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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티 정문선 Jun 05. 2021

[일상 관찰] 황홀한 석양에 취한 날

자연 명화에 흠뻑 빠진 날

7시 30분

집에 도착하면 뒤편 베란다로 향합니다. 오늘은 심상치 않습니다. 경험상 특별한 순간이라는 느낌입니다. 황홀한 자연 명화를 보는 날일지 모릅니다. 하늘은 맑고, 구름이 적당해서 기대됩니다.

7시 33분

저물어가는 석양을 바라봅니다. 산등성이를 넘어가는 스러지는 태양은 못내 아쉬운지 하늘을 흩트립니다.


"오늘도 멋진 장면을 주어 고맙다. 네가 날 위로해 주는구나"


매일 뜨고 지는 천혜의 태양이지만 당연함에 익숙해 가끔 바라보는 정도였습니다. 색다름을 주어야 반응하는 '조건적 바라봄'입니다. 태양은 늘 하늘에 있었습니다. 아쉬울 때만 하늘 멍을 하는 저였습니다. 그런 태양이 고맙습니다.

7시 34분

붉게 물든 저녁노을을 보며 조용히 눈을 감습니다.

태양이 묻습니다.

"너는 누군가에게 기억되는 삶을 살고 있니"

.

.

"너처럼 아름답게 여운을 남기고 싶어. 살아온 삶의 빛깔이 어떨지는 모르지만 누군가에게 그리움이 되었으면 좋겠어. 너처럼 바라보며 힘을 줄 수 있도록"

태양은 사라지면서 아낌없이 모든 걸 주고 갑니다. 구름과 노을이 있어 하늘은 외롭지 않습니다. 태양은 달과 별에게도 당부를 잊지 않습니다.


"하늘을 보는 사람들에게 친구가 되어 달라고"


아내와 둘째 아이를 불렀습니다.


"예쁘지. 우리 집은 핫플레이스가 될 수 있겠어. 두세 달에 한번 볼 수 있는 노을이야. 가끔씩 하늘을 바라봐. 황홀한 자연 명화를 볼 수도 있으니. 그리고 사진에 담아봐. 나누고 싶은 사람에게 보내는 거야."


노을을 보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잠시 노을 멍을 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석양은 하루를, 삶을 돌아보게 하는 기운이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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