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자신이 민주주의자가 되지 않는 한 한국의 민주주의는 결코 안정적으로 뿌리내리지 못하리라는 사실입니다. 어쩌면 민주주의는 정치 체제의 문제가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의 문제일지 모릅니다.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 P256>
세계가 부러워하는 정치 민주화, 세계 10위 경제 규모,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이 된 유일한 나라, 3만불-5천만 클럽 가입, 케이팝 열풍, 선진 의료 시스템 등 밝음과
자살률 1위, OECD 중 행복지수 최하위, 노동시간이 가장 긴 나라, 불평등이 심한 나라, 노동자의 죽음이 빈번한 나라, 출산율 최저 등 어둠이 공존합니다.
이탈리아 철학자 프랑코 베라르디는 대한민국을 "끝없는 경쟁, 극단적 개인주의, 일상의 사막화, 생활리듬의 초가속화"라며 한국 사회의 4가지 특징을 진단했습니다.
저자는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우리의 일상, 우리의 삶의 방식이 뭔가 비정상적이고, 부조리하고, 이상한 모습으로 보일 수 있음을 직시합니다. 독일이라는 거울에 대한민국을 비추며 병든 사회라는 불편한 진실을 보여줍니다.
분단체제가 기형적인 사회를 만든 주범이라고 주장합니다. 우리 사회가 광장 민주주의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일상 민주주의의 낙후는 것은 뿌리 깊은 유교 사상, 일본 제국주의 식민통치와 군사독재 시대가 남긴 집단주의, 군사주의, 병영문화 등이 잔재해서라며 일상의 민주화는 아직도 요원하다고 강조합니다.
정치민주화는 어느 정도 이루었지만 구성원이 참여하는 사회 민주화, 노동자도 경영에 참여하는 경제 민주화, 호칭의 문제, 인권 감수성, 높은 성의식 등 문화 민주화의 실현은 여전히 멀었다고 합니다. 모든 형태의 억압으로부터 해방운동 '68혁명'과도 같은 과정이없어 한국 사회의 그늘이 짙어졌다고도 보았습니다.
분단을 야기한 냉전체제 해소는 시급히 이루어야 할 과제로 보았습니다. 냉전체제는 군사 주권을 미국에 양도함으로써 한국의 국가 주권을 훼손했고, 극단적으로 우경화된 정치 지형을 조성하였으며, 재벌 독재의 경제 질서를 만들어 경제 정의를 파괴했고, 권위주의적 성격을 심어 한국인의 정서를 왜곡했다며 목소리를 높입니다.
Photo by 빛피스
책을 읽는 동안 불편한 진실들과 하나씩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무늬만 민주주의 일수도 있구나"
"정글 같은 경쟁사회가 벼랑 끝으로 몰고 있다"
"독일처럼 조교도 총장 할 수 있는 날이 올까"
"베트남전 파병의 실상과 부끄러움"
"대한민국을 집어삼킨 야수자본주의"
"보수대 진보라는 프레임의 민낯"
"미국은 더 이상 글로벌 스탠더드가 아니다"
"남북통일에 대한 담론 필요성"
"인권 감수성, 소비 감수성이 필요한 사회"
처음에는 대한민국의 치부를 계속 드러내는 것에 화끈거리기도 했습니다. 독일이란 나라에 빗대어
대한민국은 형편없는 나라로 인식하는 시선이 싫었습니다.
재독을 하며 비로소 병든 대한민국의 실상을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헬조선으로 압축되는 대한민국의
현실은 경쟁과 소비를 조장하고강자만 살아남는 자본주의 폐해의 각축장이 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우리에게 있었습니다. 교육개혁, 언론개혁, 사법개혁, 검찰개혁, 경제개혁, 정치개혁의 필요성을 느낀 만큼 바꾸기 위해 살았을까요. "누군가는 해야 하지만 나는 아니다"는 생각으로 살지는 않았을까요.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입니다. 불편한 책, 낯선 내용들이 완고한 생각을 깨우는 도끼가 되었습니다. 내 안의 독재의 모습은 없는지, 내 안의 68혁명은 있었는지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더 나은 한국을 위해서는 개인부터 현대사에 대한 바른 이해, 나만 옳다는 생각 변화, 다양성을 인정하는 문화, 사회적 약자가 존중받는 사회 분위기 등 의식의 변화부터 이뤄질 수 있도록 다 함께 노력해야겠습니다. 나부터, 가정에서부터 성숙한 시민이 될 수 있도록 배우고 실천해야겠습니다.
발전은 압축적으로 할 수 있지만 성숙은 압축적으로 할 수 없다는 저자의 말에 깊이 공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