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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 산책]'나는 나무처럼 살고 싶다' 중에서

신은 모든 곳에 있을 수 없기에 어머니를 만들었다.

by 모티

"기동력 없는 딸이 발붙일 한 뼘의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목숨 걸고 '운명에 반항'하여 싸운 나의 어머니, 장애는 곧 죄를 의미하는 사회에서 마음속으로 피를 철철 흘려도 당당하고 의연하게 딸을 지킨 나의 어머니... 업어서 교실에 데려다 놓고 밖에서 추위에 떨며 기다리시던 나의 어머니... 조금만 도와주면 나도 잘 해낼 수 있다고 제발 한몫 끼워 달라고 애원해도 자꾸 벼랑 끝으로 밀쳐 내는 이 세상에 악착같이 매달릴 수 있었던 것은 어머니, 어머니가 있었기 때문이다."


엄마 미안해. 먼저 떠나게 돼서.

엄마 딸로 태어나서 지지리 속도 썩혔는데

그래도 난 엄마 딸이라서 참 좋았어

엄마, 엄마는 이 아름다운 세상 더 보고

오래오래 더 기다리면서 나중에 다시 만나


<나는 나무처럼 살고 싶다 중에서>


장영희 교수가 회고한 글, 돌아가시 기 전 남긴 편지입니다. 장영희 교수는 지체장애 1급으로 다섯 살 때까지 누워있어야만 했고 초등학교 3학년 때까지 어머니의 등에 업혀 학교에 갔습니다. 두 다리와 오른팔이 마미 된 그녀는 2시간에 한 번씩 화장실을 가야 했기에 어머니는 2시간마다 학교를 찾아야 했습니다.


"신은 모든 곳에 있을 수 없기에 어머니를 만들었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나이가 들어서야, 자식을 키우고서야 어머니의 마음을 조금씩 이해하게 됩니다. 어머니 속은 나 때문에 얼마나 타들어갔는지, 내가 아플 때마다 어머니도 함께 아팠는지 헤아리게 됩니다.


사춘기 큰 아이의 성장통이 작지 않습니다. 아내는 잠 못 이루는 날들이 많습니다. 아내의 한숨도 늘고 가슴은 까맣게 타들어 갑니다. 엄마는 엄마입니다. 아이를 위해 아낌없이 주면서도 더 못주어서 가슴 아파합니다. 아이의 방황이 지난 과거의 자신의 잘못이라며 눈물을 흘립니다. 어머니는 그런 존재입니다. 자식에게 한없이 강하면서도 약한 존재입니다. 아이에게 큰 바다가 되어 주고, 큰 산이 되어 모든 것을 품어줍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제대로 알게 되는 사랑이 있습니다. 당신은 괜찮다며 먼저 양보하셨던 마음, 힘든 형편에도 자식은 기가 죽지 말라며 돈을 더 부쳐 주셨던 마음..... 어머니의 사랑이 있기에 세상은 살맛 나게 됩니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어려운 일임을 절감합니다. 누군가 말했습니다.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을 알게 해 주려고 자식을 주었다" 책 속 문장에 멈춰 어머니, 아내까지 헤아리는 아침입니다.


한시 외전에 나오는 말입니다.


나무는 고요하고자 하나 바람이 그치지 않고

자식은 효도하고자 하나 부모가 기다려 주지 않는다.


송강 정철의 시입니다.


어버이 살아 실제

섬길 일란 다하여라.

지나간 후면 애닮다 어이하리.

평생에 고쳐 못할 일은 이뿐인가 하노라


아침에 부모님께 전화드리며 '사랑합니다'라며 안부를 물어야겠습니다. 오늘도 책은 나를 가르치는 고마운 벗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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