관은 운명적이라서 피할 방법이 없게 보인다. 하지만 그게 나를 괴롭힐 비가 아니고 멀리서 내리는 비를 잠시 바람이 내 옆으로 몰고 온 것일 때도 있는데, 그럴 때도 우리는 평온에 나온 걸 후회하고  빠지며 짐을 챙겨 곧장 안락한 숙소로 들어가는 건 아닐까”

 

 스티브 잡스는 자신이 창업한 회사에서 쫓겨나 깊은 좌절에 사로잡혔을 때가 있었다. 이웃에 살던 노벨화학상 수상자이자 스탠퍼드 대학교 교수였던 폴 버그의 교수의 영향으로 강력한 컴퓨터와 시각화 소프트웨어로 가상실험을 구현해보도록 제안을 받았다. 그가 세운 픽사는 적자를 내면서도 기하 모델링 분야의 수학자와 전산학자들을 모아서 3D 애니메이션 기법 등 전혀 돈이 안 될 것 같은 연구를 한 끝에 ‘토이스토리’를 만들었다. 영화의 성공은 스티브 잡스를 기사회생시켜서 억만장자가 되도록 하였다. 만약 토이스토리의 성공신화가 없었다면 아이폰이 세상에 나온 시기는 장담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후 많은 수학자들이 할리우드로 진출하는 계기가 되었다.


수학이 영화산업에 크게 기여하며 흥행에 일조하였다는 것이 곧 연결의 힘이다. 아이튠즈를 만들어 음악 산업을 바꾸고, 픽사를 만들어 애니메이션 영화의 개념을 바꾸었으며, 아이폰으로 휴대전화 산업의 지형을, 아이패드로 컴퓨터 산업을 바꾸어 놓은 것도 연결의 힘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1854년에 크림전쟁에 종군 간호사로 참전한 여인이 있었다. 전쟁터에서 각종 통계를 모아 분석했다. 그녀는 야전병원의 비위생적 환경과 오염된 물 때문에 대부분 병을 얻어 죽는다는 사실을 간파해서 4,000명 이상의 목숨을 구했다. 간호와 통계가 하등의 연결도 안 되던 때에, 나이팅게일은 데이터와 수학으로 공중보건의 개념을 뒤집어 시대의 판을 바꾸어 놓았다.    


 미국 영화배우 안젤리나 졸리는 가족력을 지닌 다양한 환자 데이터와 측정된 생체 데이터를 비교하여 유사성을 바탕으로 유방과 난소 제거 수술을 받았다. 그녀는 빅데이터 분석을 적극 활용하여 미리 예방한 사례로 볼 수 있다. 2008년에 창업한 미국 기업 아야스디는 비슷한 생체 데이터에도 불구하고 추가 암 검진이 필요한지 아닌지를 구별하는 발암 확률 계산법을 개발했다. 위상수학이라고 하는 순수수학 이론을 데이터 분석에 접목한 것이다. 이외에도 수학의 최적화 이론을 접목하여 선거 결과, 오스카상, 노벨상 등의 수상자도 예측할 수 있게 되었다. 보통 사람들의 트렌드를 분석하여 소비자의 욕구를 파악하여 소량 다종 생산의 효율성을 추구하여 세계적인 부자가 된 의류업체 Zara의 사례도 소개한다. 수학 방정식을 이용해 현재의 기상 데이터로 미래의 날씨를 예상하는 일, 이렇듯 수학의 툴은 광범위하게 우리 생활에 적용되며 밀적하게 활용되고 있다.


 21세기는 ‘지식 과잉’과 ‘무한 정보’로 요약된다. 방대한 지식과 데이터에 묻혀 길을 잃는 게 아니라, 데이터의 함의를 읽어내며 닥친 문제의 본질을 보고 해결하는 능력이 시대를 이끌게 될 것이다. 얼마나 많이 아는가가 아니라 발생된 문제의 본질을 읽어내고 필요한 지식을 그때그때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미래 리더의 자질이 될 것이다. “미래 교육은 생각의 힘을 키우며 창의성과 생존 능력을 향상하는 것이 주요 목표”이며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는 능력, 새로운 영역에서 전문성을 터득해내는 능력이 미래 교육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학창 시절 수학 과목은 아픈 손가락이었다. 가고 싶은 대학도 수학이 발목을 잡아 가지 못했다. 공학계열에 진학해서 어쩔 수 없이 수학과 동행했지만 고통스러운 인고의 기간이었다. 왜 공부해야 하는지 알지도 못한 채로.


그러나 저자는 수학이라는 학문이 빅데이터와 만나 현재 세상을 이끌고 있다고 한다. 기본 데이터로부터 논리적 추론을 거쳐 결론을 끌어내는 수학은 사색의 재료이자 문제 해결의 유용한 도구라고 말한다. 생각의 힘을 키우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면서. 책을 읽는 동안 제한된 경험과 지식으로 수많은 기회를 놓치지는 않았는지, 안락함에 안주하며 환경변화에 둔감하지는 않았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이 책은 수학에 문외한인 사람에게는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기회로, 수학에 관심 있는 학생들에게는 새로운 동기부여가 될 수 있는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 배우고, 생각하고, 연결하는 것에 대해 성찰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