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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씽크 Oct 25. 2018

드라마 같은 드라마 이야기

M씽크 9월 테마활동

영화와 드라마의 차이는?


영화의 3요소 : 필름, 스크린, 관객 


이렇게 쓰고 보니, 소설이나 연극의 3요소에 대해 한창 외우고 다니던 학창 시절이 생각납니다. 

한편으론 드라마 이야기에 갑자기 영화의 3요소가 웬 말이냐고 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사진 - 영화 - 드라마로 이어지는 기술적 미디어의 발전 측면을 거슬러 가다 보면 

새로운 통찰을 얻게 되기도 합니다. 


사진은 필름의 등장을 전제합니다. 그리고 그 필름을 이어 붙이면 활동사진이라고 하는 영상이 만들어집니다. 그런데 영화를 기술적으로 정의할 때, 움직이는 사진이 곧 영화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예를 들어 에디슨이 만든 키네토스코프(kinetoscope)는 영상을 볼 수는 있지만, 한 명의 사람이 구멍을 통해 필름을 보게 됩니다. 박물관에서 가끔 볼 수 있는 원통에 사진을 붙여 틈 사이로 연속된 이미지를 보는 조트로프(zoetrope) 역시 비슷합니다.  만약 이를 다수의 사람이 모여서 관람을 하려면, 어마어마하게 큰 원통이 필요하겠지요. (실제로 그런 일을 벌여 광고로 만든 회사도 있습니다. 아래 참조)

https://youtu.be/Ishvvfh_fYU


결국 영화의 성립 조건에는 필름과 함께 '스크린'의 존재가 필요하게 됩니다. 

영사기의 강한 빛이 하얀 스크린에 투사되면, 우리에게 익숙한 영화의 세계가 펼쳐집니다.

그리고 '관객'은 어두운 극장에서 함께 이야기를 즐기게 되는 것이죠. 

그렇게 영화의 3요소가 완성됩니다.


그런데 이제는 영화의 3요소를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기술의 발전 때문입니다. 


6mm, 16mm, 35mm, 75mm 등 필름 폭으로 구분하던 규격은 무의미해졌습니다. 디지털카메라의 높은 해상도는 TV 드라마를 넘어 영화까지 무리 없는 제작을 가능케했습니다. 또한 디지털화된 파일은 극장뿐 아니라 여러 미디어에 자유롭게 전송할 수 있는 강점을 지닙니다. 당연히 특수 화학 처리된 거대한 스크린의 존재를 굳이 상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어두컴컴한 극장 스크린은 물론 휴대폰, 태블릿, IPTV, PC 등 액정을 가진 모든 디바이스가 스크린이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함께 웃고 눈물 흘리던 단체관객의 존재 대신, 개인화되고 파편화된 관객이 등장합니다. 


결국 적어도 '기술적으로는' 영화와 TV 드라마를 구분하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UHD로 제작되는 TV 드라마는 극장에서도 상영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반대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는 어떤 때에는 TV 드라마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영화 같은 TV 드라마의 고민들 


영화관에 걸리면 영화고, TV가 1차 윈도우가 되면 TV 드라마...라는 정의 정도만 가능한 세상에서 드라마를 만든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9월 테마활동으로 만난 강대선 CP는 <내 뒤에 테리우스> 기획 과정과 드라마 제작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해줍니다. 작가와의 회의, TV 드라마에는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소지섭과 같은 좋은 배우의 캐스팅 과정, 편성과 제작까지의 험난한 여정까지...     

 드라마 대본연습실에서 진행된 M씽크 테마활동
<내 뒤에 테리우스> 기획 과정을 설명하는 강대선 CP

그가 밝힌 드라마 기획자로서 무엇보다 고민스러운 점은 TV 드라마에 기대하는 작품의 퀄리티가 전보다 월등히 높아졌다는 점입니다. 즉 영화 같은 TV 드라마를 보고 싶은 시청자의 요구가 크다는 것이죠. 영화 같다는 것은 톱클래스 배우의 출연, 완성도 높은 대본, 촘촘한 콘티에 의한 앵글과 눈을 확 잡아끄는 스펙터클한 영상미와 미장센을 의미합니다. 


기획자와 연출자의 입장에서는 최선을 다해 시청자의 요구에 부응하려 합니다. 훌륭한 톱클래스 배우를 섭외하고, 대본 작업을 사전에 중후반부까지 마무리하여 이야기의 완성도를 높이고, 폴란드 등 해외 로케이션과 주요한 장면은 세부 콘티를 촬영해서 영상미를 살려내는 것이죠. 그러한 열정의 결과가 바로 <내 뒤에 테리우스>의 성공요인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이러한 영화 같은 퀄리티를 위한 노력은 필연적으로 제작비의 상승을 불러옵니다. 높은 제작비 투여는 제작자 입장에서는 큰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콘텐츠의 산업적 특성은 모 아니면 도에 가까운 특징을 지니기 때문이죠. 


