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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 산책] 지금 이 순간, 현재에 의미를 부여하자

순간에 의미를 부여해야 삶이 의미의 합이 된다.

by 모티
"지금 이 순간, 현재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면 행복은 삶이 끝나갈 때쯤에나 찾게 될 겁니다. 순간에 의미를 부여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의 삶은 의미 없는 순간들의 합이 될 테니까요." 박웅현의 <여덟 단어 중>


지붕에 툭툭 떨어지는 빗소리가 들립니다. 땅에 부딪히는 빗소리는 같은 음을 반복하는 연주 같습니다. 멀리 서는 '수뚱에 기젓'이라는 새소리, 쏴~아 바람소리와 개 짖는 소리가 들립니다. 지금 순간을 온몸으로 접속하려 지긋이 눈을 감습니다. 공간이 순간 이동합니다. 어린 시절 마음껏 개처럼 뛰놀던 그때가 있었습니다. 미꾸라지 잡는다며 모기장으로 뜰채를 만든 순간, 모가치기를 하려 냇가에서 네모난 돌을 찾던 때, 논바닥에서 썰매 타며 넘어진 순간, 빈집에서 짤짤이 하며 가슴 졸이던 때, 제사 때마다 '단냥이요'하며 양푼을 던졌던 추억, 사랑채에 귀신이 나왔다며 할머니 품속으로 들어갔던 습까지 흑백 필름 속에 편린들이 되살아 납니다. 35년 전 기억을 토해내는 데는 벽을 맞이하는 지금 시골집이기 때문입니다.


인생 마라톤이 90이라면 이제 막 반환점을 돌았습니다. 세월은 흔적을 남기며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지난달까지 식사를 함께하며 담소를 나누었던 분을 더 이상 볼 수 없고, 직장 동료도 하나둘씩 세대교체가 됩니다. 건강에도 자신이 없어집니다. 조금만 무리하면 다음날 영향을 받고, 건강보조식품을 챙겨 먹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세월 앞에 장사는 없는대도 영원히 살 것처럼 그렇게 사는지 모르겠습니다.


박웅현 작가의 <여덟 단어>를 다시 읽습니다. 2015년 1월부터 3번 이상을 읽었음에도 다시 읽으니 밑줄 친 의미가 새롭습니다. 적바림을 보니 공감도 있고, '갸우뚱'도 있습니다. 그간 경험으로 채워진 덧칠이 책을 더욱 풍요롭게 재해석하도록 만듭니다.


이 책을 통해 '낯설게 보기', '들여다 보기', '순간에 의미 두기'를 배웠습니다. 책연이 되어준 고마운 책입니다. 반복적인 작가의 시선이 제 삶에 스며들었습니다. 보는 관점을 조금씩 바꿀 수 있었습니다. 무작정 힘을 쓰던 모습에서 필요한 때 힘을 쓰는 지혜를 얻었다고 할까요. 흘려보낸 것들을 덜 흘려보내게 되었습니다. 아내에게, 친구에게, 지인들과도 나누며 함께 깨달음을 누리고 싶었습니다.


처음엔 작가 시선을 무작정 따라갔습니다. 그것을 닮기 위해 다양한 것을 해보았습니다. 막고 품는 것보다 설명을 들은 후 보게 되는 것은 달랐습니다. 하지만 그때뿐이었습니다. 흉내만 낼뿐, 바로 내 시선이 될 수는 없었습니다. 깨달음과 아쉬움, 안타까움과 놀라움을 재료로 한 배움이란 요리 없이 얻을 수 있는 것은 없었습니다. 보는 것도, 느끼는 것도 치열한 연습이 필요했습니다. 꽃을 들여다본다고 시인이 될 수는 없었습니다. 일상 속에서 특별함을 찾아내는 안목은 많은 노력과 고행의 산물이었습니다. 고수의 간결함은 끊임없는 수련의 결과임을 망각한 채 수고 없이 쉽게 얻으려 한 어리석음이 있었습니다. 통찰력은 삶을 제대로 사는 사람들에게 주어진 선물이었습니다.


답은 내 안에 있었습니다. 아무리 좋은 가르침이라도 소화하는 것은 내 몫이었습니다. 다른 사람을 부러워만 하고 살기에는 인생이 너무도 짧았습니다.


후회하는 때도 있었지만 지금 선택한 일에 대해 덜 후회하도록 그렇게 살고 싶습니다. 곽재구 작가님은 "연륜은 사물의 핵심에 가장 빠르게 도달하는 길의 이름이다"라고 하였습니다. 한해 한 해가 채워질수록 숙성되는 것이 좋습니다. 소비하는 것보다 생산하는 것이 행복합니다. 속도보다는 방향 생각하며 내게 묻습니다.


소중한 것을 흘려보내지는 않는가?

지금 순간을 사랑하고 있는가?

"모든 선택에는 정답과 오답이 공존합니다. 그러니 어떤 것이 옳은 것인지 고민하지 말고 선택을 해봤으면 합니다. 그리고 그 선택을 옳게 만드는 겁니다. 박웅현의 <여덟 단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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