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하루였다,

고 생각했다.

by 내일 만나

완벽한 시작이었어. 맑은 날씨 조용한 시간 함께할 친구,

고즈넉한 아침에 너른 바위에 햇볕을 쬐니 긍정적 에너지가 가득 차올랐다. 이번 주부터 시작하는 일들이 많았다. 오랜만에 하는 것들에 기대감도 컸다. 너무 설렘에 마음이 급했을까. 최든 몇 달 산을 많이 다니면서 이런 적 없었는데, 평평한 바위에 발을 디디면서 발목이 좌우로 왔다 갔다.

통증에 놀래서 주저앉았다. 함께 간 언니는 원래 잘 접질린다며 괜찮다며 네가 처음 다쳐봐서 그렇다며 얘기해줬지만, 너무 아팠다.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지나가던 어떤 아버님께서 조금 더 내려가면 계곡물 흐르니 가서 발 담그고 마사지해주라고 하셨다. 직접 발을 주물러 주시기까지 했다.

한참을 그러고 있으니 통증이 좀 사라졌다. 뼈는 부러진 거 같지 않으니 붕대라도 감으면 쩔뚝은 거려도 혼자 내려갈 수 있을 줄 알았다. 119에 전화해서 물어봤는데, 헬기 아니면 들것에 내려와야 한다고.

헬기라니?!!! 매번 산행하면 농담으로 하던 말이 헬기 타야 한다는 거였는데, 아 그렇게 민폐가 될 수는 없지, 스틱 빌려서 산악구조대 센터까지 한 100미터 못되게 내려온 지점이었다. 도착한 119 대원분들이 이 상태로 내려가면 더 심해져서 회복이 느리니 헬기로 가는 게 좋은 방법이라고 무지 민망해하면서 그렇게 하겠다고 했는데 부어오르고 심해지는 통증을 느끼니 그렇게 하길 참 잘한 것 같다.

참, 다행이다. 그래도 자칫하면 더 크게 넘어질 수도 있었는데 어쩜 그렇게 딱 발목만 다쳤는지!

그 상황에 어떤 아버님을 딱 만나서 응급처치도 완벽하게 해 주시고 너무 감사했다. 나는 정신없어서 잘 몰랐는데 언니 말이 어떤 분들은 파스를 주고 가기도, 스틱을 빌려주시기도 했다. 다친 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헬기를 탈 수 있어서 등에 업혀가지 않아도 되어서 그것도 다행스럽다. 산행객 분들도 대원분들도 고작 나 한 명 때문에 이렇게 도움을 주시다니 우리나라 정말 좋은 나라야. 내가 복이 많아. 앞으로도 1일 1선 덕을 더 많이 쌓아야지. 취소 연락할 곳들을 생각하니 순간 속상했지만 혼자 보낸 시간이 많았던 요즘에 이렇게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가까이 있는 친구에게도 또 우연히 산에서 마주친 친구에게도 도움을 받으니 요 며칠 코로나로 차올랐던 부정적인 마음이 다 사라졌다.

참 따뜻했어. 그렇지만, 앞으로 산행은 더더더더더 조심해야 하고, 짧은 거리라도 스틱이나 붕대 비상약 등등은 진짜 꼭 꼭 챙겨야 할 거 같다. 우리 진짜 조심조심 오래오래 행복하게 산행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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