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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또 하나의 조선을 읽고

시대의 틈에서 나다움을 찾은 52명의 여인들

by 모티



시대적 한계 속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받아야 했던 상황임에도 '나''를 찾는 여정을 흥미롭게 보았습니다. 각자 삶의 모습은 다를지라도 자산의 인생을 살고자 하는 고군분투의 모습에서 근본적인 물음이 떠오릅니다.


"어떤 인생을 살 것인가"


조선은 유교문화와 남녀차별이 존재하는 남성 중심의 나라였습니다. 그래서 자주적으로 한평생을 살아내고 운명을 넘어선 52명을 소개하는 의미는 적지 않습니다. 신분상으로는 여종, 산골 촌부, 왕비까지 나이로는 10대 소녀에서 80세 할머니까지 인물들의 치열한 삶의 기저에는 실존과 자존이 있었습니다.


작가는 평범하지 않는 삶을 살아낸 여인들을 통해 성공한 삶의 기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합니다. 주목되지 않는 소외되었던 사람들의 기록들도 드러내며 조선사회의 시대상을 보다 입체적으로 조명합니다.


인상 깊었던 인물들을 떠올립니다.


평범했으나 숭고한 삶을 살다 간 김돈이는 조선 최초의 묘지명의 주인공이었습니다. 남편 이문건의 기록과 애틋함 그리고 부인 김돈이의 지혜로움의 조화에 미소 짓습니다.


다산 정약용은 아내의 헌신과 희생이 있어기에 실학을 집대성한 대학자가 될 수 있었습니다. 6명의 자식을 먼저 떠나보내고 남편의 빈자리를 메우며 사는 삶은 고된 삶이었습니다. 30년 전 입은 다홍치마에 그리움을 시를 써 남편에게 보내는 마음씀에 울컥하기도 했습니다. 사랑은 신분과 시대를 초월한 영원성이 있습니다. 만나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는 굴곡진 삶이지만 가시밭길을 꽃길로 바꾼 홍혜환의 삶의 궤적도 높이 평가되어야 할 것입니다.


귀양지인 강진에서 다산의 소실로서 다산학을 이룰 수 있도록 큰 공을 새운 홍임모의 마음에 감정이입이 되었습니다. 사랑하면서 떠나보내야 했던 현실, 드러내지 못하며 가슴앓이한 모습이 타인을 통해 역사에 남았습니다. 가슴 아픈 러브스토리는 영화나 드라마로 재탄생해 그녀의 명예가 회복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죽음으로 자신의 명예를 지키고자 했던 영천 사람 박씨를 보면서 20세의 나이에 과부로서 결백과 부당함을 호소하기 위해 목숨을 끊을 수밖에 현실을 보면서 지금 우리 사회에도 일어나는 일들을 떠오릅니다. 아직도 많은 여성들은 성폭력 피해자로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남성 중심의 문화, 유교문화, 성에 대한 왜곡된 인식은 하루빨리 개선되어야 할 것입니다. 독일처럼 어렸을 때부터 국가적으로 체계적인 성교육이 이루어져 성인지 감수성이 높이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것입니다.


천하를 품에 안은 여행가 김금원을 보면서, 욕망과 감정은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것임을 느꼈습니다.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14세에 남장을 하며 금강산과 관동팔경을 여행하며 기록을 남겼습니다. 스스로 존재론적 질문을 던지며 자아정체성을 찾고자 하는 노력에 박수를 보냅니다. 김금원의 도전정신과 용기는 지금 현실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여러 가지 핑계로 현실에 순응하며 사는 것이 당연함은 될 수 없을 테니까요.


역경과 고난의 삶, 분노와 억울함을 안고 삶을 마친 사람, 운명에 순응하면서 집안일 일군 삶, 예술 또는 학술로 성취한 삶을 보면서 한분 한분 소중하지 않은 인생이 없음을 알았습니다. 글을 읽으며 다양한 인물들의 드라마틱한 삶을 보며 직장생활과 일상을 투영해 았습니다. 내 안의 욕망과 다양한 감정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삶의 부침에 대해 좀 더 대범하게 맞서며 한 걸음씩 걸으며 견뎌야겠습니다.


현시대에도 조선시대와 다름없는 인식의 고착, 차별들이 없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타인에게 휩쓸리지 않는 자주적인 삶, 주도적인 삶을 만들어 갈 때 우리 사회는 더 행복할 것입니다. 다름과 다양성을 존중하며 연대하는 사회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행동부터 실천해야겠습니다.

또 하나의 조선이 나올 수 있는 것은 기록과 연대가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불의에 맞서고, 정의를 위해 노력했던 여성들의 몸부림이 있었습니다. 비범하게 그려지는 모습 이면에는 일상의 충실함과 운명에 순응하지 않는 강인함이 있었습니다.


삶을 기록한다는 것은 나를 위해서도 가족을 위해서도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기록의 중요성을 느끼는 요즘입니다. 책을 읽고, 쓰고, 기록하며 조금씩 익어가는 인격이고 싶습니다. 겸손하게 성장하여 나눌 수 있는 삶을 생각합니다.



<인상 깊은 시>


집을 옮겨 남쪽으로 내려가,

끼니라도 챙겨드리고 싶으나


한 해가 저물도록 병이 깊어져,

이내 박한 운명 어찌리까.


이 애절한 그리움을,

천 리 밖에 알고 계실는지.


<홍혜완이 정약용에게 다홍치마에 쓴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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