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글을 읽고 쓰는가'가 '어떤 삶을 살 것인가'를 결정한다. 글쓰기란 누군가의 고독이 타인의 고독을 향해 가는 몸짓이다. <1일 1페이지, 가장 짧은 심리 수업 365, P370>
다양한 종류의 책을 접하면서 무뎌진 감성을 깨웠습니다. 무료하고 지친때, 매일 버텨갈 때도 책과 함께했습니다. 다양한 삶의 이야기, 희로애락애오욕이 녹아있는 책에서 힘을 얻곤 합니다.책이 주는 청량감은 타는 갈증을 해갈해주었습니다. 싱그런 햇살 같은 표현, 그대로 따라 적고 싶은 문장을 만날 때면 마치 보물을 찾은 것처럼 횡재한 기분입니다. 1만 5천원에 누리는 기쁨은 결코 적지 않습니다. 책아일체되면 복잡한 일, 공허한 느낌, 불안한 마음도 잊게 됩니다. 그런 이유로 책은 안정제요, 피로 회복제이기도 합니다. 책과 열애하지 않았다면 재미없는 삶을 살지도 모릅니다.
오래전 읽었던 책 속 메모가 반짝거릴 때가 있습니다. 그날에 기분에 따라 눈에 들어오는 문장이 있습니다. 한 줄 메모에 그때로 시간 여행을 가게 됩니다. "그땐 이런 생각을 했었네" 연상되는 기억과 지금의 생각이 연쇄 반응하여 새로운 버전으로 기억됩니다. 떠오르는 영감과 찰나의 감성을 잡기 위해 다시 기록합니다. 생각 우물에서 물을 길어 올리기 위해 메모한 글이 마중물이 되었습니다. 길어 올린 문장은 숙성을 거쳐한 편의 이야기가 되기도 합니다. 기록은 사진처럼 기억을 재생시키는데 매우 유용합니다. 몇 년 전 적바림을 보며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가 낯선 만남을 합니다.생각의 변화가 느껴지기에 배시시 미소를 짓습니다.
10대는 책을 읽어야 되는 줄 몰랐습니다. 20대는 맘껏 노느라, 30대 중반까지는 ‘바쁘다’는 핑계로 책과 연이 되지 않았습니다. 변화와 성장에 대한 열망이 있었지만 대전환이 있기 전까지실행하지 못했습니다.
'넘어지고 나서야 비로소 보게 된 책'
30대 중반까지는 지나치게 타인을 의식하고, 행동보다 말이 앞섰습니다. 즉흥적으로 행동하며자제력과 끈기는 부족했습니다. 직장생활 중심의 생활 패턴, 잦은 야근과 회식, 잘못된 식습관이 쌓이자 몸이 화를 내었습니다. 타인의 욕망에 노예로 살다가 시들어가는 꽃처럼 마음도 점점 피폐해졌습니다. 기억력은 떨어지고 집중력은 눈에 띄게 떨어졌습니다. 의욕은 출장 갔고 짜증은내근 중이었습니다. 쌓여가는 피로감에 부정적인 생각이 쉴 새 없이 요동칩니다. 자존감은 떨어졌고 잠 못 이루는 밤은 늘었습니다. 망망대해에 표류한 난파선처럼 언제 침몰할지도 모를 일이었습니다. 휴대폰 배터리가 깜빡거리는 신호처럼, 건강 적신호에 멈춰야 했습니다. 번아웃 증후군이었습니다. 살기 위해선 리셋해야 했습니다. 1개월 가료, 회복하기 위해 몇 달간 안정과 휴식이 필요했습니다. 아이들과 보낸 시간, 집안일을 챙기는 시간 외는 책을 읽으려 노력했습니다. 하루하루 책을 가까이하면서도 잘 읽히지 않아 답답할 때가 많았습니다. 독서 근육이 없는 상태는 거대한 장애물에 막혀 어쩔 수 없이 움직이지 못하는 것과 같았습니다. 마음속 웅크리고 있는 공룡 같은 익숙한 습성과도 싸워야 했습니다.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 나를 지키기 위해 읽었던 책, 변화는 더디고 가야 할 길은 멀었습니다. 책은 쉽게 지식과 지혜를 내주지 않았습니다.
조금씩 꿈틀거렸던 책 읽기는 3년이 지나자 생각의 변화로 나타났습니다. 소비적인 모임과 만남은 줄이고 책을 가까이하는 분들과 관계를 늘렸습니다. 5년 때부터 독서모임, 커뮤니티 운영 등 활동적인 독서를 하면서 생각 지평을 넓혀 갔습니다. 책과 씨름하였던 지난 날들, 가끔 만나는 벽돌 책에 위축되기도 했지만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서두르지 않고 한 걸음씩 내디뎠습니다. 전구의 룩스에 따라 빛의 세기가 다른 것처럼 독서력에 따라 소화하는 분량이 다를 테니까요. 책과 밀당을 하면서 책이 주는 선물이 고마워 삶의 변화로 나타내고 싶었습니다. 자존감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인정받는게 아니라 스스로 느끼고 인정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걸 알았습니다.
잔잔한 음악과 커피 한잔, 서늘한 바람이 살짝씩 불어오며 매미소리가 간간히 들립니다. 아내 옆에서 창밖을 보며 글을 쓰는 지금이 카이로스, 행복과 로딩하는 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