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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티 정문선 Oct 04. 2021

[일상 관찰] 손편지 쓰는 날

각종 기념일은 손편지로 마음을 전합니다.

생일에는 최소 세통의 편지를 받는다.

첫째 생일을 기념하며


10월 5일은  딸 15번째 생일입니다. 생일 전날 저녁 식사를 마치고 케익에 촛불을 켜고 모였습니다.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며 기뻐했습니다. 손편지와 각자 마련한 선물을 주었습니다. 동생은 언니 중간고사 시험 잘 보라며 접은 종이학과 노트, 포스트잇, 필기구 등을 예쁘게 포장해 주었습니다. 아내는 하얀색 운동화, 저는 검은색 백팩을 준비했습니다. 첫째는 평소 필요한 것도 사달라지 않습니다. 신발장에 있는 엄마의 운동화를 신고 다니거나 가방이 낡았는데도 내색하지 않습니다. 평소 아이를 살펴 필요한 것을 알 수 있었던 아내 덕분에 이번 생일에는 센스 있는 아빠가 되었습니다. 생일 때마다 책을 선물해 주어서 올해도 책을 받을 거라 기대가 적었던 딸은 방을 받고 매우 좋아했습니다.


언니 소원을 위한 종이학

 

몇 년 전부터 생일 때마다 손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어느샌가 우리 가족은 생일을 맞은 사람에게 편지 쓰는 문화가 되었습니다. 말하기 쑥스러운 내용은 편지에 진솔하게 담습니다. 생각하며 쓰는 동안 상대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됩니다. 나의 부족함을 고백하게 됩니다. 상대를 위해서도 좋은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하게 됩니다. 로 표현하는 것은 말하는 것과 다른 오묘함이 있습니다. 글로 표현할수록 서로간 이해 폭은 넓어집니다. 진심을  담은 편지는 그 자체만으로도 상대에게 감동을 줍니다.


꽃이 고유한 향기가 있듯 사람마다 그러하다

존재만으로 소중한 사람


첫째는 태어난 지 며칠 되지 않아 크게 아팠습니다. 눈에 누런 눈곱이 끼면서 눈 주위가 붓고 눈에서 고름이 나는 것처럼 증상이 심해졌습니다. 쳐다볼 수 없을 정도로 눈은 충혈되었고 세균 감염이 심각했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영구적 시력 감소도 될 수 있다며 걱정했습니다. 매일 눈에 꽉 찬 고름을 벗겨내며 눈을 소독했습니다. 자지러지는 아이의 울음소리는 보는 사람의 피를 말렸습니다. 그래서인지 아내도 반쯤 정신이 나간채로 지냈습니다. 2주가 지나자 아이 눈은 정상으로 회복되었습니다. 첫째는 그렇게 강한 신고식을 치르며 기적처럼 우리 가족이 되었습니다.


태어나자마자 세균과 힘든 싸움을 해서 면역력이 약해졌는지, 아이는 아토피 피부염과 비염으로 병원을 자주 들락거렸습니다. 먹는 것을 조절하며 조심하는데 통과의례처럼 피부는 각종 청구서를 내밀었습니다. 토끼눈처럼 생긴 아이는 사람들을 똑바로 보지 못했습니다. 고개를 숙이고 학교를 다니는 모습에 애잔했습니다. 아빠로서 대신 아파줄 수 없는 것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시나브로 음식조절과 치료를 병행하며 아토피는 조금씩 나아졌습니다.


그런 아이가 중학교 2학년이 되어 사춘기를 겪고 있습니다. 풍노도의 한 복판에서 몇 달을 보내며 공부와는 담을 쌓았던 아이가 요즘 잠을 줄여가며 공부시간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부모의 지난한 기다림을 알았는지 아이는 언제 저가 그럈냐는 식으로 부모의 마음을 헤아립니다. 모든 일은 때가 있다 봅니다. 아내는 날마다 아이의 마음이 흡족하도록 노력합니다. 매일 생일상을 차린 것처럼 밥 한 끼에도 정성을 듬뿍 담습니다.  집밥은 심리적 허기를 채우는 명약입니다. 아이가 없을 때면 청소를 하며 깨끗한 환경을 제공합니다. 아내의 변함없는 꾸준함이 아이에게 전해진 모양입니다. "엄마가 해줄 수 있는게 이것밖에 없다"며 극한직업을 수행중입니다.


아이가 방황한다면 그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상담하며 부모가 미처 모르는 아이의 기질도 파악하고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주어야 합니다. 기다려주면서, 도울 일을 찾고 아이와의 관계의 끈을 놓지 않아야 합니다. 진심으로 다가서는 노력이 관계 회복의 지름길이 아닐까요.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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