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
가끔, 그때의 내 마음을 의심할 때가 있다.
내가 좀 더 공을 들였더라면,
내 마음이 좀 더 무거웠다면,
조급함을 내려놓고 더 시간을 보냈더라면,,,
쓸데없는 혹시나, 라는 말로 과거의 나를 탓하고 후회한다.
사람에 대한 좋고 싫음에 꼭 이유가 있어야 하는 건 아닌데,
자꾸 그때의 상황을 돌이켜보며 그 이유를 나의 부족함에서 찾으려 한다.
옳지 않은 방법인걸 알면서도.
격렬하게 연애하다 가도 헤어지면 금세 잊히는데,
왜 사람에게 거절당한 그 마음은 쉽게 회복되지 않는지,
연인이 아닌 이성친구는 경계하게 된다.
나와 그 친구가 바라는 게 다를까 봐.
어떤 이성에게 호감을 느껴도
지금의 감정이 진짜인지, 스쳐 지나가는 변덕인지 의심하게 된다.
꼭 무겁고 엄중해야만 진심은 아닐 텐데,
조금만 상대방에 호감을 느껴도
멈칫, 주춤거리게 된다.
다양한 사람과 가까워지기도 멀어지기도 했고
진짜 좋은 사람도 정말 나쁜 사람도 다 만나봐서
웬만한 감정의 상처 정도는
행하지 않을 후회로 남는 것보다는 쉽게 극복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나는 내가 좀 더 성숙해져서
스스로 잘 흘려보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내가 기대는 건 결국 시간일 뿐이다.
내 짝사랑은 어이없게 실패했다.
진득하게 곁을 지키며 내 애정을 어필하지도
자존심을 내려놓고 끊임없이 고백하지도 못하고
처절하다는 말을 쓰기에는 부족한,
그냥 어이없는 한방에 너덜너덜해졌다.
나이 서른여덟이나 되어서
호기롭게 시작한 짝사랑은
치기 어린 20대 때보다 어째 더 못난 모습이다.
이 나이 되면 이런 짓 안 할 줄 알았지,
남들은 결혼이 뭐냐 애 셋은 낳았을 이 나이에.
내 짝사랑이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