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출근, 배치 부서는 홍보팀, 업무는 온라인 홍보
첫 출근. 힘들었던 시험과 면접 준비, 즐거웠던 연수원의 기억을 뒤로하고 이제는 진짜 직장인으로 나아가는 시간이다. 어떤 일을 맡게 될지(부서 배치를 첫 출근날 오후 늦게 알려준다고 했다), 부서에는 좋은 상사와 동료가 있을지 두근거리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부서 배치 전 간단한 면접이 있다는 인사팀의 말. 이윽고 동기들이 한 명씩 옆방으로 호출되었다. 싸늘하다. 좋지 않은 예감이 든다. 합격이 결정되는 면접은 아니지만, 혹여라도 나쁜 첫인상을 선배들에게 보이면 회사 생활 첫 단추가 단단히 어긋나는 것이다. 마치 최종 면접을 준비하는 떨리는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방문을 열었다.
"유튜브 많이 보세요?" " SNS는 어떤 걸 하세요?" "서포터즈나 홍보대사 활동을 해 본 적이 있나요?"
질문이 조금 당황스럽다. 내가 들어온 곳은 광고회사도, 마케팅 대행사도 아니다. 말랑말랑한 SNS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금은 엄격하고 딱딱함이 존재하는 공공기관이다. SNS를 장려하기는커녕, SNS로 회사 보안이나 허튼소리를 올리지 말라고 경고나 받지 않으면 다행인 곳이다. 그런데 지금 그런 곳에서 SNS 활동과 관련된 질문이 나온 것이다.
'너무 많이 본다고 하면 괜히 나쁘게 보일 것 같고, 그렇다고 우리 나이에 유튜브나 SNS를 보지도 않는다는 건 거짓말이 들통날 것 같고...' 머릿속이 혼란에 빠졌다. 결국 솔직하게 제일이라는 생각으로 답했다. 인스타그램으로 친구들과 소통하고 있으며, 게임이나 정보 유튜버들을 보고 있다고 말이다. 혹시나 문제가 된다면 SNS를 삭제하겠다는 신입의 각오를 곁들였지만, 맞은편의 면접관들은 그런 의도로 하는 질문이 아니라고 빙그레 웃으셨다. 그렇게 SNS에 대한 몇 가지 질문이 오가고, 면접은 별문제 없이 끝이 났다.
남은 하루동안 인사팀에서 회사 전반에 대해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면접 때 오갔던 질문은 금세 머릿속에서 사라졌다. 회사에서 하는 업무를 들을 때마다 저 업무가 나에게 맞을지, 내가 저곳에 배치되면 어떨지 상상해보았다. 조금 있으면 전혀 무의미해지는 상상이지만 말이다.
<노수강 - 홍보팀>
마침내 발표된 신입사원 부서 배치 결과, 내 이름 옆에 전혀 생각하지도 못한 홍보팀이라는 세 글자가 달려 있었다.??? 머릿속이 하얘졌다. 전혀 생각하던 업무가 아니기 때문이다. 회사에는 홍보를 비롯해서 여러 가지 경영을 지원하는 부서가 있다. 그러나, 직군이 그쪽이 아닌 이상 내 업무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게다가 홍보팀에서 일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에 대해 들은 내용이 있다. 언론계에 종사하시는 친척분께서는 종종 회사 홍보팀의 고충을 이야기해주시곤 했는데, 밤낮없이 이슈에 대응하느라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술을 마실 일도 많다는 내용이었다. 필기를 못 봐서 그런가? 면접 때 밉보였나?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올랐지만 딱히 긍정적인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빠르게 부정과 분노의 감정을 거치고, 체념의 차례가 다가왔다. '어차피 신입사원에게 많은 일을 맡기진 않겠지... 할 수 있을 거야... 그러겠지?' 홍보팀 사무실로 이동하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조심스럽게 문을 열자, 6~7명 남짓한 직원들의 눈이 집중되는 것이 느껴졌다. 앞으로 나의 첫 사회생활을 함께 할 선배님들의 모습이었다. 사무실 끝에서 중년의 한 남성이 일어나 악수를 청했다. 홍보팀장님이셨다. 이윽고 조용한 곳으로 불러낸 팀장님께서는, 내가 왜 여기에 왔는지와 앞으로의 임무에 대해 충격적인 말을 해주셨다.
작년 여름, 내가 취준에 전념하고 있을 시기에 회사에서도 무언가에 집중을 하고 있었다. 바로 회사의 SNS 활동으로 '온라인 홍보'를 활성화하는 전략이었다. 그런데 회사에서 이 분야에 대해 '감이 있는'직원이 부족하다는 판단이 있던 것 같다. 하긴, 다시 한번 말하지만 우리 회사는 SNS를 하면 득 보다 실이 큰 공공기관이니까. 팀장님께서도 이 분야에 감각이 있는 젊은 직원이 해야 한다는 요청을 인사팀에 전달하셨고, 머리를 맞댄 결과 이번 신입 들 중 한 명을 선발해서 이 업무를 맡기기로 합의했다는 것이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면접을 본 신입 중에 그나마 내가 하려는 의지가 보였다고 한다. (너무 면접 때 힘을 많이 줬었나 보다;;)
잠깐의 면담이 끝나고, 근무할 자리에 앉았다. 인수인계서 대신 책 한 권이 덩그러니 놓여 있다. 유튜버 대도서관이 쓴, 유튜브 운영법에 대한 노하우를 담은 책이다. 때마침 다른 동기들은 저마다 빽빽하게 적힌 인수인계서를 보고 하소연을 하고 있었다. 인수인계서 대신 대도서관 책이라... 좋은 일인 지 나쁜 일인지 알 수가 없다. '그래도 용어부터 해석이 어려운 인수인계서보다는 서점에 팔리는 책이 쉽지 않을까?' 정신이 없던 중 마침 퇴근시간이 다가왔다. 눈치를 보던 신입에게 집에서 푹 쉬라는 말을 건네며 문 밖으로 떠미는 팀장님과 선배님들.
그렇게, 3년간 동고동락한 홍보팀에서의 첫날이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