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모임에서 읽은 책들 Photo by 임지인>
매일 글쓰기 100일
매일 글을 씁니다. '잘 써야지' 생각은 출장을 보냈습니다. 제한된 시간에 한편씩 쓰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글 근육 없이 매끄럽게 글을 쓴다는 생각은 처음 걸음마한 아기에게 달리라는 것처럼 무리한 요구일 겁니다. 천천히 아장아장 걷는 연습부터 해야 하니까요.
독서량이 쌓이면 어느 순간 '나도 책 쓰고 싶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옵니다. 출판 기념회에 만난 독자와 대화하는 장면을 상상합니다. 2014년 4월, "10년 후 작가가 되고 싶다"라고 쓴 글을 사진으로 남겼습니다. 가끔씩 말을 걸어오는 사진, 5년이 지나도 생각뿐이었습니다. 책을 읽을수록 찜찜함이 밀려왔습니다. 고민 끝에 독서습관에 변화를 주었습니다. 생산 독서라 명명하고 독서 감상문, 독서커뮤니티 운영, SNS에 짧은 글을 올리며 쓰기 체력을 키웠습니다. 2020년 상반기 운이 좋게도 등단한 분과 독서모임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분의 조언과 <삶이 무기가 되는 글쓰기> 덕분에 글쓰기 대장정이 시작되었습니다.
제 경험상 '그분'이 오는 때는 아주 가끔입니다. 그것도 여행을 하거나 주로 낯섬과 마주할 때입니다. 영감을 주는 소재에 기대어 글을 씁니다. 찔끔찔끔 나오는 염소 똥처럼 한편 한편은 고통과 애씀의 산물입니다. 술술 나올 때는 10편 중 1~2편에 불과합니다. 엉덩이가 짓무르고 허리도 아프며, 치질도 감내해야 하는 지난한 견딤입니다.
습관이 삶을 바꾼다
직업 작가가 아닌 이상 꾸준히 쓰기에는 환경과 여건이 녹록지 않습니다. 못할 핑계들은 넘쳐납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2020년 4월 브런치와 연이 된 이후 일주일에 1~2편씩 발행했습니다. 소재를 넓혀가며 주말에 집중하는 시간을 차츰 늘렸습니다.
작년 10월, <하루 한 시간 책 쓰기의 힘>을 접한 후 매일 글을 써보자며 실천하고 있습니다. "작가가 되고 싶다는 분은 많습니다. 가끔씩 글을 쓰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러나 매일 글을 쓰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라는 내용이 크게 와닿았습니다. "그래 해보자" 지금껏 몇 번의 고비를 넘기며 매일 글을 씁니다.
뇌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놀라운 가소성이 있습니다. 상황에 따라 할 수 있도록 뇌의 회로를 스스로 재구성합니다.
목표를 새롭게 인식하면 뇌는 바빠집니다. 잠을 줄여서라도 할 수 있도록 분주합니다. 24시간 중 필수시간(잠, 직장생활)을 제외한 시간을 활용하라고 명령합니다. 스마트폰 검색, 유튜브 영상 등 흘러가는 시간을 아깝게 인식하게 합니다. 새벽 시간, 점심시간을 이전과 다르게 사용해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최소 하루 30분은 글 쓰는 시간을 만들었습니다. 자투리는 틈틈이 책을 읽으며 글감을 모았습니다. 초안을 주로 새벽에 쓰고 점심때 글을 다듬는 방식입니다.
올해부턴 [필사 공감]이란 매거진으로 인상 깊은 문장을 옮긴 후 5줄로 감상을 나눕니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일이 만만치 않습니다. 파워포인트 한 장에 이것저것 담으려는 욕심처럼 마음이 앞설 때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5줄에 공을 들이는 노력이 한 권이 될 그날을 생각하며 정진 중입니다.
