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여행을 하는 이유'가 너무 어려운 질문이라면, '자유여행과 패키지 중 무얼 선택하겠는가?'라는 질문을 먼저 던져보자. 자유로움과 편리함이라는 각자의 매력을 뽐내고 있을 때, 나의 선택은 대부분 전자이다. 번거로움을 감수하고서라도 자유를 좇는 것은, 여행을 통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더 쉽기 때문이다.
작가 알랭드 보통은 <여행의 기술>에서 '낯섦'과 '새로움'이야말로 여행의 목적이라고 강조한다. 이때의 낯섦과 새로움은 단순히 외국의 명소와 음식 등에서 느끼는 차원을 넘어선다. 공항이나 기차역에서 보이는 나와 조금 다른 사람들의 모습, 길을 걸으며 느껴보는 지역의 독특한 분위기. 금기시되었던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고, 반대로도 접하게 되는 문화의 차이... 이렇게 오감을 넘어 정서적인 낯섦과 새로움을 발견하는 것이 진정한 여행이라는 것이다.
스스로의 여행을 돌이켜보면, 그의 주장에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가장 자유롭고 많은 곳으로 여행을 떠났던 교환학생 시기. 유럽의 많은 명소를 다녔지만 지금은 '크다' '멋지다' '아름답다'는 피상적인 감상만이 남았다. 통신비를 아끼기 위해 표시했던 구글 지도와, 알아서 저장하는 몇 장의 사진만이 과거를 기억하고 있다. 반면에 아직까지 눈앞에 생생하게 아른거리는 기억들은, 그리 대단하지 않았던 사소한 '낯섦'과 '새로움'이다. 프라하에서 만났던, 한국인 여자친구와의 결혼을 진지하게 고민하던 호스텔 룸메이트. 숙소에서 빌린 자전거를 타고 종일 코펜하겐의 경치만 구경했던 하루. 그라나다로 가는 야간열차 식당칸, 어려 보이는 동양인 한 명에게 끝없이 캔맥주를 사주며 관심과 응원을 보낸 현지인들. 이 기억들이야 말로 에펠탑, 빅벤, 콜로세움 대신 남아있는 낯설고 새로운 여행의 모습이다.
만약에 낯섦과 새로움에 집중하면, 먼 곳을 가는 대신 우리 주위를 돌아보는 것조차 훌륭한 여행이 될 수 있다. 우리 시대의 지성인으로 많은 가르침을 주셨던 이어령 선생은, 어린 시절부터 학교를 오가는 길을 매일 달리했다고 회고한다. 각기 다른 길이 보여주는 풍경이 같을 수 없기에, 그는 낯섦과 새로움을 느끼며 집과 학교 사이를 매일 여행했던 것이다.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본다. 이 글이 결코 패키지여행보다 자유여행이 좋다는 주장을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지금까지 말한 '낯섦과 새로움이 있는 여행'을 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일정을 짜고 숙소와 비행기를 마련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조금은 여유로운 일정, 숙소에서 머물러도 보고, 주위 가게들도 여유 있게 돌아다니며, 인터넷에서 찾은 맛집 대신 길을 걷다 끌림을 느낀 식당에 들어가 보는 것. 그렇게 여행지가 주는 낯섦과 새로움으로 마음이 충만해지는 것이 내가 여행을 하는 진정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