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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티 정문선 Aug 22. 2021

[시 감상] 담쟁이를 보며 드는 생각

시 한편이 주는 위로와 감동은 작지 않습니다.

          담쟁이

                               도종환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 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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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 아침 아내와 드라이브를 하면서 평일 못 나눈 이야기를 나눕니다. 잔잔한 음악, 샌드위치와 커피, 천천히 주변을 즐기는 시선은 곧 작은 여행입니다. 직장 생활과 살림, 양육에 지친 아내와 나누는 쉼표입니다. 아등바등하며 살아가고 있는 삶에서 작은 여유라도 만들지 않으면 일상은 잿빛 가득한 색으로만 채워질지 모릅니다.


한적한 산길을 따라 뒤 따르는 차량이 없을 정도로 천천히 풍경을 가릅니다. 미세한 계절의 변화, 바닥이 보이는 호수, 날씬한 자태를 뽐내는 새들의 비상도 담습니다. 몇 년 동안 다녔던 길, 새겨진 추억들은 바래졌지만 새로운 기억들로 채울 수 있는 지금에 설레기도 합니다.        


자연 기운을 받으며 차에서 풍경을 조망합니다. 끌리는 장소는 잠시 멈춤으로 예를 갖춥니다. 걷기와는 사뭇 다른 느낌을 만끽합니다.


새롭게 생긴 도로벽에 담쟁이덩굴이 가득 찼습니다. 담쟁이의 생명이 놀랍습니다. 하늘이라도 닿을 기세입니다.  

   

“담쟁이가 높이 높이 올랐네. 담쟁이 시에 어울릴 정도로 수천 잎이 담을 넘고 있네” 라며 아내가 호응합니다.    

   

시 한 편이 주는 위로와 감동은 적지 않습니다. 시인의 따뜻한 시선이 담쟁이를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었으니 말입니다. 시편 23편이 힘들 때마다 힘을 주는 것처럼 담쟁이 시도 마찬가지입니다.


새로운 것에 거부감이 컸던 때에 담쟁이는 ‘도전해보라’고 용기를 주었습니다. '나도 하는데 너도 할 수 있있다'며 응원해 주었습니다. 담쟁이는 잎이 발이 되어 벽을 타고 천천히 올라갑니다. 땅에서 오른 만큼 생명력이 약해질 텐데도 거침이 없습니다. 담을 오르면서 희망을 전합니다. 존재를 드러냅니다.


살면서 마주하는 벽들이 많습니다. 벽에 부딪힐 때마다 움츠려 들었습니다. 한계의 벽 앞에 고개를 숙였습니다. 어느 순간 담쟁이는 말해 주었습니다.


"한계는 스스로 만든 거라고. 포기하지 않는 한 한계는 없는 거라고, 그러니 힘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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