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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 산책] 내가 쓰고 싶은 문장을 만날 때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적당한 간격이 필요하다

by 모티
"사람들은 말한다. 사람 사이에 느껴지는 거리가 싫다고. 하지만 나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적당한 간격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사람에게는 저마다 오로지 혼자 가꾸어야 할 자기 세계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떨어져 있어서 빈 채로 있는 그 여백으로 인해 서로 애틋하게 그리워할 수 있게 된다.
<나는 나무처럼 살고 싶다 중에서 p217>

사람 심리는 묘하다. 누군가가 다가오면 좋으면서도 흠칫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선다. 관계가 서툰 사람은 금방 끓는 물처럼 빨리 끓고 빨리 식는다. 상대의 장점에 호감을 가져 빨리 친해지려 다가간다. 그러다 단점이 하나둘 보이면 멀어지게 된다.


시간을 두며 조금씩 스며드는 사이가 오래 유지될 확률이 높다. 난 유년시절부터 관계 맺기에 서툴렀다. 내 입장만 생각하니 주변에 친구가 없었다. 내게 다가온 친구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 관계도 관심과 배려에 비례함을 몰랐다. 관심 있는 만큼 보이고 대화 나눈 만큼 이해의 폭도 커진다. 관계도 농도가 있다. 서로 다가섬은 상대 표정을 살피며 "무슨 일이 있을 거야"라는데까지 이르게 된다. 그러한 노력이 없었으니 적당한 선에서 관계가 발전되지 않았다.

관계를 잘하는 사람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할 줄 안다. 가까이해야 할 사람이라도 쉽게 다가가지 않는다. 상대가 다가오면 뒤로 조금 물러나며 거리를 두고 숙성되기를 기다린다. 인연이라면 빨리 노력하지 않아도 내 인생에 스며듦을 알기 때문이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30대까지는 주로 내가 다가서려 노력했다. 인맥도 중요한 자원이라 생각하여 많은 사람을 아는 것에 집착했다. 그러나 상대도 '많은 사람 중에 한 사람'을 금방 간파한다. 같은 방식으로 상대를 대하니 그냥 아는 정도에 그쳤다. 명절마다 판에 박힌 이미지를 단체 전송하는 사람에게 답장하기 싫은 것처럼, 다른 사람과 별반 다를게 없이 대하는 사람에게 내 마음 갈리는 없다. 그것을 알기까지 40년이 걸렸으니 돌아도 너무 돌아서 왔다. 다행히 그런 부족함은 아내를 만나 조금씩 채워갔고, 많은 사람과 부침을 겪으며 사람 대함을 배웠다. 때론, 좋은 선배를 만나 무엇이 중요한지를 깨우쳐 갔다.


나를 믿어주는 사람이 몇 명만 있어도 인맥 부자가 부럽지 않다. 그 사람에게 정성을 쏟는 것이 남는 장사다. 먼저 좋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 관계도 발전될 수 있음을 믿는다. 매력적인 사람의 정의는 각자 다르겠다. 하는 일에 가치를 두고 배우는데 부지런하며, 겸손한 삶을 사는 것이라 생각한다. 주변을 조금 더 따뜻한 곳으로 만드는 노력이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물론, 사람과의 적당한 거리를 존중해 주는 사람이다.

"구속하듯 구속하지 않는 것, 그것을 위해 서로 그리울 정도의 간격을 유지하는 일은 정말 사랑하는 사이일수록 꼭 필요하다. 너무 가까이 다가가서 상처 주지 않는, 그러면서도 서로의 존재를 늘 느끼고 바라볼 수 있는 그 정도의 간격을 유지하는 지혜가 필요한 것이다." <p 217>
사진찍기 나눔방에서 모셔옴(능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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