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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티 정문선 Dec 01. 2021

[시 감상] 적당한 거리

나무와 나무 사이에도 거리가 있듯

출처 박노해의 걷는 독서

적당한 거리

               (조미화)


너무 많은 기대가

실망을 주고


너무 많은 간섭이

멀어지게 한다


사람과는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


자기 합리화로 옥죄면

상대는 서서히 지쳐간다

결국 곁에 있는 사람이 멀어진다




적당하다는 말은 꼭 들어맞다는 의미입니다. 정도에 어울리도록 알맞다는 말입니다.


 "누군가를 진지하게 사랑하고 필요로 하게 되었는데,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아무런 전조도 없이 그 상대가 어리론가 사라져 버리고 혼자 덩그러니 남은 것이 두려웠는지도 몰라. 그러니까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늘 상대하고 적당한 거리를 두려고 했어. 또는 적당히 거리를 둘 수 있는 여자를 골랐어. 상처를 입지 않아도 되게끔, 그런 거지?" <무라카미 하루키, '색채가 없는 다지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난 해' 중에서>


적당한 거리가 좋을까요. 상처도 후유증도 적고 상실감도 덜 느끼겠지요. 적당함이란  뜨뜻미지근한 상태는 아닐까요. 적당함은 좋 수 있지만 한계를 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적당히'라는 말은 타협점을 찾아 현상유지일 수도 있으니까요. 부모가 자식을 적당히 사랑하고, 부부가 서로를 적당히 대합니다. 가 받은 것은 많길 원하고 주는 것은 적당히 하려는 것도 욕심입니다. 적당히라는 말이 대충과 호응되면 정체성이 사라집니다. 적당하다는 말의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합니다.  


관계의 적당함은 자신의 영역을 침범당하지 않을 정도의 심리적인 거리로 이해합니다. 집착, 간섭, 참견과는 구분되야하겠지요. 프로이트가 말한 이드(본능), 슈퍼에고(초자아) 사이에 에고는 적당히 작용할 때 균형점이 됩니다. 본능의 나, 바라는 나, 현실의 나의 간극이 클수록 삶은 불안과 혼란으로 요동칩니다.   


사랑에는 적당함이 없습니다. 상대의 부족함은 내가 채워주게 됩니다. 상대가 좋으면 내가 더 행복합니다. 상대가 기뻐하면 춤을 춥니다. 사랑할수록 눈물도, 한숨도 많아집니다. 좋은 것도 사랑이요, 슬픈 것도 사랑이며, 속상한 것도 사랑입니다. 관계 고수들 적당함이란 없습니다. 상대를 대할 때 오롯이 대에게 집중합니다. 상대의 말과 눈빛에 시선을 모읍니다. 따뜻한 시선과 공감의 대화로 편안하게 만듭니다. 얘기를 들어주는 마음에 더 나은 사람이 되야겠다는 생각까지 듭니다. 같이 있는 것만으로 나를 돌아보게 됩니다.


적당함을 넘어야 관계가 발전됩니다. 많은 사람에게 관심을 갖는 것이 욕심인 것을 압니다. 시간과 에너지는 유한하기에 그렇습니다. 다수에게 인정보다 소수라도 듬직하게 신뢰를 주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고 이해관계가 아니라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힘을 주는 사람이 되어야겠습니다. 


원두를 갈아 커피를 내리듯, 시간과 생각을 갈아 글을 짓는 지금이 좋습니다. 적당함이란 단어를 풀어헤치며 사유하듯, 같아도 같지 않는 언어에 대해 좀 더 신중해야겠습니다.


#시감상#조미화#깨달음#관계#적당한#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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