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log를 만들며 느낀 점 - 트렌드라는 파도에 최대한 빠르게 타보자
꼭 공공기관뿐 아니라, 최근에 조직의 '온라인 홍보'를 담당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신경 쓰이는 채널은 '유튜브'인 것 같다. 어쩌다 관계자들끼리 교류의 기회가 있으면, 십중팔구는 유튜브에 대한 고민과 잘 나가는 다른 채널들에 대한 부러움을 토로하는 자리가 되어 버린다. 몇 년째 '한국인이 가장 오래 사용하는 앱'1순위이니, 당연히 내부에서도 관심이 크다. 게다가 제작비 차이도 무시할 수 없다. 물론 글을 쓰거나 그림으로 콘텐츠를 만드는 게 무조건 저렴하지는 않지만, 일반적으로는 촬영과 편집, 그리고 기획이나 출연 등에서도 추가 비용이 필요한 영상 콘텐츠의 제작비가 훨씬 크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투입이 큰 만큼 효과도 더 클 것이라고 기대하기 쉽다.
그런데 공공기관에서 유튜브를 운영하는 것은 다른 SNS에 비해 훨씬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시청자들이 콘텐츠를 보는 시간의 차이에서 발생한다.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의 게시물 하나에는 수 초, 길어야 1분도 되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관심이 많은 사람이 장문의 글을 꼼꼼하게 읽는 부분은 논외로 하겠다). 그러나 유튜브 영상을 보는 것은 쇼츠용 영상이 아닌 다음에야 훨씬 많은 시간이 걸린다. 경험상 영상 하나를 만들면 그 길이는 5~10분 정도. 아무리 짧게 만들려고 노력해도 그 이하로 만들기가 어려웠다.
그러니까 내가 시청자의 입장이라면, 유튜브에서는 어떤 영상을 보기 위해서는 자신의 시간을 '분'단위로 사용하는 것이다. 그것도 그냥 시간이 아니라, 각자에게 주어진 소중한 여가시간이다. 전문 유튜버들보다는 훨씬 '순한 맛'일 수밖에 없는 공공기관 유튜브를 사람들이 선택하도록 만드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우선 나부터 업무를 맡기 전에는 공공기관 유튜브 채널을 구독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핑곗거리는 한 두 개가 아니었지만, 마음대로 채널을 접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기에 주어진 조건에서 최선을 다해야 했다. 내부적으로 회의를 거친 결과, 당장 우리가 독창적으로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들어서 조회수를 올린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 대신, 시시각각 변하는 유튜브 트렌드를 빠르게 좇아 거기에 우리의 메시지를 넣어보자는 방향성을 세우게 되었다.
유튜브 역시, 아니 유튜브야말로 가장 타깃의 세분화가 가장 심한 채널이다. 주로 보는 영상에 따라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영상이 타겟별로 유사하기 때문이다. 이미 우리 채널들의 타깃을 정했으니, 나를 비롯하여 회사에 있는 여러 신입~저 연차 사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했다. 그들이 말하는 영상들을 회사 계정으로 모두 클릭하고, 이후에는 추천 영상들을 계속 정리하면서 무엇이 트렌드가 되어가고 있는지 파악했다. 트렌드와 관련된 여러 가지 자료도 될 수 있는 대로 모았다. 유튜브의 바다에서 끝없이 그물을 던지고 있었던 것이다. 마침내 그물에 하나의 아이템이 잡혔다. 바로 'VLOG'였다.
VLOG는 Video+BLOG라는 합성어로, 일상을 영상으로 남기는 콘텐츠다. 가장 쉽게 설명하면 '영상으로 남기는 일기'인 셈이다. 놀랍게도 그저 자신의 일상을 담은 콘텐츠가 2030을 중심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우리가 주목한 부분은, 특정한 직업군에 대한 VLOG에 대한 인기가 상당히 많다는 것이었다. 승무원, 전문직, 00 기업의 회사원의 루틴 한 일상에 사람들은 열광했다. 아마 추측해보면, 자신이 이루지 못한 꿈 혹은 궁금해하던 직업에 대해 알고 싶은 욕망이 담긴 결과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공공기관의 일상은 궁금해하지 않을까? 한번 공공기관 신입사원의 VLOG콘텐츠를 찍어보기로 했다.
