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시 한편에 닻을 내립니다.

'더 느리게 춤추라'를 읽으며 드는 생각

by 모티

더 느리게 춤추라

- 데이비드 L. 웨더포드


회전목마 타는 아이들을

바라본 적 있는가.

아니면 땅바닥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에

귀 기울인 적 있는가.


펄럭이며 날아가는 나비를 뒤따라간 적은,

저물어 가는 태양빛을 지켜본 적은.


속도를 늦추라.

너무 빨리 춤추지 말라.

시간은 짧고

음악은 머지않아 끝날 테니.


하루하루를 바쁘게 뛰어다니는가.

누군가에게 인사를 하고서도

대답조차 듣지 못할 만큼.

하루가 끝나 잠자리에 누워서도

앞으로 할 백 가지 일들이

머릿속을 달려가는가.


속도를 늦추라.

너무 빨리 춤추지 말라.

시간은 짧고,

음악은 머지않아 끝날 테니.


아이에게 말한 적 있는가.

내일로 미루자고.

그토록 바쁜 움직임 속에

아이의 슬픈 얼굴은 보지 못했는가.


어딘가에 이르기 위해 그토록 서둘러 달라갈 때

그곳으로 가는 즐거움의 절반을 놓치는 것이다.

걱정과 조바심으로 보낸 하루는

포장도 뜯지 않은 채 버려지는 선물과 같다.


삶은 달리기 경주가 아니다.


속도를 늦추고,

음악에 귀 기울이라.

노래가 끝나기 전에.



쓰고 싶었던 문장을 만날 때가 있다. 시집을 뒤적이다 멈춘 시 제목에 마음 닻이 내려왔다. 한 구절을 읽을 때마다 시인이 어떤 마음으로 글을 썼는지가 느껴졌다. 아동심리학자이며 작가인 웨더포드가 신장병 치료를 받던 중 신장 이식 수술에 실패하고, 순간순간의 소중함을 느껴서 쓴 시가 '더 느리게 춤추라'는 시다. 생이 얼마 남지 않는 상황의 절심함까지 전해져 아려왔다.


건강은 소중하다. 그러나 젊었을 때 건강의 소중함을 의식하며 미리 조심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좋을 때는 굳이 의식할 필요가 없어서다. 건강을 잃고 나서야 건강의 소중함을 절감했다. 삶을 달리기 경주처럼 생각하며 달려가다가 넘어졌다. 넘어지고서야 주변이 보이고, 풍경이 보였다. 비로소 내가 보이기 시작했다.


음악에 간주가 있듯, 문장에 쉼표가 있듯, 길도 내리막이 있듯 일상에도 많은 쉼표들을 만들어야 한다. 하루 중 스트레칭할 시간을 만들지 못한다면, 따뜻한 차 한잔 음미하지 못한다면, 동료에게 정감 어린 인사를 전하지 못한다면, 잠시 걸으며 하늘을 쳐다보지 못한다면, 가족에게 사랑한다 말하지 못한다면... 곧 후회하게 된다.


걱정과 조바심으로 보낸 하루는 먼저 몸을 굳게 만들고, 얼굴을 굳게 만들며 마음까지 황폐하게 만든다. 표정은 마음 날씨를 비추는 창이다. 나를 사랑하는 것은 거창한 일이 아니다.


삶 속에 작은 쉼표를 만들어 주는 것.

내가 가장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잊지 않는 것.

조금은 불편하더라도 좋은 습관을 만드는 것.

감사할 이유를 찾고 매일 공부하는 것.

다름과 다양성을 인정하며 유연성을 기르는 것.

과거, 미래보다는 현재를 즐기며 사는 것.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