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시 감상] 왜 그럴까, 우리는

시 한 편에 부끄러움이 올라옵니다.

by 모티


왜 그럴까, 우리는

(이해인)


자기의 아픈 이야기

슬픈 이야기는

그리도 길게 늘어놓으면서


다른 사람들의 아픈 이야기

슬픈 이야기에는

전혀 귀 기울이지 않네

아니, 처음부터 아예

듣기를 싫어하네


해야 할 일 뒤로 미루고

하고 싶은 것만 골라 하고

기분에 따라

우선순위를 잘도 바꾸면서

늘 시간이 없다고 성화이네


저세상으로 떠나기 전

한 조각의 미소를 그리워하며

외롭게 괴롭게 누워 있는 이들에게도

시간 내어주기를 아까워하는

건강하지만 인색한 사람들

늘 말로만 그럴듯하게 살아 있는

자비심 없는 사람들 모습 속엔

분명 내 모습도

들어 있는 걸

나는 알고 있지


정말 왜 그럴까

왜 조금 더

자신을 내어놓지 못하고

그토록 이기적일까, 우리는......




인간은 이기적인 존재라고 합니다. 어쩜 어른이 된다는 건, 나에서 우리가 커지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내 중심, 내 기준, 내 생각, 내 입장.... 어디서든 내가 주가 됩니다. 몸이 조금만 불편해도 배려하는 마음은 줄어듭니다. 일이 풀리지 않을 때는 짜증도 쉽게 냅니다. 그러기에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지 않는다면 점점 메마를지도 모릅니다.


내 아픔과 슬픔은 하찮은 것에도 민감하면서 다른 사람의 큰 아픔과 상실에는 둔감했던 모습이 많았습니다. 이기적인 시간들이 조금씩 이타적인 시간으로 바꿀 수 있도록 작은 노력들을 해야겠습니다. 오늘이라는 선물에 감사하면서 하루를 선용할 수 있도록.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