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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 산책] 사회화와 개성화의 이해

삶이란 사회화와 개성화의 줄다리기가 아닐까

by 모티
“삶의 전반부가 사회화의 시기라면, 삶의 후반부는 개성화의 시기가 되어야 한다.”
<1일 1페이지 세상에서 가장 짧은 심리 수업 365>

하나의 문장에 멈춰 닻을 내린다. 한 문장 속에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어서다.


'사회화'란 인간이 사회의 한 성원으로 생활하도록 기성세대에 동화하는 일을 말한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라고 표현하였다. 인간은 개인으로 존재하고 있어도 홀로 살 수 없으며, 사회를 형성하여 끊임없이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을 하면서 관계를 유지하고 함께 어울림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확인한다는 의미다. 그에 비해 '개성화'란 고유한 자기 자신이 되는 것으로서 무의식적 내용을 의식화하고 통합해 가는 과정이다. 개인의 의식이 타인으로부터 분화되는 과정이기도 하다. 개성화의 목표는 가능한 한 완전히 자기 자신을 아는 것, 즉 ‘자기 인식’에 있다. 개인이 자신을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고 자기실현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융은 자기실현을 달성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확한 자기 인식(개성화)라고 하였다.

여러 사람이 걷다보니 길이 되었다.(사회화)

사회화가 강조될수록 개성화가 설 자리는 줄어든다.


20대 후반부터 직장생활을 하면서 30대까지는 주로 에너지를 밖에서만 찾았다. 다른 사람 눈치 보며 관계 맺는 일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타인을 맞추는데 시간을 많이 소비하며 아내에게 어쩔 수 없다며 이해해달라 했다. 직장 적응 과정임을 합리화하며 실력 쌓는 일과 내면을 살피는데 그만큼 소홀했다. 몸과 마음의 소리를 무시하며 남이 정한 기준으로 달음질치다 넘어졌다. 무릎이 깨지고 나서야 ‘내’가 없는 상태로 지금껏 살았음을 깨달았다. 정체성 혼란은 급기야 존재가 흔들릴 정도로 충격이 컸다. 잠 못 드는 가슴앓이로 이어졌다. 건강을 잃고서야 비로소 내 안의 아픈 자아와 마주하게 되었다. 스스로 다그치고 구석으로 몰아붙이면서 심하게 대했던 지난날을 사과하며 아파하는 내면 아이에게 용서를 구했다. 보이지 않는 자아는 안쓰럽고 보이는 외형은 초라했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나다움을 물으며 지난 삶을 후회했다. 자기 인식 없이 물에 둥둥 떠다니는 부평초와 같은 인생을 산다면 얼마나 허망하겠는가? 누구에게나 어느 정도의 사회화는 필요하지만 지나친 사회화는 경계하여야 한다. 나와 가족 그리고 소중한 것을 간과하다 잃을 수도 있어서다.


다시 넘어지지 않기 위해, 개성화를 위해선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먼저 밖을 향하던 관계 지향형에서 안을 향하는 내면 지향형으로 발상을 전환했다. 소비적인 삶보다 생산적인 삶을 살자고 다짐했다. 넘어졌던 이유에 천착하며 반성했다. 혼동과 불안의 태풍 속에서 살기 위해 책이라는 구명줄을 붙잡았다. 잘못된 생각과 몸에벤 습관을 하나씩 교정하기 시작했다. 다시 넘어질까 두려워 책을 읽지 않더라도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다.


어쩌면 삶이란 사회화와 개성화의 줄다리기가 아닐까? 적어도 사회화가 계속 이기지 못하도록 개성화의 힘을 기르는 것이 자신을 사랑하는 일일 테다. 자아실현을 위해서도 스스로 걸어야 하는 인생을 위해서도.


<네이버 사전 및 정신 분석학 용어 사전 중 일부 발췌>

능소화 꽃말처럼 이름을 날릴 수는 없을까? 스스로에게(개성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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