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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티 정문선 Jun 17. 2022

[일상 관찰] 불편해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

매일 보는 태양도 내 기분에 따라 달라집니다.



지난주 간단한 수술을 했다. 징후는 한 달 전부터 있었다. 그전과다르게 증상이 낫질 않았다. "피곤해서 그러겠지"라며 넘기기에는 찜찜했다. 빨간 신호등이 바뀌었는데도 멈추지 않고 몇 번 직진하다가 탈이 난 것이다. 한꺼번에 챙길 업무가 겹친 터에 과로, 스트레스, 운동부족 등의 복합적인 원인이었다.


 아내와 통화 후 문자가 왔다.


"휴가 냈으니 움직이지 말고 그대로 있어. 목소리 들으니 많이 아픈 것 같네, 병원은 수소문 중이니 바로 입원하자."


원룸에 누워있는 채 운전할 상황이 아니었음에 아내의 문자가 내심 고마웠다. 9년 전, 아내는 장롱면허였다. 내가 운전할 여건이 아니었음에도 어쩔 수 없이 운전해야 했던 때였다. 아내는 도움 주지 못했다며 늘 맘에 걸려했다. 직장에서 틈틈이 운전하며 자신감을 얻은 아내는 3년 전차를 구입했다. 언제 곤 대신할 수 있어서, 스스로 했던 약속을 지켜서 좋다고 한다. 후회를 반복하지 않았던 아내의 행동에는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다. 힘든 시기에 이인삼각 경기를 하다 넘어진 나를 등에 업고 가야 했었으니까.


사실 혼자서 움직일 엄두 나지 않았다. 밤새 뒤척이며 잠을 설쳤다. 좌욕도 소용없었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수술이 필요한 4기였다. 오래전 수술했던 형에게 전화해 이것저것 물어보니 많이 악화된 상태 바로 병원을 가라 했다.


병원접수하고 1시간가량 대기하는 것도 힘들었다. 의사 선생님은


"통증이 컸을 텐데요. 이렇게 심할 정도로 오는 환자는 많지 않습니다. 내일 오전에 수술합시다."


다음날 수술실에서 새우 자세로 등을 말고 척추뼈에 마취주사를 맞았다. 의식은 깬 상태로 수술이 진행됐다.

의사 선생님 보통 사람보다 2배 걸린 이유를 설명해 주셨다. 일반적으로 어떻게 절개할까 밑그림을 가볍게  그리는데 내 경우엔 심한 상태로 고민을 했다며 괄약근을 적당히 남길 수 있도록 십자가 모양으로 4회에 걸쳐 절개했다고 했다.


수술 무통에 의지해지 이틀은 지낼 만했다. 문제는 3일째가 지나고부터 하루에 몇 번씩 살을 찢는 고통과 마주해야 했다. 먼저 경험한 선배들에 따르면, 수술 후 첫 번째 거사가 고통의 정점이라고 했다. 병원에서 처방해준 약과 식이섬유의 도움을 받아 4일째 몇 번의 시도 끝에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5일째, 통증이 심해 하루 4알까지인 진통제를 6알까지 복용할 정도였다. 먹어도 그때뿐이었다. 기어서 생활하고 누워서 지냈다. 아픈 부위가 심장처럼 뛰는 느낌, 통증이 오롯이 온몸으로 펌핑하는 고통은 한 마디로 "두 번은 못하겠다"로 설명된다.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보지 않는 사람은 얘기하지 말라는 것처럼, 상상만으로 헤아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마치 바늘 10개를 모아 꼭꼭 찌르듯, 통증 부위에 신경이 곤두섰다. 잔뇨감과 알 수 없는 배변 신호에 몸은 녹초가 된다. 화장실에 있는 시간이 책  권은 읽은 시간이라는 것. 일주일 체험기는 반권의 책 분량은 될 듯하다. 일주일 만에 통원하며 상태를 살폈다. 다행히 상처가 회복되고 있으니 걱정 말라는 얘기였다. 자주 배변은 좋지 않으니 식이섬유도 줄이라고 하셨다.



고통은 자연스레 아내의 경험으로 연결되었다. 아내는 내 얼굴이 차츰 회복되자 기다렸다는 듯이 하고픈 말을 투척한다.


"몸이 그 지경이 되도록 관리를 했어야지요. 평소 식습관, 건강관리에 대해 돌아보지 않으면 더 이상 안된다는 거 알죠"


"........"(할많하않). 분위기가 싸며 정적이 흐른다.


"식습관부터 개선할게. 자극적인 음식 피하고, 육류 위주의 습관, 탄수화물 의존했던 습관도 고치려고 할게. 근데 여보, 이번에 아프니 출산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알겠더라"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냐 하는 듯 눈을 흘기며)

"출산의 고통, 회복하는데 얼마나 힘든지 몰라. 아물지 않는 상처에  아이를 안은 채 모유를 먹여야 하니 얼마나  고통스러워요. 남자들은 죽었다 깨어나도 여성의 몸에 대해 이해 못 할 거예요"


"수술 후 일주일도 이렇게 힘들어 누워있을 정도인데, 그러면서 아이들 또 낳고 키우는 거 보면 대단하네"


"몸의 고통보다 아이의 미소가 진통제라서 그럴 거예요. 고통은 잊고 아이를 위하는 모성애가 훨씬 크니까요"


"그러니 남자들이 속없이 행동 않고 아내에게 잘해야지요"


행복한 KO다. 사실 남자들이 가장으로서 아무리 힘들다고 한들 아내들의 맞벌이, 양육, 집안일, 대소사, 가족관계 조율 등 물리적인 시간 투입량은 비교할 수도 없다. 더구나 주말부부인 나로서는 가사분담이 더 취약하니 미안할 뿐이다.


이 땅의 엄마, 출산 후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회복도 안 된 상태로 젖을 먹이며 신생아를 야 하는 모습이 비로소 공되었다. 머리로 아는 것과 내가 경험해서 아는 것과의 차이는 동에서 서만큼 멀다는 것을 배웠다. 불편해야, 아파야 비로소 보이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 누워서 글을 쓰지 않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몸 관리를 잘하는 것이 진정 가족을 사랑하는 것"이라는 부끄러운 고백을 해본다.


어릴 적 했던 놀이가 메아리친다.

"어디까지 왔냐. 당당 멀었다"


#수술#불편#건강#통증#아내#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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