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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 산책] 스스로 비울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사람

나의 진정한 행복은 더 많이 가지는 것이 아니다

by 모티
"누구나 부를 꿈 꾸고 부자가 될 수 있는 시대이다. 여기서 불행이 시작된다."
<몸에도 미니멀리즘 중에서>

스스로 비울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사람은 행복해지기 쉽다고 합니다. 그러나 비운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무엇을 버려야 할지 혼동스럽습니다. 버리는 것이 두렵기도 합니다. 무언가를 가지고 있어야 안정이 됩니다. 매일매일 고군분투하는 현실에서 비움을 생각하기란 그리 녹록지 않습니다.


10년 동안 직장과 일이 늘 우선이었습니다. 아내에게 이해해 달라며 앞만 보고 달렸습니다. 몸과 마음의 신호를 무시하면서까지 조직에서 인정받고 싶었습니다. 스트레스는 주로 음식과 잠으로 해결했습니다. 100미터 질주하듯 달음질을 쳤지만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어느 순간 몸과 마음이 내편이 되지 않았습니다. 히려 부메랑이 되어 나를 넘어 뜨렸습니다. 타인의 인정과 사랑에 따라 내 행복이 영향받을 정도로 자존감이 적었습니다. 넘어지고 나서야 비울 수 있는 용기가 조금은 생겼습니다.


행복한 삶이란 무엇일까? 행복 관련 서적을 탐독하며 수많은 영상을 보았습니다. 통적인 메시지는 내 기준이 없이 사는 것, 행복을 밖에서 찾는 것이 어리석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나를 제대로 아는 것이 행복 여정의 출발점이었습니다.


저는 평소 서운한 점이 있으면 상대에게 꿍해집니다. 상대가 내 마음음 알아주지 못하면 곱씹으며 서운해했습니다. 정작 하루에도 수없이 변하는 게 마음 상태인데 타인이 나의 감정을 맞출 거라 기대했습니다.


스스로 물었습니다.

"기분이 좋지 않은 이유가 뭐야",

"혼자 소설을 쓰는 것보다 정중히 물어보는 게 어때",

"나를 함부로 하고 다른 사람을 위하는 건 위선 아닐까", "나에 좀 더 집중하면 어떨까"


조금씩 내 감정을 표현하기 시작했습니다. 부탁을 받으며 내 상황을 설명하며 거절하기도 했습니다. 마음의 외침에 따라 내키지 않는 일을 차츰 줄여 갔습니다.



나를 사랑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면서도 나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좋을 때는 나, 싫은 모습일 때는 너로 생각하며 부족한 모습에는 냉혹했습니다. 이켜보면, 부끄럽게도 더 많이 가지려는 것이 목표였습니다.상이 정한 행복의 기준에 장단을 맞추며 살았습니다. 소유가 곧 성공의 척도인 것처럼.


그러나 아무리 많은 것을 소유한다고 하더라도 물질적인 만족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집 밖을 나서면 식당과 상점들은 소비를 부추깁니다. 우리를 둘러싼 물건과 미디어는 사람들의 욕망과 희망을 포장하여 판매합니다. 소비가 미덕인 사회처럼 되었습니다. 돈이 있으면 모든 것이 다 해결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납니다. 그러나 많은 자기 계발서는 소유보다는 경험을 가지라며 조언합니다.


물질문명의 역습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졌지만 마음의 공허함은 커습니다. 자동차로 어디든 갈 수 있지만 걷는 운동량은 줄어들었고, 스마트폰은 도깨비방망이지만 전화번호 기억 능력은 사라졌습니다. 유튜브 검색할 시간은 있어도 독서하며 사색하는 시간은 부족 합하다. 여가 시간은 늘어났지만 마음의 불안은 커졌습니다. 인문학 하는 사람은 늘었지만 마음 아픈 사람은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박사와 전문가는 늘었지만 해결되지 않는 문제는 많아졌습니다. 고속도로는 목적지를 향하지만 멈춤의 미학을 느낄 수 없습니다. 먹는 것은 풍족하지만 마음의 허기는 더 커졌습니다. 속도와 경쟁하며 사는 삶에서는 내면의 소리를 잘 듣지 못합니다. 감성은 점점 메말라 생각은 조금씩 경화되어 갑니다. 잘 사는 소수가 못 사는 다수를 지배합니다. 물질문명이 발전은 그만큼 희생 대가를 많이 청구합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책장 위까지 책을 쌓아두어 정리가 필요했습니다. 김밥 옆구리 터진 것처럼 책장에 책들이 삐죽삐죽 나와있습니다. 정리할 책을 찾고 있을 때 초5인 둘째가 중고서점에 책을 팔고 그 돈으로 읽고 싶은 책을 사자는 솔깃한 제안을 합니다. 조건은 50프로 배당입니다. 아이에게 물었습니다.


"아빠 책을 파는데 왜 절반을 줘야 하지요"


" 많이 팔도록 도울게요. 책 라벨, 연필로 낙서된 곳은 제가 다 지울게요. 아이들 책이 어른 책 보다 더 비싸니 제 책도 몇 권 넣을게요"


You win ^)^;;


기분이 좋아진 둘째에게 질문을 합니다.

"왜 책을 읽을까"


"책을 읽으면 지식도 얻고 똑똑해지니까요"


"오~ 아빠 생각은 책을 읽으면 좋은 점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생각하는 힘을 기를 수 있는 것이 좋은 것 같아."


"생각을 잘한다는 얘기네요"


"근력운동을 하면 몸이 근육이 생기듯 책을 많이 읽으면 생각 근육이 생기거든. 문제가 생겼을 때 도움이 많이 되는 거 같아. 아빠는 30대 중반까지 책을 읽지 않았어. 그래서 더 힘들게 산 것 같아. 직장생활도 적응하기 힘들었거든. 실력이 있어야 나를 지킬 수 있고 남을 도울 수도 있어. 그래서 책을 열심히 읽는 거야"


"저는 책보다는 영상 보는 게 좋아요. 영화나 드라마, 유튜브를 보면 재미있어요. 책은 지루할 때가 많아요"


"그래.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해. 하지만 재미만을 생각하다면 쉽고, 편한 것, 자극적인 것에만 익숙해져. 모르는 정보는 검색하니 굳이 힘들게 찾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지. 그런데 쉽게 찾는 정보는 내 것이 되지 않더라. 공짜로 주는 것이 덜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처럼"


"아빠, 저도 조금씩이라도 책을 읽으려고 할게요"

500여 권의 책 중에 버릴 책, 팔책으로 구분했습니다. 책 상태가 양호한 책이 30여 권 되었습니다. 버릴책을 빼고 책별로 재분류하고 공간을 비웠습니다. 비워야 채울 수 있으니까요.


잠들기 전 둘째가 책을 읽고 있습니다. 가슴이 뭉클합니다. 어려운 일이더라도 독서습관을 유산으로 주고 싶습니다. 아빠보다는 덜 힘들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주도적으로 살면서 즐거운 일을 하며 꿈을 펼쳤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책판매로 다시 구입한 중고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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