15초짜리 자동차 광고는 임팩트를 담아야 합니다. 주로 시청자가 가보고 싶은 광활한 대자연이 배경입니다. 보는 이에게 차로 여행하라며 구매욕을 자극합니다. 순간에 브랜드를 남기도록 기업은 엄청난 광고비를 투자합니다. 강렬함과 간결함을 극대화시킵니다. 시간, 돈, 노력이 어디 광고만 해당될까요. 확장하면 퍼스널 브랜드 시대에 책이 적합하지 않을까요.
헬스장을 매일 가듯 목표량을 채운다는 마음으로 글 근육을 키웁니다. 혼자 쓰기는 한계가 있기에 다른 작가님의 글을 읽습니다. 관련 영상과 책을 참고하며 에센스를 뽑습니다. 이론보다는 실제로 써보는 것, 나만의 방식으로 한편씩을 채워가는데 집중합니다. 기회가 되면 체계적인 글쓰기 수업도 배우고 싶습니다.
아내가 선물해준 사진입니다.
매일 쓰기로 얻은 세 가지
시간이 많아, 여유가 있어서 독서습관을 만들지 않았던 것처럼 글쓰기도 그런 마음으로 접근합니다. 제게 글은 삶과 밀접합니다. 주로 읽은 책, 가족과 일상, 지인과 나눈 영상과 음악, 산책하며 만났던 풍경 등에서 글감을 찾습니다.
매일 글을 쓰면서 좋아진 점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일머리가 늘었습니다. 글쓰기는 글감을 구상하고, 초안 쓰고, 편집하는 과정입니다. 직장 일은 큰 틀에서 문제 진단과 해결입니다. 좋은 대안을 제시하는 일도 결국 해결책을 고민해 글로 설득하는 과정입니다. 각종 기획서 작성에도 글쓰기가 도움을 주었습니다. 기고문, 보도자료, 연설문, 대책 보고 등 생산하는 속도가 빨라졌습니다.
둘째, 떠오르는 글감을 표현하는 시간이 짧아졌습니다. "뭐가 있는데", "괜찮은데"라는 생각이 드는 노래, 시, 사진, 책엔 표시를 해두거나 사진으로 남깁니다. 며칠이 지나 같은 감흥이면 글을 씁니다. 생각을 글로 풀어내는 과정은 지루하면서도 즐겁습니다.
셋째, 하루의 밀도가 달라졌습니다. 스스로 목표를 세운만큼 자발적으로 움직입니다. 소비시간은 줄고 의미 시간이 늘어납니다. 삶을 잘 살아야 좋은 글을 쓸 수 있다는 어느 작가님의 말씀처럼 글과 삶은 서로를 채워주는 좋은 동반자입니다. 무엇보다도 삶이 절제되니 자연스럽게 미니멀리즘을 실천하게 됩니다.
매일 쓸 수 있는 요령
최소 하루 전에 다음 글을 구상하며 대략적인 초안을 써둡니다. 당일에는 글을 다듬습니다. 한 박자 빠르지 않으면 시간의 무게에 금방 눌리게 됩니다. 마른 수건을 쥐어 쫘봐야 물이 나오지 않듯, 놀고 싶은 머리를 쥐어짠다고 글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저장해둔 글이 말이 걸어올 때, 책 속 문장이 떨림을 줄 때, 일상에서 작은 차이를 발견해 낼 때를 놓치지 않으려 사진과 메모란 그물을 던집니다. 가끔씩 월척을 낚은 날도 있으니까요.
오늘도 글감을 찾습니다. 작은 변화를 잡아 생각창고에 담으려 사진을 찍거나 카톡에 메모합니다. 밑줄 친 문장을 읽으며 어울리는 사진을 찾습니다. 궁합이 맞는 한 쌍처럼 사진 한 장이 글을 빛나게 해 주니까요. 들숨처럼 책을 읽고 날숨처럼 글을 씁니다. '그날을 위해'
매일 글쓰기 도전!
Shall we write?
2016년 1월 14일 《메모, 습관의 힘》을 읽으며https://brunch.co.kr/@mssjone/4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