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자동차 시장은 터보, 하이브리드, EV로 설명된다. 친환경이 강조되는 시대다. 닛산 370Z는 자연흡기 스포츠카의 마지막 호흡이다. 가뿐 숨을 몰아 쉬며 맹렬한 가속을 펼치는 원초적인 감각은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벌써 4번째 만남이다. 그 동안 나는 나이도 들고 살까지 붙었는데, 이 녀석은 그 모습 그대로다. 싫지 않다. 익숙하고 친숙해서 좋다. 실내에 앉으니 옛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함께한 강변북로, 북악스카이웨이 등이 떠오른다. 귓가를 사로잡는 우렁찬 엔진음과 탄탄하고 날렵한 움직임에 사로잡힌 그때 그 순간. '정말 즐거웠었지'. 쫀득한 질감을 자랑하는 스티어링 휠을 잡아보며 추억에 빠진다. 타임머신이 따로 없다.
몸놀림은 여전했다. 최고 330마력의 V6 3.7리터 엔진은 회전수에 따라 적절한 힘을 분출했고, 속도를 높이면 높일수록 자연흡기 특유의 짜릿한 음색이 심장을 후벼팠다. 잘 조율된 하체, 짧은 휠베이스, 스포츠 타이어 세팅, 차체 제어 장치, 트랙션 컨트롤 등이 만들어내는 민첩한 거동도 여전히 매력적이었다. 아웃으로 빠져나와 인으로 빠르게 치고 들어가는 그 살아있는 느낌.
완벽하지는 않다. 노면 소음은 줄지 않았고, 엔진룸에서 넘어오는 뜨거운 열도 잡히지 않았다. 그래도 이 차가 간직하고 있는 자연흡기 스포츠카 본연의 맛을 생각하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게다가 잘 생기지 않았나. 나온 지 10년 가량된 디자인인데 얼마 전에 나온 것처럼 세련미가 돋보인다. 실내도 마찬가지. 센터 디스플레이, 디지털 클러스터 등 화려한 요소는 없지만 담백하다.
당장 내일 단종 소식이 들리더라도 이상할 건 없다. 하루가 멀다하고 빠르게 변하는 세상 아닌가. 달리 보면 지금이 자연흡기 스포츠카를 살 절호의 기회일 수도 있다. 크기를 줄이고 서로 다른 요소를 혼합하는, 나아가 움직이는 스마트폰이 곧 도래할 것만 같은 현 시점에서 남다른 심장을 과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많지 않다. 원한다면 서두르길. 가격은 5150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