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 이동과 함께 바뀐 홍보에 대한 관점
12월, 회사의 정기인사가 있는 시기다. 두 달 전부터 새로 들어온 신입은 옆자리에서 열심히 채널 성과를 분석하고 있다. 부서 밖에서는 누가 어느 부서로 이동할지 '복도 통신'이 활발하지만, 업무 특성상 대부분 부서를 옮기지 않는 홍보팀은 조용하다. 폭풍 속의 고요를 느끼며 한글 문서를 켜고, 인수인계서를 조심스레 작성하고 있었다. 이제 드디어 떠날 때가 된 것이다.
솔직하게 말하면 후련함보다는 아쉬움이 컸다. 온라인 홍보담당으로 3년을 꽉 채우니, 이제야 조금씩 필드에 대한 인사이트가 생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하루 찍어내기 바빴던 콘텐츠들은 이제 체계를 갖추고 월별, 분기별 계획에 따라 제작되고 있었다. 회사 내외에서 어느덧 전문성도 인정받고 있었고, 인적 네트워크킹도 제법 쌓였다. 이제 이 모든 것들을 뒤로하고, 업무가 전혀 다른 부서로 이동해야 한다. 그것은 공공기관에서 일반직으로 입사한 이상 피할 수 없는 숙명이었다. 아마 다시 이 부서로 돌아올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이다.
조금 생각을 바꿔보기로 했다. 길어야 1년이면 부서가 바뀌는 순환보직 시스템에서, 예외적으로 3년을 같은 부서에서 근무한 것은 쉽게 경험하기 힘든 일이었다. 업무가 바뀌지만 지금까지 쌓아 둔 자산이 분명 요긴하게 쓰일 부분도 있을 것이다. 스티브 잡스가 스탠퍼드에서 말하지 않았던가, 교양으로 배운 캘리그래피 수업이 애플의 로고를 만드는데 크게 작용하게 되었다고.
해가 지났다. 새로운 부서는 실제로 회사의 본업을 해 나가는 '현업부서'였다. 업무를 새롭게 배워나가며, 지원부서가 아닌 현업부서의 관점을 가지기 시작했다. 이제야 그동안 홍보팀의 요청에 현업부서들이 힘들게 반응했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냉정하게 말해서 현업 부서에서 홍보가 차지하는 비중은 굉장히 적다. 아직도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는 하지만, 그 알릴 것을 '만드는 것'보다 중요할 수는 없다. 그렇기에 본업에 시간과 노력을 들이다 보면 홍보와 같은 부분까지는 크게 신경 쓰기가 어려웠다. 게다가 수많은 보고서를 처리하고, 기안하고, 수정하다 보면 뇌가 보고서에 '절여지게' 된다. 카드 뉴스를 만들거나 피드백할 때, 그렇게 싫어하던 '및 '추진'등의 단어를 넣는 것이 점점 자연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많은 홍보는 현업 부서에 오히려 부담을 지운다는 점도 느껴졌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어떤 정책이나 업무에 대해 모두가 만족하기는 어렵다. 누군가는 불만을 가질 것이고, 일의 특성에 따라서는 오히려 손해를 보는 사람도 생기기 마련이다. 그로 인해 발생하는 민원 요구를 처리하는 일은 현업부서의 몫이다. 홍보를 많이 할수록 혜택을 받는 사람도 늘어나지만, 반대로 민원도 늘어나게 된다. 그렇기에 업무를 대대적으로 홍보한다고 하면 부담스러운 것이 현실이었다. 그렇게, 3년간 결코 이해할 수 없었던 마음들을 몸소 체험하며 비로소 알아가게 되었다.
지금까지 일반직 신입사원이 홍보팀에서 겪은 3년간의 이야기들을 정리해 보았다. 돌이켜보면 재미있던 시간이었다. 믿을 수 없겠지만, 아주 가끔씩은 월요일 출근이 설레기도 했다. 주말 사이에 생각난 아이템을 가져가서, 같이 이야기하고 발전시킬 생각에 들떴던 것이다. 팀장님 이하 부서의 팀워크도 아주 좋았다. 같이 일했던 직원 한 분께서 말씀하시길, '우리 팀은 모두가 한 곳을 바라봐서 좋다'.라고 하셨다. 정말 모두가 '원팀'이라는 마인드로 내 것 네 것 없이 같이 도와가며 노력했다. 어쩌면 다시는 경험할 수 없는 행운을 첫 직장생활에서 누린 셈이다.
진로를 크게 틀지 않는 이상 이제는 같은 필드로 돌아갈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무언가에 미친 듯 몰입했던, 그렇기에 스스로가 너무나 자랑스러웠던 기억으로 영원히 간직해야지. 어차피 추억을 떠올릴 콘텐츠들은 SNS에 계속해서 남아있으니 말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