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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 산책] 채근담에 나온 문장들

선배와 대화, 자연 관찰

by 모티
세월은 본래 장구한데 조급한 사람은 스스로 때가 왔다고 생각해 버린다. 천지는 본래 광활한데 속 좁은 사람은 스스로 세상을 좁다고 생각한다. 바람, 꽃, 눈, 달 등 사계절의 경치는 마음에 여유를 주는 것들인데 세상에 찌든 사람은 즐길 여유도 없이 쓸데없이 분주하구나
<후집 채근담 4>


어제 선배와 통화를 하였습니다. 선배의 목소리가 밝았습니다.


“퇴근하면서 생각나서 전화했다. 걸으면서 퇴근하니 계절의 변화가 느껴진다. 30년 만에 느껴보는 기분이다.”

“계절의 변화를 느끼시니 부럽습니다. 자연은 늘 곁에 있는데 우리가 눈길을 주지 않아요”


“ 바쁘게 살면서 주변 둘러볼 여유가 없었고, 차로 출퇴근하니 그런 거 같아. 건강 관리 잘하고, 페이스 조절하면서 일해”


“선배님, 풍경 사진도 공유해 주세요. 사진으로 여행 가렵니다. 조금만 둘러봐도 감사할 일이 참 많은데요. 선배님 목소리에 저도 힘이 납니다."


작은 것에 자족하며 감사하는 삶이 무엇보다도 소중합니다. 점심 후 잠시 산책을 하면서 새 지저귐과 벌레소리, 바람소리를 듣고 나무와 들꽃을 보게 됩니다. 짧은 감상이지만 마음이 평온해집니다. 머리가 가벼워집니다. 자연은 사람의 들뜸을 가라앉히는 명약입니다.


어떠한 대상을 대하더라도 배울 점은 있습니다. 보이는 것은 지식을 전하지만 사색을 통해 좀 더 본질적인 것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천천히 들여다볼수록 숨겨진 것을 하나씩 깨닫게 됩니다. 흘려보지 않도록 의식하는 노력이 관찰의 출발입니다.


계절의 변화에 따라 새롭게 태어나는 자연처럼 세월의 변화에 익어가는 인격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충실한 하루하루가 모여 인생이라는 명화가 만들어짊을 떠올립니다. 말의 가벼움을 경계하고, 행동의 무거움을 의식하며, 실천의 꾸준함을 생각합니다.


정치를 느끼기 위해 많은 것이 필요한 것이 아니니, 작은 연못이나 조그마한 돌에도 안개와 노을이 깃든다. 경치를 즐기기 위해 먼 데까지 갈 필요는 없으니, 쑥으로 얽은 창과 대나무로 이은 집에도 바람과 달빛이 넉넉하다.
<후집 채근담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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