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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 산책] 완독, 다독보다 중요한 것은

독서는 지식을 체화하고 사유의 폭을 넓히는 수단이다.

by 모티
모든게 조화로운 순간을 담았습니다.
“완독, 다독보다 중요한 것은 독서 후의 사유다. 한 권의 책을 읽으면 그 책을 읽는데 투자한 시간 이상 책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독서는 지식을 체화하고 사유의 폭을 넗히는 수단이다. 성찰의 실마리를 던져 주지 못한 책은 시간을 파먹는 좀벌레에 불과하다. 한 권의 책을 읽더라도 저자의 사상을 이해하고 그것을 나에게로 끌어들여 내 생각을 교정해 냈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을 기억하자.”
<시골 의사 박경철의 자기 혁명 중에서>

책은 한 권씩 읽어야 할까


저는 글감을 주로 책에서 찾습니다. 한 권의 책을 완독 하기보다는 여러 종류의 책을 번갈아서 읽는 편입니다. 학교 다닐 때 여러 과목을 들었던 것처럼 메인 책에 서브 책 4~5권을 읽습니다. 부담스러운 책은 에너지가 필요하기에 주로 아침에 읽습니다. 에세이나 자기 계발서는 점심 후, 저녁에는 소설, 시, 교양 등을 읽으며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끌리는 내용은 밑줄을 그으며 떠오르는 생각을 남깁니다. 생각의 물꼬를 터주는 문장을 만날 때면 적바림 하며 순간을 잡아둡니다. 기존에 지식에 책이 주는 영감이 더해져 새롭게 생산되는 과정은 변증법 논리의 정반합을 닮았습니다.


모든 것이 배우는 재료


머리가 복잡할 때는 음악을 듣거나 산책하며 주변을 관찰합니다. 그림 그릴 때 구도를 잡듯 지나치는 풍경을 담기 위해 화가의 시선으로 대상을 보려 합니다. 사람과 자연은 움직이는 책입니다.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보이는 것이 달라집니다. 작은 변화를 볼 수 있는 안목은 '낯섬'과 '다름'을 즐기며 일상화하는 것입니다. 건강에 적신호가 와야 몸을 챙기듯 삶의 굴곡이 있어야 성찰을 하게 됩니다. 삶을 비로소 돌아보게 됩니다.


"스스로 힘을 기르자"

"끌려가는 삶보다 끌어가는 삶을 살자"


심장 박동이 갑자기 멈출 때 심폐소생술을 하는 것처럼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을 때 책을 붙잡았습니다. 어린아이들과 아내를 위해서도 다시 일어나야 했습니다. 책이라는 새로운 동력이 필요했습니다.

빛의 반영을 보며 바람과 날씨를 떠올립니다.

독서모임을 하면서


독서 모임은 개인 취향으로는 선택할 수 없는 다양한 책을 만나게 된다는 것이 매력입니다. 배경지식이 없거나 평소 선호하지 않는 불편함도 감수해야 합니다. 3년 동안 책이 주는 기쁨을 누렸습니다. 환경 분야의 고전으로 평가받는 ‘침묵의 봄’, 서울대 공대 교수들이 쓴 ‘축적의 시간’, 미술의 이해의 길잡이 ‘한국의 미’, 인생 소설 극과 극 ‘그리스인 조르바’, 유럽 이해의 필독서 ‘그리스 로마 신화’, 마이크 센델의 통찰‘공정하다는 착각’, 유발 하라리의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을 회원들과 나누며 생각 지평을 넓혔습니다. 각자의 해석은 고유의 소리가 되어 수많은 연주가 새롭게 탄생하였습니다.


사색이 필요한 이유


많은 책을 읽는 것도 필요합니다. 그러나 읽은 책을 정리하며 내재화하는 과정이 훨씬 중요합니다. 책을 읽는 이유 중 하나는 생각의 힘을 키우는 것입니다. 어떤 것에 대하여 깊이 생각하고 이치를 따지는 사색의 과정을 거쳐야 생각의 힘을 기를 수 있습니다. 검색한 지식이 내 것이 아니 듯 책을 읽었다고 해서 내 것이 될 수는 없습니다. 읽을 순간은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 같은 착시효과도 맛봅니다. 읽을 때뿐이며 현실의 변화는 더디기만 합니다. 단순 지식으로만 그치기 때문입니다. 책을 통해 얻는 정보는 비슷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책에 쓰인 텍스트를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나만이 할 수 있는 독창적인 일입니다.

미국의 존 로크는 “독서는 단지 지식의 재료를 얻는 것에 불과하다. 그 지식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은 오직 사색의 힘으로 가능하다.”라고 하였습니다.
<삶의 무기가 되는 글쓰기, P135>

사색을 통한 지식 내면화 과정이 지식을 지혜로 만드는 연금술입니다. 보는 것과 읽는 것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읽었다는 것은 글자에 담긴 의미를 이해했다는 말입니다. 저자 의도를 읽고 보이는 것 이상을 볼 수 있는 혜안, 삶에 까지 적용할 수 있을 때 제대로 된 독서일 것입니다. 단순 지식만 얻으려면 검색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검색에 익숙하면 사색할 수 없습니다. 검색은 빠른 듯하나 휘발성이 강해 금방 사라집니다. 읽고 생각하고 다시 읽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끊임없이 책과 줄다리기를 해야 합니다. 시간이 쌓일수록 생각의 창고는 풍성해집니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살아가게 됩니다. 변화된 삶을 증거 하는 주인공이 됩니다.

달과 별 그리고 등불은 어둠속에서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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