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돈 받고 유튜브 보는 일은 쉬울까?

SNS 운영에 대한 SWOT 분석과 지피지기(知彼知己)

by 설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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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 퇴근을 하고 가장 먼저 한 일은 부서진 멘탈을 빠르게 수습하고 뭘 해야 할지 생각해보는 일이었다. SNS 활동을 놀이라고만 생각했지 한 번도 일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나마 SNS를 이용한 홍보도 일종의 마케팅의 일종이니까, 학교에서 배운 마케팅 수업내용과 SNS를 이용한 경험을 최대한 쥐어짜 냈다.


경영학과를 졸업했기에 마케팅 수업을 몇 개 듣긴 했지만, 막상 현실이 되어보니 딱히 생각나는 내용이 별로 없다. 그나마 이때 딱 떠오른 알파벳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SWOT기법이었다.


SWOT는 각각 Strength(강점), Weakness(약점), Opportunity(기회), Threat(위기)로 나누어 환경을 분석하는 기법이다. 수업시간이라면 여러 가지 환경을 나열하고 이것이 내부/외부 인지 좋은 점/나쁜 점인지 천천히 나누어보겠지만, 실전에서는 그렇게 한가롭게 기준을 맞추고 분류할 수 없었다. 맞고 틀리고 가 중요하지 않아 생각이 나는 대로 종이에 적어보기 시작했다.


우선 SNS와 관련된 나의 경험. 중학교 때부터 네이버 블로그를 운영해 본 적도 있고, 싸이에서 페이스북을 거쳐 인스타그램까지, 밀레니얼 세대의 '국 룰' SNS를 모두 접해보았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개인의 소통채널로만 사용했고, SNS 기자단이나 서포터스 같은 활동을 해 본 적은 없다. 파워블로거로 돈을 벌거나 협찬을 받은 경험은 더욱 없었다. SNS를 많이 알고 접해본 것은 강점이지만, '개인'이 아닌 '기관'과 '전문성'관점에서 생각해본 적이 없다는 사실은 약점이었다.


다음으로는 내가 운영해야 할 회사 SNS 채널들을 살펴보았다. 당시 회사에서 운영하는 채널은, 존재만 하고 거의 운영하지 않는 트위터를 제외하고 블로그와 페이스북, 그리고 유튜브였다. 블로그에서는 보도자료와 국민기자단 콘텐츠를 업로드하고 있었고, 페이스북에는 카드 뉴스 형식의 홍보자료를, 유튜브에는 영상자료를 업로드하였다. 냉정하게 말해 홍보의 의미보다는 만들어둔 콘텐츠를 저장(아카이빙)하는 성격이 더욱 강했다. 그리고 이 분야에서 회사가 가진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B2B성격이 강한 회사라, 업무 대부분이 일반 대중, 특히 SNS를 많이 이용하는 20~30대와 큰 연관성이 부족했다. 그나마 직접 콘텐츠를 제작해주시는 실무 담당 직원분들이 계신 점과, 다른 부서에서도 큰 행사가 있어 대대적인 홍보가 필요한 경우 홍보팀에 협조해주시기에 가용 자원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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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SNS 채널의 환경을 분석했으니, 다음 차례는 채널의 타겟층을 잡는 일이었다. 아직 회사의 업무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신입사원에게는 시간이 제법 걸리는 일이었다. 그날 이후, 한 달간 업무시간과 퇴근 후를 포함해서 거의 하루 종일 다른 기관, 다른 회사의 SNS를 구경했다. 계속해서 사례들을 찾아보고, 잘 된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을 비교하며 우리 채널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생각했다.


업무시간에 계속해서 블로그, 페이스북을 보고 있으니 사람들의 시샘 아닌 시샘을 받기도 했다. 소위 말해 '꿀 빠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도 누가 '돈 받으면서 유튜브 보는 게 일이다'라고 생각하면 진짜 편한 일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다만 변명을 해보자면, 그때 SNS를 바라보는 나의 마음속은 타들어가고 있었다. A기관의 블로그는 무엇 때문에 인기가 많은지, B회사의 페이스북 구독자는 주로 누구인지에 대해 계속해서 생각해야 했다. 집에서 유튜브를 봐도 마음이 불편했다. 이전에는 생각 없이 재미있어서 보던 영상도, 이제는 '왜 이게 재미있는지' '여기서 얻을 수 있는 인사이트'는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했다.


누군가는 또 공공기관 SNS면 적당히 유지 관리만 잘하면 되지, 뭘 그렇게 신경 쓰냐고 되물을 수도 있다. 그러나 공공기관에 근무한다면, 혹은 브런치나 여러 곳에 있는 공공기관에 대한 글을 본다면, 어떤 측면에서는 이쪽이 오히려 성과에 민감하다는 것을 이해할 것이다. 게다가 조금은 두루뭉술할 수 있는 일반적인 공공 실적과는 달리, SNS 운영 실적은 잔인할 만큼 정확하게 수치화된다. 그리고 그 결과는 모두에게 공개된다. 정보공개 같은 성격의 개념이 아니라, 구독자와 조회수 등이 모두에게 노출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반드시 성과가 나타나야 했다.


'일하는 게 일하는 것 같지 않고, 쉬는 게 쉬는 것 같지 않다'가 이때를 설명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표현일 것이다. 집에서도 SNS 채널을 '공부'해야 하는 건 스트레스였지만, 'SNS'를 공부하는 건 생각보다 재미있고 적성에 맞는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직 사회 초년생이라 일과 삶을 분리하는 게 어렵기도 했고, 무언가 하나에 꽂히면 몰입하는 성격도 한몫했다. 기왕 맡은 일이니 잘 되면 좋았다. '내가 관리하는 채널'이 되었으니 생긴 사명감 비슷한 마음이 생겨났다.


밤이고 낮이고 SNS를 찾아보는 일을 한 달 가까이 계속했다. 보이지 않던, 채널을 보다 활성화시킬 수 있는 방안이 점차 머릿속에 떠올랐다. 어느덧 확신을 가지게 된 어느 봄날. 홍보팀 사람들에게 제안을 했다.


"우리, 인스타그램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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