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모든 곳에 있을 수 없기에 어머니를 만들었다'는 유대인 속담이 있다. 엄마라는 이름을 갖게 되면서, 자신보다 더 소중한 아이를 위해 여성들은 끊임없이 성장하는 것일까. 그래서 엄마가 되어봐야 진정한 어른이 된다고 하는 것일까. 정말이지, 자식을 생각하는 이 세상 엄마들의 마음은 다 똑같다. <조은아, 꿈길이 아니더라도 꽃길이 될 수 있고>
엄마라는 극한직업
라디오에서 나온 사연입니다. 고등학교 때 아토피로 고생하는 딸이 모든 짜증을 엄마에게 풀었답니다. 왜 이렇게 나를 낳았냐며 엄마는 자신의 감정 하수구였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엄마가 되고서부터 조금씩 어머니가 이해되었답니다. 어느 날 아이 손톱을깎다 피가 났답니다. 아프지 않을지, 세균 감염이 걱정되어 밤새 잠을 뒤척였답니다. 그러다 문득, 고등학교 때 엄마에게 화풀이했던 기억이 떠올랐답니다. 온몸에 거북등처럼 생긴 내 상처를 보며 엄마 마음은 오죽했을까? 차라리 본인이 아팠으면 좋겠다고 얼마나 기도했을까는 생각까지 이르게 되었답니다. 오히려 엄마가 죄인이라며 음식 조절부터 가족이 조심할 수 있도록 애쓰셨던 기억이 떠올라 집이 잠길만큼 울었다는 고백을들었습니다.
달려도 달려도 끝이 없는 엄마라는 직업
아스라한 기억
어머니에 대한 아스라한 기억은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언젠가 아버지가 저녁에 고기를 사 오셨는데, 엄마는 별로 드시지 않습니다. 입맛이 없다고 하시면서..... 고기량이 적어서, 가족을 먼저 생각하시는 게 몸이 배여서 그런데도 엄마는 고기를 좋아하지 않아서 그런다고 생각하는 철부지였습니다. 자식 밥은 챙기면서도 굶고 출근하는 날이 많으셨습니다. 메이커 병에 걸린 아들을 위해 이웃집에서 돈을 빌려 사주신 것도 나중에 알았습니다. 저온저장고에 갇힌 긴박한 순간에도 결혼 안 한 자식이 떠올랐답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엄마는 쓰러질 수 없었습니다. 남편 사랑을 못 받았으니 하나님을 더 찾는다며 새벽기도를 다니셨습니다. 증조부모를 포함한 대가족을 돌봐야 했습니다. 한 달에 두세 번 집안 대소사, 직장생활, 농사짓기 등 철인경기를 하는 선수처럼 그렇게 사셨습니다.
자신보다 자식을 먼저 생각하는 분, 애잔하면서도 짠한 그 이름, 세월의 풍화를 온몸으로 겪은 아낌없이 주는 나무셨습니다.
사춘기 아이들을 키우며 '참을 인'이란 글자를 수도 없이 생각해야 할 때, 몸과 마음이 곤할 때.... 비슷한 상황을 겪고서야 그 심정을 헤아리게 됩니다. 그때만이라도 안부전화드리며 표현해야겠습니다.
어려워도 뒷바라지하시면서 좋은 것을 주고 싶은 마음은 깊고도 깊었습니다. 자주 연락을 못 드려서 미안하다면서,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며 오히려 자식의 형편을 헤아립니다. 언제나 그 자리에 계실 거라는 생각만 하지 않아도 표현을 더 하게 됩니다. 자식이 부모를 헤아리는 것은 십 분의 일도 되지 않을 거라는 말을 자주 하셨습니다. 어머니도 꿈이 있었고, 어머니도 하고 싶은 것도 참 많았을 텐데요.
바다는 모든 오물과 생명을 품습니다. 어머니처럼
아내도 엄마다
아내는 밥 한 끼를 하더라도 대충 하지 않습니다. 요리하는 걸 보고 있으면 심혈을 기울인다는 의미를 이해하게 됩니다. 첫째 딸은 '엄밥진'(엄마 밥이 진리)이라며 추켜세웁니다. 열과 성의 노력이 쌓인 결과입니다.
첫째 아이는 피부가 약한 편입니다. 아이의 피부를 보며 계절의 변화를 알 수 있었습니다. 분장한 것처럼 눈 주위 그림자 때문에 상대를 똑바로 보지 못합니다. 그런 첫째가 아내는 늘 마음에 걸렸습니다. 아토피 치료를 위해 잘한다는 병원 , 좋은 음식, 뜸 치료 등을 하며 백방으로 노력했습니다. 아내는 아이를 위해 신경 쓸 일이 많았습니다. 선택지가 좁은 음식 재료에서 아이 입맛을 위해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사랑과 정성으로 한계를 극복해야 했으니까요.
아내는 식사 때마다 새로운 반찬을 하나 이상은 챙깁니다. 음식은 좋은 재료로 바로 해서 먹을 때가 가장 이상적이라며 맛있게 먹어주면 기쁘다고 합니다. 어제는 도토리묵 반찬이 나왔습니다. 상추, 오이, 당근, 양파와 어우러진 도토리묵이 입맛을 돋웠습니다.
"여보, 도토리묵 너무 맛있다. 상추는 부드럽고, 오이와 당근은 딱딱하니 씹히는 조합이 괜찮은데, 깨도 갈아서 넣은 것과 그냥 넣은 것이 다르네. 묵이 으깨지지 않으려면 조심해야겠다. 재료를 넣는 순서도 신경 써야 하고, 당신이 심혈을 기울인 이유를 알겠어. 참기름을 제일 나중에 넣는 것도 이유 있을 테고"
"제가 요리할 때 뒤에서 당신이 얼정거리면(백허그) 짜증 냈던 이유를 아시겠어요. 재료를 손질할 때, 음식간을 맞출 때, 머릿속은 매우 복잡해요. 당신이 일에 집중할 때 누군가 흐름을 방해하는 것과 같은 거예요. 최고의 맛을 찾고 싶은 저에게는 요리시간 집중이 매우 중요해요"
" 왜 진작 이런 얘기를 하지 않았어요"
"당신이 반찬 하나를 보며 상대의 수고를 살피고, 다른 때와 다르게 '와 맛있다', '당신 요리 최고야'보다 구체적으로 말을 해주니 기분이 좋았어요. 어디 요리만 그러겠어요"
(두 손을 높이 들며) "You Win"
매일 책을 읽고, 조금씩 글을 쓰고 있는 내 모습을 봅니다. 시골에서 놀다 불렀던 노랫소리가 들립니다.
"어디까지 왔니, 당당 멀었다"
아이의 건강 주치의, 행복 요리사로서 요리하는 것이 즐겁다는 아내가 고마울 뿐입니다. 어쩌면 삶에서 몸으로 글을 쓰고 있는 아내가 진정한 작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내는 오늘도 아이들을 위해 성장하는 중입니다. 아내도 엄마니까요. 이 땅의 엄마들이 자신을 더 아꼈으면 좋겠습니다. 신은 아빠도 만들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