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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티 정문선 Sep 12. 2020

[책 리뷰] '시험 인간'을 읽고

불신과 불공정, 불평등이 낳은 슬픈 현실

'시험 인간'은 우리나라는 왜 시험에 매달리고, 또 시달릴까? 선행학습이 유아기까지 오게 된 현실은 과연 정상일까? 어릴 때부터 성인이 된 이후까지 시험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이유 무엇일까?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현실에 대한 대안은 무엇일까?라는 물음에 대해 답한다.  


시험의 사전적 정의는 "재능이나 실력 따위를 일정한 절차에 따라 검사하고 평가하는 일"이라 한다. 구체적으로는 "개인이 가지고 있는 지식이나 능력, 역량, 자질, 기술, 정보의 수준을 파악하기 위한 절차"로 통용된다. 이 책에서 시험은 '선발'과 '경쟁'의 기능을 전제로 한 고부담 시험을 의미한다. '시험 인간'이란 선발과 경쟁이라는 목적을 위해 이루어지는 시험에 적응한 인간형을 의미한다.  


OECD가 발표한 국제 학업성취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주당 교과수업시간은 OECE 평균보다 3.4시간이 많고, 수학 과목은 OECD 평균의 두배, 외국어 과목은 OECD에서 가장 많다고 한다.


공부하는 시간은 세계 최고 수준이나 좁은 취업문, 장기간 시험과 취업준비, 취업‧학업‧훈련도 받지 않는 청년 NEET(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 증가는 새로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책 첫 부분에서는 3명의 가상 모델이 나온다. 초등학교 5학년인 새롬이는 명문대에서 운영하는 과학영재교육원의 입학시험 스트레스, 외국어고 3학년인 진욱이는 수시와 수능 준비를 위해 하루에 4~5시간 잠을 자는 입시 스트레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진경 씨는 자격증 취득과 입시 때 보다 힘든 시험공부로 스트레스를 받는다. 저자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표준이라 말한다.

아이가 행복한 세상을 위해서도 시험제도는 바뀌어야 한다.

그렇다면 시험제도의 순기능과 역기능은 무엇일까?


 시험제도는 개인의 잠재성을 측정하고 특정한 교육과정이 개개인에게 미친 효과를 측정하기 위해 만들어 대량 고용시대에 적합한 선발방식이다. 다수를 상대로 비교적 짧은 시간에 평가할 수 있고 공정성이 높다. 그러나 획일성을 강화하고 과도한 경쟁에 따른 서열화를 조장한다. 점수와 합격 경력으로 사람의 가치를 평가한다. 특히, 시험 훈련은 비판적인 사고력을 키울 기회가 줄어든다는 점이다.


2020년 5월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청년층 비경제활동인구 중 취업시험 준비 비율은 17%로 80만 4천 명이다. 그중 일반직 공무원은 227,532명(28.3%), 일반 기업체는 198,588명(24.7%), 기능분야 자격증 및 기타는 165,624명(20.6%), 언론사 및 공영 기업체는 111,756명(13.9%)으로 발표하였다. 이 책에서는 공무원 시험과 임용고시 준비생은 40만 명이라 추측한다.

"시험 훈련 중심의 교육을 통해서 얻어진 것은 이를 배운 학생의 삶이다. 사고방식에 근본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심리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내적 성장에 올바른 도움을 주지 못하는 지식을 가장한 공허한 지식일 뿐이다."

입시와 취업의 굴레에서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은 오늘도 시험 인간으로 살아간다. 태어나면서부터 경쟁에 내몰린 채로 시험의 노예가 된다. 시험으로 선택된 소수만이 잘 사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어릴 때부터 선행학습, 고액과외를 하며 출발선부터 다른 상황에서 시험제도만으로 평가하는 것은 과연 공정한가? 그렇기에 권력과 부가 세습되지 않았을까?


미국 하버드 대학교 사회연구소에 따르면 지식의 생명주기는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 심리학 7.2년, 경제학 9.4년, 수학 9.2년, 물리학은 13.1년으로 앞으로 지식을 암기하는 방식으로는 도태될 수밖에 없다.  


저자는 대안으로 북유럽 나라인 핀란드, 뉴질랜드의 사례를 제시한다. 핀란드는 평등교육, 학생수 10명 내외, 학생 맞춤형 수업, 자기 주도성 강화 교육, 교사의 전문성을 토대로 선진 교육을 이루었다.


뉴질랜드는 역량 중심 교육을 장기간 준비하여 2009년에 전면 도입하였다. '역량 중심 교육'이란 다양한 맥락 속에서 단순히 지식이나 기술만이 아니라 자신이 그 지식과 기술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체험, 그리고 이를 다루는 데 있어서 자신감을 갖도록 이끄는 행위를 말한다. 물론 국민 의식, 인구밀도, 자연환경, 역사와 문화 등의 차이가 달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나 행정, 실행 기관들에 뿌리내린 자율적인 태도에 바탕을 둔 사회 구성원의 소통과 합의의 노력은 배워야 부분이다.

꽃은 그 자체로 고유한 향기를 낸다. 같은 꽃은 없다.

한국 사회에서 시험이 없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그러나 시험으로 모든 것이 평가되는 세상은 바뀌어야 한다.


교육문제는 결국 국민 의식, 직업, 소득, 노후 생계, 대학, 학원 등 사회 전반과 연결되어 있어 입시정책 변화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난제 중의 난제다.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월급을 많이 받고 좋은 직장에 들어갈 수 있다면 입시 정책도 다양성을 가지며 대학도 본래의 기능을 회복 할런지도 모른다.


시험은 가능성을 발견하며 확인하며 성장시키는 수단에 그쳐야 한다. 시험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미래형 인재는 주입식 교육을 멀리하고 자기 주도적 학습을 할 수 있도록 먼저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 생각할 수 있는 힘을 길러 인생을 스스로 설계하며 책임질 수 있도록 교육문화와 제도를 작은 것부터 바꾸어가야 한다.


어쩌면 우리는 시험이 공정하다는 환상 속에서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공부를 많이 한 사람들은 그만큼의 보상을 받아야 한다는 논리에 시험 시스템이 유지된 채로. 

   

우리 모두가 근본적으로 동등한 존재임을 인식하는 것, 내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내가 반드시 특별한 존재가 될 필요가 없다는 것, 세상의 조연, 즉 보통 사람이 되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소중하고 가치 있음을 깨닫는 때가 나만의 속도와 방식으로 사는 비결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결국 공정성은 시험이 아니라 모두에게 공평하게 제공된  경제적 기반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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