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보고 혼자서 무모한 짓을 했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의사 선생님과 상의해서 진행했던 일이니 그런 걱정은 잠시 접어주시길.
4시 30분, 갑작스레 눈이 떠졌다. 다시 눈을 감아도 머리가 아플 뿐 잠이 오지 않는다. 멍하니 누워있으니 해가 뜨고 도로는 출근하는 차들로 북적인다. 여전히 졸리지만 누워도 잠은 오지 않는다. 그렇게 또 하루를 멍하니 앉았다 누웠다 하며 보내야 했다.
전 날 너무 좋은 상태로 진료를 받은 게 화근이었다. 평소에 비해서 몹시 기분이 좋았다. 의사 선생님께서 상태를 보고 우울증 검사를 다시 하시더니, 전에 비해 많이 나아졌다는 말을 전했다. 그리고 함께 하신 말씀.
"밤에 괜찮다 싶으면 노란색 작은 알약을 빼고 한번 드세요"
당분간은 절대 약을 끊을 수 없고, 어쩌면 평생 먹을 수 있다며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드디어 진료를 시작한 지 반년 만에 약을 줄여보자는 말을 듣게 되었다. 마침 지난주에 본 친구들도 상태가 좀 나아진 게 느껴진다고 했으니, 이제 드디어 증상이 끝이 나려나 보다.
자기 전, 먹어야 되는 두 알약을 앞에 두고 고민했다. 빼고 먹을까, 그냥 다 먹을까. 그동안 약을 먹지 않은 날은 단 이틀이었다. 둘 다 여행 중에 미처 약을 챙겨 오지 않은 날이다. 그리고 두 날 모두 다음날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해서 정신을 차리기 힘들었다.
혹시나 하고 약 이름을 검색해본다. 빼 보라는 약이 항우울제인 줄 알았는데, 수면유도제다. 전적이 있어 살짝 불안하다. 그렇지만 오늘은 기분이 좋으니까, 마치 우울증 진단을 받기 전처럼 기분이 좋으니까, 한 번 도전해보기로 했다.
여지없이 또 수면 패턴이 망가지고 말았다. 너무 피곤한데, 누워도 잠은 오지 않는 하루. 아무것도 할 수 없어 힘없이 침대에 누워버리면, 의미 없이 시간을 보내는 스스로가 원망스럽다. 그렇다고 힘을 내어 일어나려고 해도, 무언갈 해보려는 의지도 생각도 생기지 않는다. 끝없는 생각의 굴레가 반복되니 낮이 지나고, 밤이 되었다.
다시 돌아온 투약시간. 일말의 고민 없이 두 알약 전부를 꿀꺽 삼킨다. 아직은 혼자 힘으로 호르몬이 무너진 것을 회복하기 힘든가 보다. '약을 언제까지 먹어야 할까?'에 대한 걱정은, '마음이 언제 회복될까?'에 대한 걱정 이후로 미루어두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