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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 산책] 표류했다고 긴 항해를 한 것이 아니다

노년의 무성한 백발과 깊은 주름은 오래 생존한 것일지 모른다.

by 모티


"출항과 동시에 사나운 폭풍에 밀려다니다가 사방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같은 자리를 빙빙 표류했다고 해서, 그 선원을 긴 항해를 마친 사람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는 긴 항해를 한 것이 아니라 그저 오랜 시간을 수면 위에 떠 있었을 뿐이다."<정인호, '아티스트 인사이트' 중>



항해하는 삶


기원전 1세기, 로마 철학자 세네카가 남긴 말입니다. 인생은 항해로 비유되곤 합니다. 그러나 세네카는 "노년의 무성한 백발과 깊은 주름을 보고 그가 오래 인생을 살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 백발의 노인은 오랜 인생을 산 것이 아니라 다만 오래 생존한 것일지 모른다"라고 표류한 인생도 있음을 갈파했습니다.


나이 먹어, 직책에 따라 그만큼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나도 그렇게 살았으니 대접받아야 한다는 보상심리도 있을 겁니다. 중팔구 그들은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습니다. 자기중심으로 세상을 보기에 조그만 것도 서운해합니다. 분위기를 무겁게 하는데 감각이 있습니다. 그런 분과는 거리를 두며 반면교사로 삼아 그렇지 않도록 의식하면 됩니다.


전에 근무한 직장에선 직원들이 아픈 경우가 많았습니다. 일하는 여건, 직장 분위기, 업무량도 무관치 않았습니다. '갈구면 그만큼 나온다'라며 쥐어짜는 것도 한몫했으니까요. 직장 일이 즐거울 수는 없지만 적어도 계속해서 고통을 견디는 일은 되지는 않아야 하니까요.




멋진 관리자라면


직장생활이 생각대로 되던가요. 지금 40대는 후배들에 치이고, 올라갈 자리는 줄어들어 경쟁은 치열합니다. 중간에 눈치 보는 어정쩡한 세대일지 모릅니다. 관점을 금만 바꾸면 가교 역할을 하는 커넥터가 되기도 합니다. 어디서든 내 역할을 잘 찾아야 서운한 일이 줄어듭니다.

구는 5명이 하는 팀 경기입니다. 포지션별로 역할이 다릅니다. 키카 크고 덩치 좋은 사람은 보통 골밑을 지킵니다. 몸이 빠른 사람은 속공을 하거나 패스를 통해 경기 흐름을 이끕니다. 원팀이 되어야 경기를 지배할 수 있습니다. 포인트가드를 센터 위치에 둔다면 어떨까요. 다섯 명 경기에 세 사람 투입하면서 하라고 한다면 어떨까요. 심지어 이기라고까지 요구합니다. '그건 아니잖아요'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말을 삼킬 뿐입니다. 멋진 관리자는 적재적소에 맞는 인력배치, 즉 일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든 후에 성과를 도모합니다.



성찰 이유


바쁜 일상 중에도 내면을 보며 침잠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성찰 없는 삶은 사막화되는 삶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성찰의 파편을 글로 남깁니다. 글쓰기는 가십의 노예, 보이는 현상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이니까요.



자연을 오래 볼수록


요즘은 쉼, 여유, 성찰이란 단어를 크게 느낍니다. 그래서 자연을 더 살피나 봅니다. 힘들 때 책과 자연을 의지하며 버텨냈던 지난날이 주변을 아름답게 보는 안목이 되었습니다. 자연을 오래 볼수록 나를 보게 되었으니까요. 흔들리는 갈대처럼 연약함은 인정하면서도 바람에 따라 춤을 추는 모습도 즐기니까요.


"인간의 마음은 늘 휘청거리니 그 중심을 단단히 붙잡아야 한다." <심경>의 첫 구절


다산초당

#성찰#글쓰기#인생항해#사진에세이#자연관찰#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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