콘텐츠의 목표는 2가지였다. 우선 공공기관의 일상이 궁금한 사람들에게는 최대한 자연스러운 하루를 보여주는, VLOG 본래의 취지에 부합하는 목적이었다. 한 편 취업준비생을 대상으로는, 글이나 인터뷰로는 알 수 없는 공공기관의 실제 업무나 분위기 등을 알 수 있도록 돕고, 일종의 동기부여 역할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명분이 되는 '회사 주요 정책 소개'는 주인공이 하고 있는 업무나 대사, 자막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안내하면 되었다.
방향성이 정해졌으니, 최대한 빠르게 진행할 필요가 있었다. 우스갯소리로 어떤 인터넷 밈(meme)의 생명이 다하는 순간이 '신문과 방송에 신조어로 등장'하거나 '공공기관에서 사용'할 때라고 한다. 조금만 늦어져도 '한 물 지나간 거 또 하네 ㅉㅉ'하고 비난받기 쉬운 것이 현실이다. 아직까지 VLOG를 기관 차원에서 만든 콘텐츠는 거의 없었다는 것이 다행이었다. 다만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있다. 개인이 아닌 회사에서 제작하기에 100% 진정성 있는 일상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여기서 오는 이질감을 최소화해야 VLOG 흉내가 아닌 진짜 VLOG느낌을 줄 수 있었다.
우선 사내 게시판을 통해 지원을 받았다. 부서를 다르게 하여 5명 정도의 지원자를 선발하고, VLOG에 대한 간단한 설명과 함께 영상을 보여주었다. 이후에 개인별로 하루~이틀의 일상을 촬영하였다. 지원자에게 개인 캠을 주고, 촬영팀은 따라다니며 하루를 영상에 담았다. 영상을 재미있게 만들기 위한 어떠한 연출도 하지 않고, 편집 과정에서도 최대한 개인 VLOG느낌이 나도록 담백한 방향으로 편집했다. 부서 컨펌 단계에서도 그 감성을 해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보안 내용과 같이 나갈 수 없는 내용을 제외하고는 최대한 편집 없이 하루를 담아내려고 노력했다.
연출된 형태의 영상이 아니었기에 편집자께서 고생을 많이 하셨다. 그래도 그 고통은 헛되지 않았다. 처음으로 만든 VLOG는 알고리즘의 간택만으로 조회수 15만 회를 기록했다. 이전까지 유튜브 채널에 있었던 어떤 영상들보다도 조회수가 높았다. 이후에도 시리즈로 나온 영상들은 최소 1만 회가 넘는 준수한 조회수를 기록했다. 적어도, 국민의 세금으로 조회수 몇 백 수준의 무가치한 영상을 만든다는 비판에서는 떳떳할 수 있었다.
게다가, VLOG 성공사례는 인스타그램보다도 내부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VLOG콘텐츠는 기존에 만들던 크고 화려한 홍보영상들에 비해 비할 수 없을 만큼 비용이 적게 들었따. 예산이 엄격하게 정해진 공공기관에서 발생한 이 '가성비 있는 홍보 사례'에 많은 부서들이 호응했다. 전에는 부정적이었던 부서들도, 태도를 바꿔 VLOG를 찍고 싶다고 요청하는 경우가 많았다. 가끔은 '이건 영상을 만들 각이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곳에서도 요청을 받아 곤란한 경우가 있었지만, 이 역시 홍보에 대한 관심이라고 생각하면 그리 나쁘지 않았다.
두 번의 성공사례가 나타났으니, 내부의 관심도 이전에 비해 확연히 높아졌다는 것이 느껴졌다. 사실 그동안 회사 분위기는 한 마로 'SNS는 인생의 낭비다'라고 할 수 있다. 관심을 커녕, 그걸 왜 하는지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이 많았다. 그러나 양적인 성과도 나오고, 질적으로도 '직접 소통'이라는 SNS의 장점이 부각되기 시작하면서 점점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