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저녁 먹었으니 공원을 걷자고 했다. 금요일 코로나 백신을 맞은 터라 하루 지나도 그리 유쾌한 몸 상태는 아니었지만 둘째와 셋이서 공원을 향했다. 공원에서는 붉은 노을이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둘째는 '우와~'하며 감탄사를 연발한다. 도시에서 이런 장면을 보는 날은 일 년 중 며칠이 되지 않는다. 운이 좋은 날이다. 공원에 나온 사람들은 크게 세부류다. 노을에 관심 없거나, 노을 사진을 찍느라 분주하거나, 노을멍을 하는 사람이었다. 경험상 사진도 많이 찍어본 사람이 잘 찍듯이,노을 멍도 해본 사람이 잘한다.
평소 순간 포착할 때는 잠시라도 푹 빠져보는 연습을 하는 편이다. 일상 속에서도 이렇게 누릴 수 있는데, 정작 여행지에서는 어떻겠는가. 순간에 몰입할 수 있으면 기쁨의 빈도도 늘어난다. 사소한 것도 조금만 다른 시선으로 관찰하면 새로움이 된다. 새로움을 찾는 것은 나에게도 다른 누군가에게도 감동이 될 수도 있다.
둘째 아이는 감수성이 좋은 편이다. 내가 40이 넘어 경험한 것을 12살 때 경험하고 있다. 노을을 보면 사진 찍을 줄 알고, 엄마가 아빠를 위해 요리하는 모습을 관찰하며 비슷하게 챙길 줄도 안다. 가끔씩 아내가 아닌지 착각할 정도로 싱크로율 똑같이 잔소리를 한다. 나중에 남편될 사람도 극진한 사랑, 애가타는 사랑을 받게 될 것이다.
같은 공간에서 함께 의미를 나누고 사진을 남기는 것은 언젠가 꺼내볼 추억을 저장하는 일이다. 아쉬운 건 석양을 배경으로 가족사진을 남길 생각은 못했다. 그러나 다시 보아도 그 시간은 마음에 새겨져 있을 것이다. 적어도 아이들에게는 어릴 적 부모님과 추억이 없어 헛헛하는 마음은 덜 할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