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독서 모임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막걸리 좋아해?-

by 내일 만나

동호회에서 만나 친해진 언니로부터 였다.

다소 언니의 이미지와 맞지는 않았지만,

같이 가기로 한 친구가 일이 생겨 못 가게 되었는데, 이미 내놓은 회비가 아까우니 가보자는 거였다.

너도 책을 좋아하지 않냐면서


대학로의 한 유명한 막걸릿집에서,

적지만 야무진 안주에 다양한 막걸리가 테이블에 놓여있었다.


내가 알고 있는 독서 모임이란,

책을 다 읽고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거였는데,

이곳은 특이하게 책의 한 부분을 골라 돌아가면서 한 명씩 낭독을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름이 낮술 낭독회.


좋은 책을 읽으면서 맛있는 술을 곁들이는 것이란,

어디서든 최고기에 선뜻 승낙했지만,


학교를 졸업한 이후로 누군가의 앞에서 글을 읽어본 적이 없어서 긴장됐다.


첫 참석의 배려로 내 순서는 가장 마지막이었다.


신기한 경험이었다.

오디오북을 애용하지 않는 나에겐, 특히, 더.

사실 국내 소설도 별로 안 좋아하는데,

묘하게 각자 다른 목소리와 억양으로 읽는 글은 더 집중력이 있었다.


행여나 내 발음이나 잘못된 띄어 읽기로 흐름을 끊을까 싶어 다들 한 자 한 자 집중하여 읽기도 했지만,


그 순간 그 목소리를 통해 그 소설 속 이야기에 금방 빠져들었다.


나는 눈물이 많은 편이긴 하다.

그렇지만 모르는 사람 앞이나 낯선 환경에서는 잘 울지는 않는다.


슬프지만 현실적인 글을 덤덤하게 잘 읽어갔는데,

마지막 몇 줄을 남기고 나는 그만,

어느 한 문장에 눈물이 울컥 쏟아지고 말았다.


당황함과 동시에 글로 공감되는 이 감정을 바로 떨쳐 낼 수가 없어서

몇 글자 떨리는 목소리로 읽다가 그만 목이 메고 말았다.


아, 대충 예상되는 일이었는데, 그래서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했는데,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한 대 맞은 느낌이랄까.

너무 방심한 탓에 방어도 할 수 없었다.


더는 못 읽겠어서 같이 간 친구가 대신 읽어주었는데,

마지막은 내가 하는 게 좋겠다고 해서 감정을 추스르고 나서야 간신히 두줄을 읽고 마무리했다.


고개를 들고 나니 너무 전개 없이 폭풍 오열을 한 것 같아 부끄러움이 밀려왔는데,


모임의 주최자 되시는 분께서 잘 아는 선배님이 작가님이시라며

자기가 일적으로도 인격적으로도 존경하는 분인데,

저도 그 부분에서 늘 울컥한다고 했다.

글을 읽고 이렇게까지 몰입되어 눈물이 난다면 작가로서는 뿌듯할 일이니 꼭 말해주겠다며

다독여주셨다.


그때의 느낌이 아직도 선명하다.


나도 모르게 내 감정을 제어하지 못할 정도로

나를 흔들어 놓은 글.


부끄럽지만,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있고, 표현했고,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이 너무 감사하고 행복했다는 것.


오랜만에 그때 읽은 책을 다시 꺼내 들었는데,

이 책을 이 작가님을 처음 만난 날이 생각나서,

오늘의 끄적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