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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티 정문선 Dec 12. 2020

[책 리뷰] '자존감 대화법'을 읽고

말의 힘을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 전하는 레시피

“누군가의 한마디에 행복을 느낄 때가 있다. 누군가의 한마디로 인생이 바뀌는 사람이 있다. 누군가의 한마디를 버팀목으로 일생을 사는 사람이 있다. 한 마디 한 마디에 사랑을.(P 35)    

우리는 말이 넘쳐나는 시대, 말 폭탄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미국 대통령의 정제되지 않는 ‘막말’에도 열광하는 사람이 있고, 그의 말 한마디에 세계경제가 출렁거리기도 한다. 맹수는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으로 동물을 죽이지만 인간은 ‘말’로서 상대에게 큰 상처를 입힌다. 말의 중요성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나 필요에 따라 적절한 말을 사용하기는 쉽지 않다. 경솔한 말 한마디가 돌이킬 수 없는 부메랑이 되어 자리에서 물러나기도 하고, 진심 어린 사과 한마디가 상대의 마음을 녹여 문제 해결이 되기도 한다. 낙담한 사람에게 희망을, 용기를 잃은 사람을 일으켜 세우기도 한다. 말의 힘이다. '당신과 함께한다'는 말은 목숨을 끊으려 하는 사람에게 생을 붙잡게 할 수 있는 동아줄이 되기도 한다.    

저자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 일하면서 평소 말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오랜 경험을 통해 말의 회복이 마음속 병의 치유로 이어질 수 있음을 체득했다. 오랜 상담과 정신과적 치료 과정을 통해 절실히 깨달은 것을 내담자와 상담자의 43가지의 사례로 엮어 따뜻하게 풀어놓는다. 혀를 어떻게 다스리고, 또 그 혀끝에서 입술에서 어떤 말을 지어 세상에 내보내느냐에 따라 관계가 달라지고 인생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혀와 입술의 열매는 ‘말’이고 말의 씨앗은
‘생각’입니다. 생각이라는 씨앗은 마음 밭에 떨어져 썩어 싹을 틔우고, 사방으로 뿌리를 뻗고, 입과 줄기를 키우며 큰 나무로 자라 갑니다. (중략) 그러므로 당신의 혀끝에서, 입술에서 독을 품은 파괴의 말이 아닌 꿀과 꽃을 품은 치유의 말을 내고자 한다면, 그 말로 관계를 회복하고 좀 더 나은 인생을 살고자 한다면 마음 밭에 아름다운 생각의 씨앗을 심고자 노력하시기 바랍니다.”(서문 중)   

1장에서는 말에 의미를, 2장은 나에게 하는 말을, 3장은 가족과 친구에게, 4장은 연인과 배우자를, 마지막 장은 타인과 세상에 하는 말을 전한다. 각 소제목에는 카운슬링 코너를 두어 애피타이저처럼 기대하게 만든다.        


혀끝에 독을 품고 산다면 살모사보다 나을게 없다며 독한 말은 먼저 말을 하는 사람을 상하게 하고, 독을 품은 말은 장전된 총과도 같아 얼핏 보면 상대를 겨누는 것 같지만, 결국 그 총부리는 당시의 뒤통수를 향한다고 말한다.


UC버클리대 정신건강의학과 로버트 레벤슨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부부 싸움을 할 때 아내의 목소리가 높아지면 남편은 혈압이 상승하고 심장박동이 1분에 75회에서 95회 이상으로 급격히 빨라져 부부는 서로 판단력이 떨어져서 서로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게 되며 고함치며 큰 소리로 이야기하면 오히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게 되어 결국은 서로에게 큰 상처를 준다고 한다.    


