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역사 강사가 쓴인문교양서입니다. 역사는 사람을 만나는 인문학으로 “역사는 나보다 앞서 살았던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나는 어떻게 살 것인지를 고민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고마운 존재”라고 표현합니다.
저자가 역사에서 찾은 자유롭고 떳떳한 삶을 위한 22가지 통찰을 통해 역사로부터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친절하게 알려줍니다. 한국사와 세계사를 넘나들며 우리 삶에 도움이 되는 혁신, 성찰, 창조, 협상, 공감, 합리, 소통이라는 키워드를 뽑아내어 역사의 수레바퀴를 움직였던 인물들을 멘토로 소환하여 소개합니다.
"삶이라는 문제에 역사보다 완벽한 해설서는 없다."
역사를 공부하면서 만난 수많은 인물의 이야기가 자신의 인생의 재산이 되었다고 합니다. 길을 잃고 방황할 때마다 역사를 통해 몸을 기댔던 경험을 바탕으로 새 시대 희망을 주었던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내었습니다.
책은 크게 4개의 장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첫 장에서는 가슴 뛰는 삶을 살았던 사람을 만나 그들의 고민, 선택, 행동의 의미를 짚다 보면 아무리 힘들어도 자신의 삶을 뚜벅뚜벅 걸어가는 법을 배우게 된다고 안내합니다. 삼국유사의 가치를 재조명하여 그리스 로마 신화와 견줍니다. 일연 스님을 안데르센과 같은 역할을 했다며 우리의 고정된 시선에 의문을 제기합니다. 역사는 아득한 시간 동안 무수히 쌓인 무수한 사건과 기록으로 만들어진 ‘보물창고’로 비유합니다. 역사는 단순 암기과목이 아니라 흥미진진한 이야기, 나의 삶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역사의 품으로 첫발을 내딛는 것이라고 목청을 높입니다.
작가가 소개하는 인물은 대체로 비주류지만 새날에 대한 ‘희망’을 품는 인물입니다. 갑신정변, 동학농민운동, 항일 독립운동의 역사의 연장선상에서 지금의 대한민국이존재함을 상기시키기도 합니다.
두 번째 장에서는 역사가 가르쳐준 것들에 대해 집중합니다.
“누구의 주장이 옳고 그른가를 판단하는 일보다 선행되어야 할 일은 상대가 왜 그런 생각과 행동을 하게 되었는지를 헤아려보는 일입니다. 역사를 공부함으로써 서로의 시대를, 상황을, 입장을 알게 된다면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관점도 달라질 것입니다.”
약소국인 신라가 삼국통일의 주인공이 되기까지는 선덕여왕이 품었던 꿈이 있었습니다. 비주류였던 김춘추와 김유신을 등용하여 가장 약하고 힘없는 나라가 단순히 외세에 의존해서 삼국을 통일하지는 않았다는 점에 주목합니다.
태양의 나라 잉카제국의 멸망했던 이유는 잉카 황제의 오만과 무지에 따른 안일함에서 찾았고, 고구려 연개소문의 사례도 비슷하다고 진단합니다. 과거의 영광에 기대어, 자신의 성공에 도취되어 현재를 점검하지 않으면 누구나 같은 실수를 하게 된다고 경고합니다. 역사에서 반면교사를 삶아 성찰하는 이유입니다.
세상을 바꾸는 창의융합형 인물로 금속활자를 이용해 인쇄기를 발명한 구텐베르크를 소개합니다. 소수만이 정보를 독점하던 시대에서 다수에게 전해지도록 하는 역할이 마치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세상에 선보인 것처럼 인류사에 큰 획을 그었다고 평가합니다.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 업적도 빼놓을 수 없다며 동일선상에 놓습니다. 한글은 힘없는 백성들이 사회의 모순을 깨닫고 문제의식을 공유하며 뜻을 펼치는데 기여함과 동시에 의사소통을 하는데도 큰 도움을 주었으니까요.
구텐베르크의 인쇄기, 세종대왕의 한글, 스티브 잡스의 아이폰의 공통점은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대중의 욕구를 발견해 충족시켰다는 것과 많은 사람들이 보다 쉽게 소통하도록 만든데 큰 공을 세웠다고 합니다.
