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훌리오 코르타자르
실패를 수없이 많이 반복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실패는 익숙해지지 않고 받아들이기 힘들다. 언제나 처음 받아보는 낙오 점수처럼 일단 괴롭고 자책하게 되고 자신을 땅끝 바닥까지 끌고 내려가고 있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기에 조금만 생각을 달리해도 알아차리는데 미련하게 그냥 온몸으로 맞서고 있다.
의욕이 사라지고 나태해지고 있다면 점검을 해야 한다. 그리고 이럴 때일수록 자신을 돌아보아야 한다.
직관적이고 주관적이지 않게 이성적으로 최대한 객관화해서 말이다.
나는 지금 바닥에서 뒹굴뒹굴하면서 순항하고 있는가?
내가 하고 싶은 것이 사라졌다면?
왜 이곳에 왔는지 목적이 사라졌다면 이제는 다시 시작해야 하는 시기이다.
두려워하지 마라.
부끄러워하지 마라.
이 또한 지나가리라.
나 아닌 어느 누구도 내가 어디에 있다가 왔는지 모른다. 내가 어떤 기분이었는지, 어떤 고통을 받고 있었는지 내가 가장 잘 알기 때문에 그 자리를 벗어나고 싶은 순간 다시 시작하면 그만이다.
사람은 변화하기 위해서는 목표를 정하고 매일 조금씩 조금씩 나를 의식적으로 일깨우는 것이다.
새벽 기상이 그랬고, 책을 읽고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나를 알아가기 시작하면서 기뻤다. 그 순간의 감정을 잊고 살았다.
누구를 위해서 그렇게 변화하고 싶어 했는지 물었다. 바로 나였다. 내가 기뻐야 웃고 미소 지을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그러지 못했다. 억지 미소를 지으면서 스스로 괜찮은 척 억지로 끼워 맞추려고 노력하면 그냥 지나갈 일이라고 생각했건만 그것들이 쌓이고 쌓여서 나란 존재는 희미하게 꺼지는 촛불처럼 어두워져 갔다. 몰랐다. 그런데 오랜만의 지인의 전화를 받는 순간 짐작할 수 있었다. 달라진 나를 내가 느낄 수 있었다.
"선미씨, 잘 지내?"
"별 일없는 거야?"
그 두 가지 물음에 나도 모르게 답변을
건네지도 못하고 꺼이꺼이 울음을 터뜨렸다.
(참고 참고 간신히 참고 버티고 있었는데...)
아무도 내게 물어봐 주는 이가 없었다.
아니 물어볼 이유가 없었다. 그러니...
왜냐하면 그저 하던 일을 아주 잘 해내고 있고, 아무렇지도 않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연락도 자주 하지 않던 오랜 지인의 안부전화에 무너지는 나를 들여다보며 내가 뭔가를 놓치고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그랬다. 나는 나를 위해서가 아닌 가족을 위해서 스스로 내가 좋아하는 일들을 하지 않고 회피하고 있었다. 새벽 기상도 하지 않았고, 글쓰기도, 책 읽기도 게을리했다. 내가 나의 변화와 성장을 위해 몇 년간 해왔던 노력들이 고스란히 물거품으로 사라졌다는 것을 알았다.
루틴이라는 것은 참 고무줄과 같았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사라졌다. 오히려 나를 편안하게 놓아주는 줄 알았는데 내면의 나는 점점 쪼그라들어서 사라지고 있는 빈 껍데기 같았다. 다시 정신을 번쩍 차리고 하던 일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_배리 체이즈
오늘부터 1일이다.
다시 내가 좋아하는 글을 쓰고, 책을 읽고 문장을 수집하기로 했다. 끊었던 커피도 다시 물처럼 마시고 나를 위한 노력을 해야 기쁘다는 것을 알았기에 또다시 이기적인 민선미가 되기로 했다.
예전에도 이기적이었고 나를 위한 시간을 조금 더 내보자고 다이어리 수첩 노트를 만들었다. 선물로 주려고 다이소에서 잔뜩 샀던 스터디 플래너를 내 것으로 취했다. 나도 소중하니까.
오늘부터 내가 그토록 좋아하는 시간관리, 일정관리, 감정관리, 감사 일기, 기록 관리 등등 짬짬이 틈나는 대로 빼곡하게 했던 하루 일들을 다시 기록해 보기로 했다.
"기록이 기억을 이긴다"는 말처럼 기록된 목표는 현실이 되듯이 나는 그동안 매일 썼던 확언들을 이루면서 다시 시작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