‘대화는 듣기에서 시작된다’며 공감 듣기를 강조하기도 한다. “상대방이 하는 말에 당신의 모든 관심을 온전히 집중하는 것입니다. 그 사람이 하는 말이 무엇이든, 공감 듣기를 하기로 마음먹었다면 당신의 모든 마음의 에너지를 그에게 쏟는 것입니다.” “공감의 열쇠는 바로 우리의 존재라며, 그 사람과 그가 겪은 고통에 온전히 함께 있어주는 것이다” 라며 조언하고 충고하기, 가르치기, 말 끊기, 동정하기, 심문하고 조사하기, 무조건 안심시키기, 타이르기, 침묵을 참지 못하고 아무 말하기 등 9가지에 주의하라고 한다. “공감 듣기는 상대방의 말과 처지, 그리고 그 마음에 제대로 공감해야만 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러나 섣불리 자신을 상대방과 동일시하려다 보면 자칫 상대방이 느끼는 고통의 무게, 그걸 지켜보는 당신 마음속 짐과 어려움 때문에 제대로 들어줄 수 없기 때문입니다.”라며 한계를 두라고 한다.    


저자는 마음을 우물에 비유한다. “마음의 우물을 깊게 파 내려간 사람은 날씨에 의해 좌우되지 않고 오히려 비가 오면 물을 담아두었다가 맑은 물로 돌려줍니다.”라며 “마음의 우물이 맑고 깊어야 말의 물도 깨끗한 법으로 스펙이나 지위, 혹은 재물이 사람의 품격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지혜롭게 뱉는 한 마디 한마디 말이 품격을 결정합니다.”라며 마음을 다스리는 일이 선행됨을 강조합니다.          


무심코 내뱉은 ‘당연히’, ‘때문에’, ‘그런데’, ‘하지만’ 같은 말들은 자칫 상대방의 마음을 굳게 닫아버리게 하기 쉬운 단어이기에 가급적 사용하는데 신중해야 한다고 한다. 자녀에게 “당연히~해야지”라는 표현보다 “~해주면 참 좋겠다”라는 표현으로 선택할 수 있는 여유와 여지를 주는 것이 현명하다고 합니다.  

    

힘들어하는 사람에게는 “괜찮아. 괜찮아! 힘들어해도 괜찮아! 지금은 누구라도 힘들만한 상황이잖아! ‘불안하면, 우울하면, 걱정되면 좀 어때! 그래서 뭐, 어쩌라고!’ 살다 보면 누구나 힘든 상황에 놓이게 된다. 그럴 때는 ‘그래, 이 일이 그렇게 즐겁지는 않지만, 그래도 내 인생의 한 부분이니까!’하며 멋지게 받아들이고 넘어가라고 조언합니다. “그래, 잘했어! 이렇게 또 한 발짝 내딛는 거지!”    

십 수년 전에 만난 직장 상사는 한 마디로 에너지 뱀파이어였다.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은 인정하지 않고 말을 함부로 하는 내로남불의 전형이었다. 감당하기 버거운 업무량의 무게감과 폭언에 나의 몸과 마음은 지쳐갔다. 멍하게 하늘을 바라보는 시간이 늘었으며, 하루하루 고통으로 자존감은 최저치였다. 결국 몸과 마음은 지쳐 결단이 필요했다. 그 당시는 환경이 바뀌어야 살 수 있다는 생각뿐이었다. 돌이켜보면 상대를 상대하는 나의 태도도 문제였다. 내 생각을 명확하게 말하고 상대가 함부로 하지 못하도록 스스로를 지키지 못했다. 타인의 태도에 끌려가며 나의 삶이 통째로 흔들렸음을 고백해야 했다.


몸의 근육을 만드는 것 이상으로 마음 근육을 키워야 함을 느낀다. 바쁜 일상 속에서 마음의 소리를 놓치게 되면 삶은 패턴은 점점 흐트러지게 된다. 회복하는데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들기 때문이다. 어쩌면 책 읽기도 마음 근육을 강화하기 위한 몸부림일지도 모른다. 책을 읽는 동안 감정 이입되어 주변을 돌아보는 기회가 되었다. 말의 소중함을 되새기면서 순하고 예쁜 말도 결국 마음에서 나옴을 인정하게 되었다.


‘말’로 인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분들, 말의 중요성을 배우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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