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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불편한 편의점'을 읽고

불편함에 대한 생각 전환, 눈물겹도록 따뜻한 이야기

by 모티
"강은 빠지는 곳이 아니라 건너가는 곳임을.
다리는 건너는 곳이지 뛰어내리는 곳이 아님을."
<불편한 편의점, p266>

읽은 책을 가급적 리뷰하고 싶지만 여러 이유로 제한적입니다. 처음 가는 식당이 당골 집이 되지 않듯 읽은 책마다 감흥 지수는 천차만별입니다. 라디오에서 소개한 책을 우연히 들었습니다. <불편한 편의점>이란 제목과는 다르게 '감동 주는 편의점', '따뜻한 편의점'으로 소개되어 책연이 되었습니다. 로나19로 힘든 이때 마음의 온도를 높여 주리라는 설명이 좋았습니다.


주인공 독고는 매일 술을 마시는 노숙입니다. 알콜성 치매를 지닌 채 살아가지만 의협심이 강합니다. 임영숙 여사의 잃어버린 파우치를 찾아준 것이 인생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배경과 내용은 임여사가 운영하는 작은 편의점에서 주인공이 겪게 되는 에피소드입니다. 편의점에서 마주하는 도시락 '산해진미'(배려), '진상 손님'(기지와 용기), '삼각김밥'(이해과 사랑), 원플러스원(가난과 가족애), 참참참 세트(웃픈 현실), 네 캔에 만원(역지사지), 폐기 상품 나눔(온기) 등 편의점 일상을 통해 우리 사는 모습을 줌인, 줌아웃하며 보여줍니다.


청파동 골목에 있는 작은 '올래이스 편의점', 생계를 위해 근무하는 선숙, 공무원 준비하며 알바하는 시현, 야간근무자 독고는 다양한 고객들과 고군분투하며 살아갑니다.


매일 술, 노숙인으로 살았던 독고는 말을 더듬고 행동도 굼뜹니다. 듬직한 덩치로 진상 손님들을 제압하고, 보기와는 달리 물건 정리, 주변 청소, 님을 공경하는 모습에서 직원들의 선입견이 차츰 바뀌어 갑니다. 한적한 편의점이 독고의 활약 덕분으로 활기 있는 곳으로 변해갑니다.


독고는 의사였습니다. '의료사고'로 환자가 죽은 이후 독고의 삶은 소용돌이에 빠졌습니다. 대리수술 사고로 언론 집중, 진상규명 요구, 가족의 냉소와 무관심 그리고 가족 잠적은 시한부 삶을 살도록 내몰았습니다. 술에 의지하며 하루빨리 죽기를 바라던 때 비슷한 노숙인의 도움으로 생을 연명하고 있었습니다. 노숙인 독고는 떠났지만 그를 잊지 않으려 가명으로 독고라는 이름으로 사는 중이었습니다.

불편한 편의점은 사라져 가고 있는 것들을 하나씩 조명합니다. 가장 아끼고 사랑해야 할 가족 간의 불화와 그 이유, 술에 의지하는 가장의 애환, 꿈을 위해 삶을 갈아 넣고 버티는 청년의 삶, 불공평한 의사의 특권 고발......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합니다. 서민들의 애환을 천히 풀어내며 병든 사회를 진단합니다.


"주인공 독고의 모습이 내 안에는 없을까"


모두가 무시하고, 외면하고, 회피하던 한 사람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으로 아름다운 백조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고통스러운 기억들과 마주하며 속죄하며 살기로 했습니다. 외상 후 성장하는 좋은 본보기가 되었습니다. 한 사람의 인품이 다른 사람의 삶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배웠습니다. 타인을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이 힘겨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배려''와 '존중' 그리고 '가족애'란 의미를 재정의하게 합니다. 영화로 나오지 않을까 조심스레 전망해봅니다. 라인업은 송강호. 아이유, 윤여정, 설경구, 이정은, 유해진 등...

"행복은 뭔가 얻으려고 가는 길 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길 자체가 행복이라고. 그리고 네가 만나는 사람이 모두 힘든 싸움을 하고 있기 때문에 친절해야 한다고"
<불편한 편의점, p140>


적바림 했던 메모

* 내가 쓴 글이 누군가에 위로와 희망이었으면.

* 미래로 평가받고 싶지만 지난 일과 현재로 평가될 뿐.

* 서로를 신뢰하는 마음이 감정 찌꺼기를 녹인다.

* 대화를 잘 들어주는 것만으로 상대에 힘이 된다.

* 상대를 변화하고 싶으면 작은 배려부터 실천하자.

"결국 삶은 관계였고 관계는 소통이었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고 내 옆의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 데 있음을 이제 깨달았다." <불편한 편의점, p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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