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3주 차 2/3
퇴근하자마자 손만 씻고 옷을 바로 갈아입는다. 이제는 오밤중에 어디 가냐고 묻는 대신, 운동가니?라고 물으신다. 우리 식구들도 이제 나의 밤 달리기에 익숙해진 듯. 오늘의 첫곡은 딱히 생각 나는 곡이 없어서 손가락을 정처 없이 헤매다 그냥 아무거나 한곡 반복 재생. 제법 눈에 익은 길로 간다. 혹시 몰라 10분 알람을 해두곤 가볍게 뛴다. 이제는 알람이 울리기 전까지 몇 분이나 되었는지 시계를 확인하지 않는다. 10분 알람이 울려 원점 회귀할 때쯤엔 이마에서 또르르 땀이 흐르면 그냥 개운하다. 마스크를 벗고 싶을 정도로 차오르던 숨이 이제는 고르게 쉴 수 있다. 제법 달리기에 익숙해지거나 내 속도가 느리거나 둘 중 하나겠지만, 여유롭게 뛰고 있다는 점에서 꽤 흐뭇하다. 오늘은 마음이 바빴다. 혼자 일을 시작하고 딱 10년을 기념하는 날이었다. 특별히 축하할 자리를 마련한 것도 없었지만, 내 나름의 10년을 돌아보는 하루였다. 엄청 큰 성공을 거둔 것은 아니지만 그저 망하지 않고 변함없이 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것에 의미를 둔다. 3년 만에 문득 내 생각이 났다며 작은 선물을 들고 방문한 이를 맞이하니 더욱 그러하다. 사는 게 바빠서 자주 연락하지 못했지만 다시 시작해볼까 란 생각이 들었을 때, 내가 제일 먼저 생각이 났다나? 10주년이 된 건 지도 모르고 영문도 없이 방문한 이 덕분에 그래도 헛된 시간은 아니었구나 싶었다. 앞으로의 10년 뒤에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오늘은 그간 잘 버텨온 나를 듬뿍 칭찬해주어야지. 온전히 나 혼자만의 힘으로 버틴 건 아닐지라도. 10년이란 시간이 내겐 의미가 깊다. 마음이 바빠도 그래도 할 건 해야지. 오늘도 잘,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