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스 뒤코스의 『등대소년』을 읽고-
막스 뒤코스의 그림책 『등대소년』을 읽다가, 한 장면에서 온몸이 찌릿했다. 전기가 흐르듯 감각이 살아나고, 숨이 멎는 줄 알았다.
주인공 티모테가 뜯겨진 벽지 속 그림, 등대섬으로 들어가 만난 소년 모르간과 등대의 비밀을 풀며, 그곳에 갇혀 있던 소년 모르간의 탈출을 돕기 위해 칼을 쥐고 싸우던 장면이었다.
그는 두려움을 뒤로하고, 온몸으로 상대의 칼날과 호흡, 공격의 리듬을 느끼며 싸운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나는 여태까지 한 번도 이런 자유를 느껴번 적이 없었다.”
이 문장을 읽고 나도 전율했다.이건 단순히 모험 동화 속의 액션 장면이 아니었다. 티모테는 지금, 누군가를 위해 온전히 몰입한 순간을 살고 있었고 그 안에서 시간도, 자의식도 사라지는 존재의 충만함을 경험하고 있었다.
그는 더 이상 ‘소년’이 아니었다.
그 순간 그는 그냥, 존재하는 존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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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는 언제 오는가?
하이데거는 말한다. 존재는 늘 우리 곁에 있지만, 우리가 스스로에게 물음을 던지는 순간에만 드러난다고.
‘나는 왜 여기 있는가?’
‘나는 누구를 위해 살아가는가?’
‘무엇이 나를 살아 있게 하는가?’
티모테는 그 질문에 직접 대답하지 않았지만, 몸으로 응답했다. 그의 칼날과 호흡, 뛰는 심장이 대신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들뢰즈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고정된 자아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되기’ 속에서 생성되는 존재라고.
티모테는 지금 ‘되기-모르간’, ‘되기-자유’를 겪고 있다.
그 순간 그는 과거의 자신을 벗고, 다시 태어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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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자유, 나만의 특이성
나는 그 장면을 읽으며 처음으로 ‘자유’가 단지 벗어남이나 해방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다.
진짜 자유는, 내가 누구인지를 잊을 만큼 몰입한 순간에 찾아온다.
그리고 나는 그 순간, 자유라는 개념이 아니라, 자유라는 ‘존재’ 자체를 포착했다. 그건 머리로 이해된 것이 아니라, 온몸으로 전해진 감각이었다.
그 이후로 나는, 그 전율의 기억을 내 삶의 좌표처럼 붙잡게 되었다. 내가 어떤 상황에서도 온전히 몰입할 수 있는 장면을 찾고, 그 안에서 나만의 방식으로 존재하기를 선택하게 되었다.
그 경험은 내 안에서 하나의 고유한 결이 되었다.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나만의 특이성.
그것이 나의 철학이고, 나의 자유다.