세 번째 장에서는 한 번의 인생,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역사에서 롤 모델을 찾으라고 제안합니다. 자신의 이름처럼 ‘도전’의 연속인 삶을 살다 간 ‘정도전’, 대동법의 아버지라 불리며 평생 대동법 시행을 위해 일생을 바친 조선 후기 학자 '김육', 신분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바다 너머를 상상하며 가능성의 화신이 된 ‘해상왕 장보고’, 다른 법관처럼 출세의 길을 포기하고 가시밭길을 걸으시며 나라사랑을 실천하신 ‘독립운동가 박상진’, 시대의 과제와 마주하며 편히 살 수 있는 신분과 재산을 버리고 독립 하나만을 바라보았던 일제시대 ‘영웅 이회영’......
우리가 앞선 시대의 사람들에게 역사의 선물을 받은 만큼 뒤이어 이 땅에서 살 사람들에게 무엇을 주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됩니다. 책에서는 한 번뿐인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지 고민하지 않는다면 역사에 무임승차하는 사람일 뿐이라고 쓴소리를 합니다.
네 번째 장에서는 인생의 답을 찾으려는 사람들에게 역사에서 답을 찾으라고 말합니다. 각자의 삶에는 자신만의 궤적이 필요하다며 여러 인물들을 소개합니다.
조선시대 다섯 번이나 영의정을 지낸 이원익은 일반 백성처럼 오두막에 살면서 평생 가난하게 살았습니다. 양반들이 공부하지 않는 중국어에 능통하면서 외교에서 큰 역할을 했습니다. 최고의 자리에서도 겸손하며 백성을 보살피며 백성을 위한 삶을 사신 분이었습니다. 순천의 팔 마비는 고려시대 순천에서 일한 사또 최석의 공덕을 기리기 위해 만든 비석입니다. 관행처럼 여기며 백성들의 등꼴을 빼먹었던 전별금(말 8필)을 되돌려 보내 백성의 고통을 경감해주는 개혁자였습니다. 조선시대 간통죄로 교수형을 당했던 어우동은 교태를 부리는 여성의 상징처럼 취급받습니다. 여성은 집안에 종속되어 남편을 떠받들며 자손을 낳는 존재고, 여자의 역할을 강요받았던 가부장적 시대의 피해자였습니다. 어우동의 상대 남성들은 등용되고 출세하고 죗값을 치르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며 지금의 미투 운동과 자연스럽게 연결시킵니다. 조선시대의 예송논쟁처럼 지금 시대에도 이념 싸움으로 국가 에너지를 낭비하지는 않는지 묻습니다.
도처에 갈등이 널려 있는 현대사회를 사는 우리에게는 당면한 문제에 나의 온도(관심)를 몇 도로 맞출 것인지 조절할 줄 아는 안목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나의 뜨거움이 많은 사람에게 자유와 행복을 선사하는 의미 있는 것이라면 역사의 수레바퀴가 향하는 곳으로 힘을 더하는 일이라면 더욱 온도를 높이라고 응원합니다.
내가 가야 할 길을 보여주는 역사. 다른 사람과의 관계 안에서, 그리고 ‘우리’라는 공동체 안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알려주는 역사. 그래서 궁극적으로 한 번뿐인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끊임없이 자문하게 하는 역사, 과거를 통해 미래를 본다는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라며 역사의 쓸모를 발견하고 역사의 도움을 받아 원하는 삶을 살아가길 바라는 작가의 울림 있는 제안에는박수를 보냅니다.김욱, 박상진, 이회영 등 새로운 인물들을 알게 되는 신선함과 기존에 알고 있는 인물들을 다른 관점에서 보게 된 것은 기분 좋은 수확입니다. 역사에 대해 무뎌졌던 마음을 돌아보는데 좋은 자극이 되었습니다.
아쉬운 부분은 스토리에 기승전결이 없이 작가의 주장(역사관)을 전하는 데 치중했다는 점입니다. 역사에조예 있는 분들에게는 다소 밋밋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시종일관 독자를 가르치려는 부분은 다소 불편함으로 다가왔습니다. 교사였으며 현직 강사인 직업의 영향이라 여겨집니다.
역사는 삶의 문제를 설명해주는 완벽한 해설서는 아닙니다. 참고서 정도로 이해하고 역사에 대해 정면 교사와 반면교사를 선택하여 삶에 적용하는 노력은 오롯이 개인의 몫일 것입니다.
쓸데없어 보이는 역사에서 쓸모를 찾고, 역사가 가르쳐준 것들을 생각하며 한 번의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묻는 저자의 물음이 묵직하게 다가옵니다. 역사를 움직이는 시대정신은 '자유'와 ‘愛民'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