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티 정문선 May 27. 2021

[일상 관찰] 번아웃 증후군 톺아보기(하)

진단과 처방, 고군분투했던 지난날

신호등은 곧 바뀌니 기다릴 수 있다.
“우리가 가장 많이 방황하는 시간, 일이 좀처럼 진행되지 않아 답답하던 과정들은 올올이 내 삶의 그림자이자 소중히 껴안아야 할 내 삶의 일부임을 깨닫는다. 생의 디테일을 한순간도 남김없이 한 올 한 올 즐길 줄 아는 것. 지루한 부분도 서글프고 힘겨운 부분도 남김없이 받아들이는 용기. 그것이 내게는 더 나은 존재가 되는 길, 더 풍요로운 나 자신의 뿌리와 가까워지는 길이었다.”
<1일 1페이지, 세상에서 가장 짧은 심리 수업 365 중에서>


진단과 처방


내가 멈춰야만 했는지 돌아보았다. 내 상태를 모른 채 무작정 달렸던 삶을 뒤늦게 후회했다. “촌놈 마라톤 한다”는 말이 있다. 운동장 다섯 바퀴를 돌며 기록을 측정하는 날, 중학교 체력장 때 기억이다. 처음부터 100미터 달리듯 전력질주로 두 바퀴에 헉헉거리다가 완주하지 못했다.


 방전되어 넘어졌던 이유를 3가지로 정리했다. 일에 대한 서투름과 부담감, 관계의 미숙함 그리고 건강관리에 소홀한  탓이었다. 일에 대한 부담감은 누구에게나 있다. 걱정만 한다고 해결되지는 않는다. 문제가 발생하면 어떻게 대응하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실패할 것을 지나치게 두려워해 머뭇거리며 주저했다. 대충 안다는 함정에 빠져 허우적거렸던 지난 모습이 떠올랐다. 바늘허리에 실을 맬 수 없음에도 서두르기 급급했다. 남에게 의존하는 마음은 일근육을 기르는데 도움되지 않았다. 처음부터 다시 배운다는 마음으로 기존에 익숙했던 방식부터 돌아보았다. 하고자 하는 욕심만큼 능력은 부족했다. 의욕만 앞섰던 것, 메타인지가 매우 낮았음을 인정했다. ‘익숙한 것, 안다고 생각한 것'이 성장을 방해할 수 있음을 기억했다. 정면으로 대응하여 일하지 않았던 모습도 떠올랐다. 생각이 많고 소심했던 자아를 일으키려 노력했다.


 일에 성과를 내려면 투입이 있어야 한다. 무작정 접근하는 방식에서 일 마다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를 먼저 고민했다. 로드맵을 그린 후 일을 잘게 나누며 진행 사항을 상관과 공유하며  일을 챙겼다. 일 근육을 키우기 위해 업무 관련 책도 틈틈이 읽었다. 관련 자료도 찾아보며 통계 수치, 주요 동향을 보며 종합적으로 접근했다. 공무원은 법과 제도 속에서 반복적으로 하는 일이 많다. 대부분은 기존 틀 안에서 조금씩 개선하는 쪽으로 이뤄진다. 신설 부서, 기획부서가 아니면 고도의 기획력을 필요로 하는 일은 많지 않다. 짬짬이 잘된 보고서를 모으고, 상사의 의중을 빨리 파악하며, 전문가 및 선배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한 박자 빠르게 일을 추진하니 보통 이상의 성과를 낼 수 있었다.

한 계단씩 천천히 오르며 앞으로 나아가자

 어려운 일일수록 동료들과 고민하며 해결방법을 찾았다. 일하는 요령이 생기니 차츰 자신감이 붙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에 따라 도움을 요청했다. 우선순위에 따라 일을 챙기면서 하나씩 해결해갔다. 퇴근 전 하루를 정리하며 부족한 부분을 고민했다. 내일 할 일을 기록하며 마무리했다. 혼자 끙끙거리며 그르쳤던 지난 과오를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 하고 있는 일에서 의미를 찾고 가치를 부여하니 일을 주도적으로 하게 되었다. 덤으로 내가 생각하는 방향과 속도로 일을 하니 재미도 있었다. 자연스레 성과도 나타나 ‘공무원 답지 않게 일한다’는 말도 듣게 되었다. “일은 조직이 한다.”는 의미도 깨우치며 전체 흐름도 맞춰갔다. 처음부터 어렵다고 생각하면 일을 하면서도 에너지가 많이 소모된다. 안 되는 쪽으로 접근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어려운 일도 되는 쪽으로 방법을 찾으려 애를 쓰면 길은 있게 마련이다. 모르는 부분은 동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면서 하면 된다. 못할 일은 없었다.


