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 30분 출장 갈일이 생겼습니다. 길은 넓어졌고, 속도를 유지하는기능에 맞추니 예전처럼 힘들지 않습니다.1시 방향의 자연 명화를 감상하며 주행합니다.혼자라면 잠시 멈췄을 텐데요.담고 싶은 장면은 눈으로 찰칵합니다. 잔잔한 클래식이 흐르니 극적 순간이 연출됩니다. 보고, 듣고, 느끼는 어울림이 조화롭습니다. 이동하는 길이설레는 길로바뀝니다.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따라 길이 길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터널을 지나직선과 곡선을 따라갑니다. 평평한 직선으로만도로를 만들 수 없듯 삶도 다양한 변수들과 마주합니다. 안개가 자욱한 길, 바람이 휘몰아치는 순간, 집중 호우, 도로 공사, 사고 여파로저속도로를 주행할 수도 있습니다. 운전자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주행 속도와 휴게소를 들리는 일 정도입니다. 내가 바꿀 수 없는 것들에 반응하지 않고, 내가 조절할 수 있는 것을 관리하는 것이 지혜입니다. 그러고 보면 도로를 달리는 일이 인생가는 길과 닮았습니다.
낯선 곳의 풍경은 놀라움의 연속입니다. 현지에 사는 사람은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처럼 자세히 보지 않습니다. 보이는 익숙함에 속아 감흥이 적습니다. 매일 보는 풍경이라 그럴지도 모릅니다. 잘 아는 것처럼 착시효과로 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새로운 곳을 가면 주문처럼 외우는 말이 있습니다. "다시 못 올지도 몰라. 마지막이라 생각하며 이곳을 보자" 조금만 살펴봐도 눈에 담을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오감이 열려야 대상이 보내는 신호를 잡을 수 있습니다. 생각을 열어두고 보는 것을 즐기면 영감의 고기들이 뛰어오릅니다. 그 순간을 잡으려 사진이나 글로 남깁니다.
왼쪽 동백꽃의 형상, 오른쪽 '나도 저런때가'
뒷모습은 멋짐이지만, 알 수 없는 상황
선배와의 대화
오랜만에 만난 직장선배, 지난주 대학병원에 아버님을 모시고 진료를 받는데 하루 종일 힘들었다는 얘기였습니다. 환자가 아닌 의사 중심, 5분이 채 되지 않는 상담시간, 약 타는 시간까지 하루가 소비되는 현실에 화났다고 했습니다. 선배의 얘기가 더 크게 들리는 것은 언제 곤 경험할 수 있는 내 얘기일 수 있어섭니다.
"선배님, 속상하셨겠습니다. 고객중심도 쉽지 않은데 그곳을 갈 수밖에 없어 환자가 피해를 보내요. 지금 잘 된다고 경쟁력이 있는 건 아닐 텐데요. 공룡이 멸종했던 이유가 떠오르는데요 "
"부모님 두 분이 치매를 앓고 계셔서 많이 힘드네"
"얼마나 되신 거예요"
"몇 년 되었지. 지금 둘째 동생이 부모님을 모시고 있고, 병원에 모실 때마다 막내랑 번갈아가며 하고 있어"
"어려움이 많으셨네요. 서로 얘기할 기회가 없으니 잘 몰랐습니다. 선배님은 독서모임도 리드해 주시고 밝은 미소로 후배들을 따뜻하게 대해주셔서 늘 고마웠어요"
"책을 더 읽는 이유가 되었을 수도 있네. 마음이 건강해야 어려움도 버틸 수 있거든. 내 부모니까 나는 이해하지만 입장이 다르니 그런 것도 힘들더군."
"두 분 다 아프시니 더 힘드시겠습니다. 평일에는 센터에서 돌보더라도 결코 쉽지 않은 여건이네요"
" 이상 신호가 왔을 때 좀 더 살폈어야 하는데, 두 분이 같이 계시니 좀 더 일찍 대응하지 못한 게 많이 아쉬워. 가족 중에 장기간 아픈 사람이 있으면 가족 모두가 영향을 받게 되고 삶의 질이 떨어지게 되더군.
"선배님, 지금까지도 잘 해오셨어요. 지금 바꿀 수 있는 것이 없더라도 어떻게 생각하냐에 따라 관점을 달리 할 수 있을 듯합니다. 다음 주에 제가 식사 대접할게요"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는 대화였습니다. 연일 뉴스는 병상 대기 인원 최고, 코로나 발생인원 증가,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언급됩니다. 요즘은 하루길을 걷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시간과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습니다. 자원을 어떻게 나누냐에 따라 하루 밀도는 달라집니다. 훅훅 들어오는 돌발변수에 대응할 수 있도록 오늘도 마음공부를 합니다. 어깨에 무거운 짐을 짊어진 채로 욕심이란 물건을 또 올리지않았는지 돌아보는 하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