예컨대 어떤 드라마가 폭발적 인기를 얻으면, 이를 재생산해서 해외나 다른 미디어에 보급하는 데 드는 비용(한계비용)이 제로에 수렴합니다. 콘텐츠를 복사해서 전송해주고 돈만 받으면 됩니다. 반면 실패를 하게 되면, 얼마를 쏟아부었든지 모든 제작비는 매몰비용이 되어 회수가 불가능하게 됩니다. 


결국 드라마 제작은 엄청난 자본력을 지닌 제작사만이 도전할 수 있는 시장이 되고, 궁극적으로는 해외 자본과 글로벌 플랫폼의 머니게임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영화와 드라마의 희미한 경계를 따라 대형 영화 스튜디오가 TV 드라마를 제작하는 근거와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드라마 같은 드라마 이야기 


그렇다면 영화와 TV 드라마는 점점 가까워지다가 결국 골든크로스를 하게 되는 걸까요? 그때가 되면 드라마 제작사는 사라지고, 막대한 자금력을 지닌 플랫폼과 자본이 영화와 드라마 콘텐츠를 동시에 지배하게 되는 걸까요? 그 둘은 이제 경계가 불분명한 콘텐츠로 희석될까요? 


그 답을 찾기 위해 M씽크는, 직접 <내 뒤에 테리우스> 촬영 현장을 방문했습니다. 

<내 뒤에 테리우스> 세트장을 방문한 M씽크

긴장감 감도는 드라마 촬영장에서 만난 분들은 여전히 따뜻한 온기로 맞아줍니다. 높으신 부국정원장님(?)은 촬영장으로 향하던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빵 터지는 농담으로 분위기를 띄워주십니다. 

 

바로 다음 씬 촬영임에도 찰칵! 친절한 대배우 권영실님
드라마 현장의 이모저모를 재밌게 소개해주시는 남궁성우 프로듀서님

남궁성우 프로듀서는 촬영장 이곳저곳을 함께 소개해주며 드라마와 관련된 재밌는 이야기를 잔뜩 들려주십니다. 폴란드 해외 로케 관계자분은 배우들을 위한 커피차에서 '사비로' M씽크에게 따뜻한 커피를 쏴주셨습니다. 차가울 것만 같았지만 따뜻했던 드라마 현장을 둘러보며, TV 드라마의 미래는 알 수 없지만 어쩌면 그 답은 드라마 다움에서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와 달리 TV 드라마는 시리즈 형태로 긴 서사가 가능한 장르입니다. 영화에 대한 프리퀄 형식의 TV 드라마, 스핀오프가 많아지는 이유도 영화에서 하지 못한 이야기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긴 이야기가 가능하다는 점은 90분짜리 짧은 영화와 전혀 다른 관점의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예컨대 장르가 분명한 영화와 달리, 16부작에서 20부작 드라마 시리즈의 경우, 초반부는 코믹, 중반부는 로맨스, 종반은 첩보물과 같이 다양한 플롯과 관점으로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또한 <내 뒤에 테리우스>처럼, 영화라면 스쳐 지나갔을 육아의 고단함, 경단녀의 취업, 지역 커뮤니티 정보력의 위대함(?) 등 우리 사는 이야기의 단편들을 얼마든지 비중 있게 풀어낼 수도 있습니다. 


결국 드라마 같은 드라마란, 동화 같은 이야기인 동시에 우리가 살아가는 소소한 삶의 단면이 등장하는 서사의 다른 말일지 모릅니다. 때론 막장이란 말을 들어도 그 안에는 고부간의 갈등, 빈부 격차, 성 평등 문제나 인간의 욕망 등 우리 사회의 단면을 직설적으로 드러내는 통쾌함이 있습니다. 맨날 로맨스냐 얘기해도 시대에 따라 슬금슬금 변하는 사랑의 형태를 포착해냅니다. 그 어떤 장르든 현시대의 다양한 이미지는 드라마 속 긴 이야기의 일부로 담깁니다. 


기술적으로, 자본과 산업적으로 점점 더 가까워지는 영화와 드라마의 만남은 이제 피할 수 없는 사실처럼 다가옵니다. 하지만 그런 현상과 별개로 한국 사회, 우리 동네, 나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TV 드라마는 여전히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다양한 삶의 면면을 담아내는 드라마의 노력들을 너그럽고 응원하는 자세로 봐줄 이유이기도 합니다. 우리 이야기를 우리가 직접 할 수 있는 날은 영원한 어떤 것은 아닐지 모르니까요.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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