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것 그리고 변화하지 않는 것
위의 두 사진은 각각 2022년과 2021년 롤드컵 결승 마지막 경기의 한 장면이다. ⑊표시가 된 작은 초상화는 해당 게임에서 금지된 챔피언이고, 아래의 큰 초상화는 게임에서 선수들이 각자 사용할 챔피언들이다. 놀랍게도 합쳐서 40개인 초상화 중 겹치는 것은 단 셋이다.
경기의 전술도 다르고, 사람에 따른 선호 챔피언도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이 게임을 자주 보는 사람이라면 패치에 따른 캐릭터 밸런스와 그로 인한 게임의 양상 변화가 더 큰 이유라고 생각할 것이다. 불과 1년 사이에, 껍데기는 비슷하지만 속은 완전 다른 게임이 되어버린 것이다.
1년 사이에 다른 게임이라고 말할 정도로 달라지는 이유는, 패치로 인한 변화가 매우 잦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2주에 한번 미세한 패치가 있다. 몇몇 챔피언 또는 아이템이 좋아지거나 나빠진다. 미세한 변화이지만 그 미세함이 승패를 결정하기 때문에 프로들이 사용하는 챔피언이 달라진다. 게다가 연 2~3회 정도는 지형의 변화, 다수 챔피언 밸런스 조정과 같은 소위 '대격변' 패치가 이루어진다.
개발사에서 이렇게 자주 패치를 하는 이유는 게임의 단조로움을 막고 신규 유저를 유입하기 위해서다. 이 게임의 메인 콘텐츠는 5vs5로 경쟁하는 '소환사의 협곡'인데,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계속해서 사용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변화가 크지 않으면 게임의 양상이 고착화되고, 그 양상에 최적화된 소위 '고인물'들이 발생한다. 고인 물이 썩듯, 고인 유저가 많은 게임은 신규유저와의 실력차가 커지면서 점점 사양길에 들어선다. 이를 막기 위해 마치 어항의 물을 갈아주듯 지속적으로 게임 양상을 흔드는 것이다.
패치에 따라, 그리고 프로 레벨에서 연구를 하다 보면 상대적으로 강한 챔피언과 포지션이 생겨난다. 당연히 승리 가능성을 높이려면 강한 챔피언을 사용하고, 핵심 포지션 위주의 전략을 사용해야 한다. 이렇게 큰 틀에서 공유되는 대전략 개념을 롤판에서는 '메타'라고 부른다. 가끔 팀 고유의 색이 너무 강해서 메타를 거스르는 경우도 있지만, 승리는 대부분 메타를 잘 연구하는 팀에게 돌아간다.
패치가 계속되기에 메타도 수시로 바뀐다. 내가 잘하는 메타, 좋아하는 챔피언에 집착하게 되면 좋은 성적을 받기가 어렵다. 정상에 군림했던 수많은 팀과 게이머들이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거나, 메타를 따라잡지 못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어떤 챔피언도 다룰 수 있다는 유연한 사고와 능력, 메타에 대한 세밀한 연구는 살아남기 위한 필수요건인 셈이다.
때로는 치밀한 연구를 통해 자신들이 메타를 새롭게 정립하는 팀이 패권을 차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들 중에서도 누군가는 정상의 자리를 유지하지만, 다른 누군가는 곧 최고의 지위에서 물러나게 된다. 이 경우, 그들이 몰락하는 이유는 대부분 기본기가 부족해서다. 비록 2주 간격으로 패치를 하지만, 10년간 절대 바뀌지 않는 것도 있다. 상대보다 캐릭터 컨트롤을 잘하고, 재화 수급을 잘하고, 팀워크가 좋은 선수와 팀은 언제나 유리했다. 이러한 요소들이 이 게임에서는 기본기라고 부를 수 있다.
기본기의 중요성은 종목을 가리지 않는다. 축구에서 대세 전술이 바뀌더라도 공을 잘 다루는 선수는 언제나 환영받고, 야구에서 잘 던지는 투수와 잘 치는 타자는 수비 야구/공격 야구에 관계없이 필요하다. 단체 종목이니 팀워크 역시 두 종목에서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손 이외에는 신체를 사용하지 않는 e-sports라고 해서 이 절대적인 진리가 사라지지 않는다.
이 글을 쓰는 시점, LCK 800경기 출전을 달성한 페이커 선수는 162개의 챔피언 중 74개의 챔피언을 대회에서 사용했다. 이중에는 본인이 성장해서 상대를 누르는 챔피언도, 다른 포지션이 성장하도록 돕는 챔피언도 포함되어 있다. 한참 어린 선수들과 비교해서도 기본기가 부족하지 않은 것은 물론이기에 아직도 현역을 유지하고 있고, 팀도 1위를 달리고 있다.
이 정도로 특별한 케이스를 제외하고도, 오랜 기간 많은 사랑을 받았던 프로게이머들은 모두 탁월한 기본기는 물론 게임에 대한 연구와 적응에 힘써왔다. 꼭 게임계에만 국한되는 건 아니라 생각한다. 무엇을 하든지 변하지 않는 기본기를 갖추는 것, 변화하는 모습에 빠르게 적응하는 것이 오랫동안 살아남을 수 있는 비결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