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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 28. 2022
[포토 에세이] 매직 아워에 기대어
순간이 모여 아름다움이 되었습니다.
매직 아워란
촬영에 필요한 일광이 충분하면서도 인상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여명 혹은 황혼 시간대. 일광이 남아 있어 적정 노출을 낼 수 있으면서도 자동차나 가로등, 건물 불빛이 뚜렷하다. 하늘은 청색이고 그림자는 길어지며 일광은 노란빛을 발산한다. 매우 따뜻하며 낭만적인 느낌을 만들 수 있으나 그 시간은 아주 짧다. <출처 네이버 지식 백과>
2년 동안 찍었던 사진 중에서
매직 아워에 기대면 누구나 사진가가 됩니다. 황홀한 순간을 그냥 찍으면 되니까요. 사진에 관심을 가진 이후 잘 찍고 싶은 욕심도 커졌습니다. 그러나 생각만큼 쉽지는 않았습니다. 무작장 많이 찍는다고 좋은 사진을 건질 수는 없었으니까요. 몇 년을 돌아보면 가슴 떨리는 순간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발품 팔며 스마트폰으로 아름다운 장소를 찾아다니며 순간을 담았습니다. 사진도 역시나 기다림이었습니다. 순간을 포착하는 일은 순발력을 요하지만 실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구도를 잡고 기다리고 다양한 시도를 하며 서툼을 줄여가야 했으니까요. 좋은 사진을 보며 이미지 트레이닝도 쉬지 않았습니다.
똑같은 장면을 보고 다름을 느끼는 사람이 색다른 장면을 잡습니다. 흐린 하늘 속에 비추는 햇살, 영화의 특수효과 같은 장면입니다. 마치 절망 속에도 희망을 잃지 말라는 자연의 계시인듯 싶습니다. 하늘과 구름, 빛과 어둠, 시간과 건물이 콜라보를 이뤘습니다. 항상 맑다고 좋은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적당한 조연들이 받쳐주어야 주인공이 빛나게 됩니다. 흑백의 조화, 음과 양이 어울려야 본질은 생명력을 드러냅니다.
차를 몰고 가다 잠시 멈췄습니다. 너풀거리는 갈대의 매혹적인 실루엣이 빛과 어울립니다. 그 시간, 그 장소이기에 가능한 사진입니다. 자연을 대하는 태도, 아름다움을 마주할 수 있는 마음가짐에 비례해서 인상 깊은 사진도 건질 수 있었습니다.
시간의 힘은 위대합니다. 자연은 쉽사리 속살을 내비치지 않았으니까요. 보이는 것 이상을 보아야 하고 들리는 것 이상을 들어야 하는 고민과 숙성의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무엇을 부러워하기 전에 나의 노력과 정성을 진단해야 합니다. 쉽게 얻으려 않았는지, 나만 예외를 바라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한 분야에 조예가 깊은 분들은 한결같이 지난한 시간을 이겨내며 물리적 총량을 채웠습니다. 열정과 끈기 그리고 신념을 자양분 삼아 외로운 길을 뚜벅뚜벅 걸었습니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성장과 발전에 온 힘을 기울이며 하루하루 최선을 다했습니다.
언제라도 찍을 수 있다는 생각, 잠시 멈출 수 있다는 여유, 사랑하는 사람과 나눌 수 있는 마음이 사진을 찍게 만드는 동인이었습니다. 좋은 것을 주고 싶은 마음, 좋은 것을 담고 싶은 욕심이 꾸준함과 만나 어느 순간부터 사진이 다양하게 화답했습니다. 내가 대상에 의미를 부여하듯 보는 사람도 같은 느낌일 수는 없더라도 그 간극이 좁아지고 있음을 느낍니다. 보는 사람마다 새로운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것이 사진의 매력이 아닐까 합니다.
지난 2년 간 수 천장의 사진을 찍었습니다. 비록 간직한 사진은 많지 않지만 순간의 감흥은 여전합니다. 무엇인가 꾸준히 했다는 것이 때론 지친 일상에 위로가 되기도 합니다.
지금이 인생의 매직 아워임을 생각합니다. 누군가 나의 모습을 담으며 아름답다고 했으면 좋겠습니다. 많은 부침이 있더라도 희망을 놓지 않으며 잘 견디어 내는 것이 인생을 대하는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그러고 보니 내 인생의 황금기는 오늘이 아닐까요. 오늘이라는 선물을 축복으로 여겨 하루를 선용하여 조금은 밝은 빛으로 주변을 물들이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