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으로 글을 남긴 지 1년하고도 반이 지났다.
복직 전 게하에서 만났던, 군입대를 앞둔 한 친구의 전역 소식을 인스타에서 보았으니
꽤나 오랫동안 브런치를 방치해두었다.
아무래도 일을 시작하고 나서부터는 애정과 흥미가 식은게 솔직한 심정이다.
그러던 브런치를 갑자기 찾은 이유.
지난 두 달간 심신을 괴롭혔던 프로젝트가 끝이 난 겸
어제 평소보다 과한 하체 운동으로 침대에서 발을 빼기가 힘든 겸
컨디션 난조라는 명목으로 스스로에게 하루 휴가를 선물해서다.
느지막히 일어나서 밥을 차려먹고, 집안일을 하고, 노곤함을 느끼며 다시 침대에 누우니
예전에 침대를 벗어나지 못하던 시절이 떠올랐다.
마음의 모든 부분이 꺾였던 그시절, 남겨두었던 단 하나의 의지였던
브런치의 글들이 생각이 난다.
한 때 어딜 가든 끼고다녔지만, 1년이 넘도록 방구석에 처박아둔 맥북을 다시 꺼내어
자리를 잡아본다.
물어볼 사람은 없겠으나, 그래도 '그동안 뭐했나요?'라는 질문에 답해보자면
우선 꽤나 많은 곳들을 돌아다녔다.
못해도 한 달에 한 번은 대한민국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면서 일상을 환기하곤 했고
8월 홋카이도의 시원한 바람도, 그 다음 해 몰디브에서의 꿈만 같았던 나흘의 여정도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다.
몰디브 여행을 준비하면 개척한 프리다이빙이라는 새로운 인생 취미는 덤이다.
아, 복직 하면서 횟수가 현저히 줄긴 하였으나, 요가도 어느덧 햇수로 4년차다.
몸과 실력은 어디가서 4년차라고 말하면 믿지 않을 정도지만 '했으니까 이정도다'며
긍정회로를 돌리는 중.
나를 둘러싼 환경은 많은 것이 변하였다.
회사에서는 4번의 업무 이동과 2번의 부서 이동이 있었다.
다름을 틀림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많은 조직에서
이렇게나 티가 날 정도로 달라져버린 커리어를
굳이 굳이 고쳐주고자 애써주는 사람들을 보곤 한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을 상대하는 나의 마음가짐도
아프기 전보다는 조금씩 바뀜을 느낀다.
정신과는 정기적으로 다니면서 상태를 체크하고 있다. 재미있게도 한창 힘들때보다
최근에 약을 더 열심히 먹는다. 우연히 설명서를 보다 약의 부작용 하나가 눈에 들어왔기 때문.
'식욕저하'. 물론 셀프 임상실험결과 부작용은 나타날 기미가 없다. 좋은 일인....데 조금 안타깝다.
심리상담도 종결 후 한동안 쉬다가, 최근 회사에서의 환경이 좋지 않게 바뀐 이후로 다시 시작하고 있다.
<무료광고포함> 다행인 것은 작년 하반기부터 복지부에서 시행하는 '전국민 마음투자 지원사업' 덕에 부담스러운 상담비용의 상당액을 지원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매우 드물게도 소득 분위와 상관없이 모두 어느정도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사업이니, 아래 링크를 참고하시길
https://www.socialservice.or.kr:444/user/htmlEditor/view2.do?p_sn=71
아직도 마음을 모두 열지 못한 내면의 어린아이, 쥐죽은듯이 숨어있다 정신력이 약해지면 슬금슬금 다시금 나타나는 자기혐오를 느끼지만, 조금씩 마음이 단단해져가고 있음을 함께 느낀다.
그동안 저질렀던 많은 일처럼, 이번 글을 마지막으로 또다시 이 작은 공간의 문을 막아 둘 수도 있고
그동안 해내왔던 몇 몇 일처럼, 다시금 무언가를 열심히 써내려갈 수도 있다.
어떻게 포장하던지 글은 결국 나를 표현하기 위한 수단일 것이지만
굳이 대승적 의미를 한 포인트 넣어주자면
비슷한 이유로 힘들어하는 사람에게, 이 사람은 어떤식으로 세상과 적절히 협상하면서 살아가는지를
누군가에게 예시가 되어 보여주는게 아닐까 싶다
다음에 또 맥북을 쓰고싶은, 이 작은 나만의 공간에 무언가 갈기고 싶은 충동이 생길때를 기다리면서
오늘의 생존신고는 이만 줄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