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리티지의 아이콘 신형 랭글러를 타고 강원도 산 속을 누볐다
강원도의 한 산 속, 버튼 한 번으로 지프 신형 랭글러의 파워트레인을 깨우고 불규칙적인 노면 위를 나아갔다. 처음에는 자잘한 돌들이 이리저리 박혀있고 간헐적으로 흙먼지가 날리는 정도였지만, 수풀이 짙게 우거질수록 작디 작은 돌들은 그 부피가 커졌으며 흙먼지는 찰랑찰랑 바퀴를 감싸는 계곡물로 바뀌어 있었다. 롤과 피치의 수치도 수시로 달라졌다. 앞뒤좌우로 움직이는 몸이 마음대로 제어가 안 될 정도였으나 기분은 그 어느 때보다 설레였다. 그 어떤 것도 두렵지 않았다. 이 차와 함께하는 순간 순간이 즐거움으로 가득했기에.
지프 신형 랭글러에게 오프로드는 내 몸에 딱 맞춘 수트와도 같다. 이 우아한 클래식 오프로더는 비포장 노면의 그 크고 작은 충격을 기분 좋은 경험으로 전달한다. 좌우로 툭 튀어나온 앞뒤 펜더는 어떤 길도 나아갈 것만 같은 듬직한 휠 타이어를 담았고, 이 휠 타이어를 차체와 연결시켜주는 5링크 서스펜션은 부지런한 상하운동으로 노면의 흐름을 여유롭게 읽어 나간다. 일반 차라면 엄두도 못 낼 장애물들을 하나 둘씩 극복해 가는 그 특유의 감각은 또 다른 의미의 운전재미를 불러 일으키기에 모자람이 없다.
파워트레인은 2.0리터 가솔린 터보와 8단 자동. 최고 272마력, 최대 40.8kg.m의 부족함 없는 힘을 발휘한다. 4기통답지 않게 부드러운 회전질감을 자랑하는 엔진은 험로 위 운전의 즐거움을 더욱 높여준다. 신형 지프의 주행모드는 2H, 4H 오토, 4H 파트타임, N, 4H 로우로 구성돼 있다. 각 모드는 두툼한 기어 좌측에 마련된 또 하나의 기어로 선택할 수 있고 그 정도가 심하지 않은 오프로드에서는 4H 오토를, 정도가 심한 오프로드에선 4H 파트타임에 스웨이바를 해제시켜주면 된다.
지프 신형 랭글러는 1940년대 전쟁터를 누볐던 윌리스 MB의 유산을 반세기 이상 계승 발전한 모델이다. 다시 말해 타임레스 디자인에 헤리티지 재해석을 위한 최신 SUV 테크놀로지를 접목시킨 '클래식' 오프로더다. 클래식한(고전의) 분위기가 클래식한(최고의) 자동차를 만든 셈. 과거를 지향하는 외향과 세련미를 더해가는 내실은 랭글러를 경험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다. 가격은 4940만~6140만원. 추천하는 트림은 마초적인 오프로더의 모습을 간직한 루비콘(5740만~5840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