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화는 당신에게 불가능은 없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혼돈의 먹구름이 몰려올 때, 가능성은 마치 한 줄기 빛처럼 당신 위에 드리운다." <푸름이 밀려온다, P142>
직장 근처의 숲과 호수로 가끔 산책을 합니다. 점심 후 잠시 걷는 편이지만 날씨가 도와주어야 가능합니다. 자연 변화를 느끼며 관찰하는 것이 좋습니다. 새로운 대상을 살펴보는 것은 흥미롭습니다. 낯선 길 풍경, 나무의 색깔과 무늬, 꽃과 들풀, 벌레와 새소리, 서늘한 바람에 여름 끝자락이 아쉽습니다.
계절은 때에 맞게 옷을 갈아입으며 시절을 노래합니다. 자연을 자세히 볼수록 신기한 게 많습니다. 햇빛의 위치에 따라 다른 빛깔, 작은 구조가 전체 구조와 비슷한 형태로 끝없이 되풀이되는 프랙털 구조, 숲의 생물들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공존하고 있습니다. 스치듯 보면 무질서 지만 들여다보면 질서와 규칙을 보게 됩니다.
아내는 능소화를 좋아합니다. 능소화를 발견하면 그때라도 잠시 쉬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사진을 보냅니다. 아내는 "와. 예쁘다" 라며 고마움을 표합니다. 능소화를 양반집 마당에만 심을 수 있었다는 이야기가 있어, 양반꽃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가지는 벽에 붙어서 올라가며 꽃은 8~9월경에 피고 색은 귤색인데, 안쪽은 주황색입니다. 화관은 깔때기와 비슷한 종 모양입니다. 능소화는 피어있을 때는 아름답지만 떨어질 때는 툭하고 처량하게 떨어지는 특징이 있습니다. 꽃은 피고 지면서 삶과 죽음을 말해줍니다. 떨어진 능소화는 덧없음을 말하는지도 모릅니다.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에도 고유함이 있습니다. 생명체로써 소중한 존재입니다. 인간 기준으로 쓸모를 논하지만 자연은 한 없이 베풀기만 합니다. 비슷한 모양의 꽃도 같은 모양은 없습니다. 화려한 꽃도 만개하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습니다. 피지 못한 꽃도 있습니다. 화단에 있으면 눈길이 갈 텐데, 길가에 피어 있어 하찮게 보이는지 모릅니다. 사람이든 꽃이든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가치가 달라집니다.
사진 찍는 것은 처음에는 서툴렀습니다. 잘 찍고는 싶은데 구도 잡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때 생각했던 게 자주 찍을 것, 기다릴 것, 찍어서 나눌 것 세 가지를 염두했습니다. 자주 찍으니 조금씩 요령이 생겼고, 기다리니 찰나를 담는 경우가 늘었습니다. 디자인에 관심 있는 아내에게 좋은 사진을 선물할 생각에 이전과는 다른 시각으로 접근했습니다. 아내의 칭찬 한마디는 계속해서 사진을 찍도록 만들었습니다. 많이도 지겨웠을 텐데요.
나뭇잎 사이로 비취는 햇살 그림자, 물웅덩이에 반사되는 하늘과 나무, 일출과 일몰, 낯선 곳에서의 느낌을 담기 위해 오늘도 스마트폰을 누릅니다.
변화는 어려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매일 조금씩 하는 작은 노력의 열매였습니다. 먹구름이 잔뜩 있는 날도 곧 지나갈 거라는 희망이 있기에 삶은 견딜만합니다.
원하는 삶과 현재의 삶의 차이만큼 허탈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다른 사람들은 여유 있고 행복해 보입니다. 그럴 때마다 지금 할 수 있는 작은 일에 찾습니다. 무작정 걷기, 낯설게 보기, 음악 듣기, 사진 찍기, 책 읽기를 하면서 수고한 나에게 작은 선물을 줍니다. "수고했어 오늘도" 라며 하루의 흔적을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