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날, 모든 순간'은 몇 년 동안 노래방에서 부르던 최애곡입니다. 18번이 된 데는 아내의 권유(?)가한몫했습니다. 다른 노래는 소음 수준이라는 인색한 평임에도 이 노래만큼은 예외였습니다. 비록 음정과 박자가 맞지 않아도 담담히 부르는 모습이 좋았다고 했습니다.가사만으로도 힘을 주는 울림이 있어서입니다.
오늘, 드라이브하며 이 노래를 듣습니다. 서로 표현하지 않아도 함께 채워진 사연과 추억들이 재생됩니다.
아내가 퇴사하며 한 달가량 쉬는 때가 있었습니다. 노래 가삿말처럼 햇살 눈부신 날 회사를 방문했습니다. 예기치 못한 깜짝 방문으로 직장에서 핫이슈가 되었습니다. 아내 덕분에 동료들로부터 폭풍 관심을 받았습니다.
"어떻게 하면 음식을 해서 사무실에 올 수 있나요"(놀람)
"사랑받는 남편이시네요"(부러움)
"사모님의 용기가 대단하세요"(질투)
지금도 그 당시 동료들과 만날 때면 그 일이 회자됩니다. 마음이 잘 맞아 일이 즐겁다고 몇 번 말했던 것에 아내는 보답하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공직생활을 하면서 가장 빛났던 순간으로 기억됩니다. 눈빛만 봐도 상대를 알아차리고 부탁하지 않아도 서로 도울 일을 챙겼습니다. 팀원 각자의 개성이 조화를 이루는 환상팀이었습니다.
보고 싶은 사람 찾아가기
아내의 깜짝 방문은 제게 여러 의미를 주었습니다. 함께 일하는 동료까지 챙기며 마음을 표현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아내의 방문 씨앗이 제게 심어졌습니다. 1년 후 연가를 내고 세종종합청사에 근무하는 마음 선배를 찾아갔습니다. 파견 중인 선배와 1년째 통화로 안부만 묻는 것이 걸렸습니다. 선배 사무실을 방문하여 동료들께 인사들 드렸습니다. 여러 부처에서 모여서인지 처음엔 분위기가 어색했습니다. 떡과 담소를 나누며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졌습니다.
"오길 참 잘했다. 선배가 많이 외로웠겠구나"
바쁘다는 이유로 소중한 것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못한 것들을 하나씩 찾고 싶었습니다. 선배는 지쳤을 때마다 마음으로 행동으로 도움을 주었던 분입니다. 행동으로 진심을 표현할 때관계는 더 깊어집니다.
상대의 기쁨이 내 기쁨이 되고, 부족함이 이해되며 도와줄 방법을 찾습니다. 상대가 힘든 만큼 내 마음도 아픕니다. 계산되지 않습니다. 주고도 못 준 것이 생각납니다. 아끼는 사람,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상대의 단점을 내가 채워주고 싶다면 관계가 발전됩니다. 이상적인 관계는 때론 친구 같고, 스승 같은 때가 좋습니다. 편하면서도 배울 부분이 있을 때 오래 만나고 싶어 집니다. '좋은 관계'라는 요리는 서로 '매력', '공감', '경청' 그리고 '배움과 성찰'이란 재료에 배려라는 양념이 있어야 완성됨을 느낍니다. 알아갈수록 스며드는 인연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