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고 싶었던 문장을 만날 때가 있다. 시집을 뒤적이다 멈춘 시 제목에 마음 닻이 내려왔다. 한 구절을 읽을 때마다 시인이 어떤 마음으로 글을 썼는지가 느껴졌다. 아동심리학자이며 작가인 웨더포드가 신장병 치료를 받던 중 신장 이식 수술에 실패하고, 순간순간의 소중함을 느껴서 쓴 시가 '더 느리게 춤추라'는 시다. 생이 얼마 남지 않는 상황의 절심함까지 전해져 아려왔다.
건강은 소중하다. 그러나 젊었을 때 건강의 소중함을 의식하며 미리 조심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좋을 때는 굳이 의식할 필요가 없어서다. 건강을 잃고 나서야 건강의 소중함을 절감했다. 삶을 달리기 경주처럼 생각하며 달려가다가 넘어졌다. 넘어지고서야 주변이 보이고, 풍경이 보였다. 비로소 내가 보이기 시작했다.
음악에 간주가 있듯, 문장에 쉼표가 있듯, 길도 내리막이 있듯 일상에도 많은 쉼표들을 만들어야 한다. 하루 중 스트레칭할 시간을 만들지 못한다면, 따뜻한 차 한잔 음미하지 못한다면, 동료에게 정감 어린 인사를 전하지 못한다면, 잠시 걸으며 하늘을 쳐다보지 못한다면, 가족에게 사랑한다 말하지 못한다면... 곧 후회하게 된다.
걱정과 조바심으로 보낸 하루는 먼저 몸을 굳게 만들고, 얼굴을 굳게 만들며 마음까지 황폐하게 만든다. 표정은 마음 날씨를 비추는 창이다.나를 사랑하는 것은 거창한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