 인간관계는 관점부터 전환했다. 양적인 관계에서 질적인 관계로 패러다임을 바꾸었다. 휴직하는 동안, 사람 관계가 바닷가 모래성 같음을 느꼈다. 이해관계로 얽혀 쌓아 관계라는 모래성은 이익과 손해라는 파도 앞에서는 쉽게 허물어다. 막상 주위에 힘든 마음을 나눌 사람이 거의 없었다.  힘들었을 때 함께 한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는 말을 절감했다. 그렇게 허황된 관계를 쫓으며 노력했던 모습, 외부에서 에너지를 얻으려 했던 것을 반성했다. 가족에게 소홀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잘하려고 했던 어리석은 기회비용은 너무도 컸다. 무엇을 위해 일을 하는지 방향성을 잃은 채 표류하는 난파선처럼 이리저리 떠다녔던 지난 삶의 대가는 처참했다.


 사람을 대하는 태도는 바꾸려고 노력했다. 마음의 결이 맞는 사람과 보내는 시간을 늘리며, 타인에게 먼저 다가섰던 모습보다 시간을 두며 자연스럽게 관계를 맺었다. 괜찮지 않았음에도 좋게 보이려고 노력하는 모습은 경계했다. 소비적인 모임과 만남을 정리했다. 반면에 좋은 자극을 받을 수 있는 생산적인 만남을 늘려갔다. 나는 타인의 한 마디에 쉽게 영향을 받고 감정이 자주 흔들리는 사람이었다. ‘일을 잘한다’는 칭찬도 순수하지 않는, 일을 시키기 위한 사탕발림일 수도 있다는 걸 깨우쳤다. 나를 지키기 위해 마음공부도 꾸준히 실천했다. 누구에게나 인정 욕구는 있지만 타인의 평가는 참고할 뿐 휘둘리지 않는 사람이 마음이 건강한 사람, 즉 자존감이 높은 사람의 특징다.  


하늘을 보는 여유가 없다는 것은 삶을 돌아봐야 하는 신호일수 있다.

건강을 위해 생활습관부터 바꾸었다. 규칙적인 생활을 하며 하루 일과를 기록했다. 3개월이 지나자 객관적으로 쌓은 지표들이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말해주었다. 최적의 수면시간, 컨디션 상태, 좋지 않은 습관, 장단점을 파악할 수 있었다. 몸에 조금이라도 이상 신호가 오면 휴식 취하거나 병원 진료를 받으며 컨디션을 조절했다. 일하는 시간과 휴식시간을 구분하여 지친 몸이 회복되도록 노력했다. 가족들이 나로 인해 걱정하지 않도록 혼자 몸이 아님을 의식했다. 아픈 경험이 큰 스승이 되어 삶의 방향성을 조율해주고 있다.


 치열한 경쟁이 일상이 된 현대 사회에서는 뒤처지지 않기 위해 무한 질주를 해야 한다. 계속되는 야근, 과중한 업무에 주말에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일을 붙잡고 있다. 더욱이 요즘은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등으로 언제 어디서든 일할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일에 대한 강박관념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일을 하지 않으면 자신의 가치가 떨어진다 생각하고 손에 일이 없으면 불안해하거나 죄의식을 느끼는 일중독에 빠져 번아웃(Burnout) 상태에 이르게 된다. 문제는 일중독은 점차 몸과 마음을 황폐화시킨다는데 있다. 나를 넘어 가족까지 피해를 준다. 과 밤이 있듯, 긴장과 이완은 균형을 이뤄야 한다. 번아웃은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현상이다. 슬기롭게 대처하며 관리해야 하는 이유다.


 나는 독서를 통해 성공의 기회를 잡으려 한 것이 아니라 진짜 나 자신이 되는 길을 찾아가고 있는 중이다. 혼자서는 자신의 재능이나 숨은 열망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나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존중하고, 내 안에 있는 규정된 한계들을 하나씩 깨울 수 있도록 책의 도움을 받으며 글을 쓴다. 책과 귀한 연이 되어 꿈을 향해 한 걸음씩 걷고 있는 지금이 카이로스의 시간이다. 

GOD가 불렀던 '길'의 가사

 내가 가는 이 길이 어디로 가는지 어디로 날 데려가는지 그곳은 어딘지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오늘도 난 걸어가고 있네. 사람들은 길이 다 정해져 있는지 아니면 자기가 자신의 길을 만들어 가는지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이렇게 또 걸어가고 있네. 나는 왜 이 길에 서있나. 이게 정말 나의 길인가. 이 길의 끝에서 내 꿈은 이뤄질까. 무엇이 내게 정말 기쁨을 주는지 돈인지 명옌지 아니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인지 알고 싶지만 알고 싶지만 알고 싶지만 아직도 답을 내릴 수 없네.
인생은 결국 혼자 걸어가야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일상 관찰] 해 질 녘 산책을 담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