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저는 등산을 좋아하는데요.
처음에는 같이 등산을 다닐 사람이 친구 중에 한 명 밖에 없었다. 그 친구는 집이 망원동이었다. 한 번은 그 친구 차로 한 번은 내 차로 오며 가며 지방에 있는 산도 열심히 다녔다. 아무래도 왕십리보다는 망원동에 맛집이 많아서 보통 망원동에서 술을 많이 마셨다. 산처럼 힘든 운동 후에 음주라니!!! 운동한 거 까먹는 정말 아까운 짓지만 등산을 다녀와서 먹는 술 한잔이 정말 너무너무 맛있었다. 망원동에는 내가 자주 가던 꼬치집이 있다. 늘 등산을 다녀오면 그 친구와 함께 가고는 했다. 땀에 찌든 얼굴로 등산 배낭을 메고 어묵 바에 앉아서 일단 하이볼부터 마셨다. 이제 단골집이 된 그곳. 오늘도 산에 다녀오셨나 봐요? 라며 아는 체를 해주신다. 네 오늘은 무슨 산을 갔어요.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문득 그분이 내게 말했다. '산을 좋아하시면 백패킹을 해보시는 건 어때요? 제가 예전에 백패킹을 좀 했었는데 지금은 바빠서 못 가지만 한번 가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평소에도 물통이며 가방이며 스틱이며 굉장히 유용한 템들을 추천해주셨기 때문에 솔깃했다. 산을 다니다 보니 백패킹을 다니는 친구들도 많이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허리도 안 좋은데 그런 무거운 배낭을 메고 산에 왜가? 특이하다 란 생각이었는데 이게 많이 보다 보면 그런 생각도 무뎌지는지 한번 장비를 빌려서 가볼까? 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제는 언니 동생 하게 된 그 꼬치집 사장님에게 백패킹 장소로 어디를 추천하냐고 물어봤는데 선뜻 오토캠핑을 한번 같이 가보자고 했다. 장비도 렌털 하려고 알아봤는데, 캠핑을 해보고 싶다는 말에 친구는 손님용으로 쓰던 면 침낭을 준다고 했고, 그 사장님도 아는 동생에게 텐트를 빌릴 테니 의자와 식기만 챙겨 오라고 했다.
첫 캠핑장은 태안이었다. 바닷가가 보이는 언덕 위 소나무 아래에 텐트를 쳤다. 캠핑 전문가인 사장님의 도움을 받아서 텐트 치고 팩을 박는 법을 배웠다. 다양한 장비를 보유한 사장님 덕분에 파라솔 아래 의자에 앉아서 음악을 들으며 내 무릎에 앉은 강아지를 쓰다듬고 있노라니 천국이 따로 없었다. 불에 구워 먹는 고기도 맛있었고 끝도 없이 들어가는 술도 신기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앉아만 있어도 좋았다. 생각보다 텐트는 작지 않았고 텐트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도 꽤 낭만적이었다. 중국 직구로 3만 원에 구입했다던 연녹색 텐트는 내 텐트가 되었고 다이소 봉지에 넣어도 삐져나오는 부피가 꽤 큰 면 침낭은 내게 포근한 잠자리를 만들어주었다. 그렇게 생애 첫 캠핑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